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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Aug 30. 2020

맛있는 요리와 따뜻한 사람들

15주차

0629 MON

역시나 뮤즐리로 시작하는 아침. 사과, 오트밀, 캐슈넛, 치아씨드, 해바라기씨와 우유.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올리브 치아바타를 반으로 가르고 한쪽 면에 바질 페스토를 바른다. 바질을 올리고 치즈, 썰어둔 토마토를 올린다. 별게 아닌데 신선해서 그런지 너무 맛있다! 남은 토마토로 후다닥 샐러드 만들기. 후추도 솔솔.

정리할 건 많고 머릿속은 복잡하고 사야 할 물건도 있어서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dm에 가기 위해 나왔다. 걸어가는 길이 olympia park를 끼고 가는 길이어서 걷는 내내 눈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Munich is a very green city.' 뮌헨에서 사는 친구들이나 방문한 친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었다. 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야 그 말이 문득 이해되었다. 기숙사 바로 옆에 공원이 있다는 건 아주 큰 행운이었다. 그것도 이렇게나 큰 나무들이 많은 공원이라니!

샌드위치 먹고 남은 토마토로 샐러드를 만들고 올리브, 빵과 함께 먹었다.


0630 TUE

다른 조합으로 뮤즐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사과와 바나나 대신 자두를 넣고 우유 대신 요거트를 넣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안 그래도 플레인 요거트를 써서 셨는데, 자두마저 너무 셨다.

점심은 어제 먹은 바질 토마토 샌드위치 다시 만들어 먹기! 정말 쉽지만 너무 맛있고 싱싱한 샌드위치이다. 샌드위치의 포인트는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재료를 팍팍 넣기인데, 한쪽 면에 바질 페스토는 왜 저렇게 정 없이 발라놨는지 모르겠다.

오늘부터 삼 일간 친구가 우리 집에서 묵는다.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는 친구,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면서 하루라도 빨리 들어오라고 하셨다고 한다. 같은 시험 준비하는 친구여서 서로 의지도 많이 되었고 반갑기도 했는데, 아쉬운 마음뿐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골뱅이 무침 비빔밥과 친구가 가져온 애호박으로 애호박 볶음을 만들었다. 애호박 볶음은 또 어떻게 할지 쩔쩔매고 있는데 친구 왈, "그냥 마늘이랑 양파 볶다가 애호박 볶으면 되지 않을까? 소금이랑 후추로 간하고." 그렇네.


생각을 많이 하고 복잡하게 하는 나와 달리, 친구는 복잡한 생각도 간단하게 정리할 줄 알고 행동도 빠르다. 그리고 항상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서 말을 할 때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 그래서인지 곁에 있으면 즐겁다! 옆 집 친구가 집에 돌아가서 근래에는 혼자 매 끼니를 먹었는데, 좋은 친구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났다. 친구는 가기 전에 이것저것 챙기고 다른 친구들과 인사하느라 많이 바쁘고 지쳐 보이긴 했지만, 나는 친구와 함께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0701 WED

친구와 함께 맞이한 첫 아침. 이제는 나의 아침 루틴과 같은 뮤즐리를 소개하려니 설렜다. 친구도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같이 먹으니 더 든든하고 알찬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같이 학교 공부를 하고, 낮에는 스콘을 구우려다가 둘 다 귀찮다는 이유로 친구가 가져온 간편식을 먹기로 했다. 치즈 브로콜리 감자 스프레드를 오븐에 굽고 빵과 소스를 준비해서 먹었다. 친구 덕에 처음 먹어본 간편식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걸?

친구의 farewell party! 친구는 아주 거대한 파티를 주최했다. 8시에 파티 시작한다고 하고 5시쯤부터 미리 가서 준비를 한 친구. 각자의 요리를 가져온 친구들도 있었다. 맥주만 가져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나름 양손에 맥주 가득 들고 갔는데, 친구들의 정성에 미안한 정도였다.


이 파티에서 튀빙겐에 사는 독일인 친구를 만났는데, 인사하고 이야기를 한 지 5-10분 만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튀빙겐에 가고 싶다고 하자 자신의 방이 비었으니 오면 잠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낯선 이방인에게 아무리 쓰지 않는 방이더라도 자신의 방을 빌려준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상하고 신기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제안이었다. 결국은 튀빙겐에 방문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 따뜻하고 고마운 친구이다.


0702 THU

어제 늦은 밤까지 파티를 하고 친구는 다른 친구네 집에서 자고 왔다. 혼자 먹는 아침. 단 하루 같이 아침을 먹은 건데 사진마저 괜스레 쓸쓸해 보이네. 그리고 나의 옷들이 눈에 밟히네.


8월 23일에 입국하여 현재는 자가격리 중이다. 원래는 29일 입국 예정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일정 상 비행기표를 일주일 앞당기게 되었다. 며칠 만에 떠날 준비를 하고 짐을 팔고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떠나려다 보니 한마디로 정신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자잘한 실수들 가운데에서 아주 큰 실수를 해버렸다. 기숙사 건조기에 겨울 바지부터 최근에 산 여름 바지까지 두고 온 것이다. 사진 속 귀여운 잠옷 바지와 파란 티도 포함해서!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한국 친구에게 옷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어쩔 수 없으니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라는 엄마의 위로와 함께 눈물을 머금기로 했다. 안녕 나의 소중한 옷들...

너무나 맛있었던 샐러드 파스타! 이 레시피를 해 먹으려고 적양파를 일주일 전부터 사다 놨었는데 파스타가 안 당겨서 못해먹었다. 빼네 파스타, 토마토, 바질, 모짜렐라 치즈, 올리브, 적양파 반 개, 마늘 한쪽,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소스. 파스타를 9분 동안 끓는 물에 익히고 재료를 몽땅 넣으면 완성! 샐러드 파스타는 신선함이 포인트이다.


0703 WED

아침에 일찍 나가는 친구 배웅해주기. 수민아, 안녕! 한국에서 만나자!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기념으로 빵을 사 왔다. 치아씨드 잔뜩, 건 코코넛 넣은 뮤즐리 먹고 빵도 먹기.

저녁에는 장도 보고 돌아와서 샐러드를 먹었다. 3-4유로 정도 하는데 정~말 요리하기도 밥 먹기에도 귀찮을 때 먹을 정도이다. 특별한 맛은 아니고 딱 나의 귀찮음을 커버할 정도. 특히 독일에서는 신선하고 저렴한 재료 두고 굳이 샐러드 간편식을 사 먹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0704 SAT

오전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졸린 눈 비비며 잠 깨려고 먹은 뮤즐리. 바나나 반개, 자두 반개, 콘푸러스트, 오트밀, 캐슈넛, 치아씨드, 건 코코넛, 우유. 한국 시간 기준으로 동아리 온라인 세션이 있었는데, 진로와 관련하여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여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그리고 필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비건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산 가지 스프레드. 바게트에 간단하게 발라먹으면 되는데 의외로 맛있고 은근히 중독성 있었다. 가지 맛이 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디선가 먹어본 익숙한 맛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맛 스프레드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신기한 맛도 많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간식으로 먹어보고 싶었던 백쌤의 파프리카 볶음을 해 먹었다! 빵 위에 파프리카 볶음을 얹고 마요네즈를 발라서 먹으면 되는데, 영상으로 볼 때에는 얼마나 맛있어 보였던지! 내가 막상 해 먹으니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다. 설탕을 넣었어야 하나?

이번 주 International dinner는 밖에서 먹기로 했다! 나름 첫 '외식'이었다. 모든 친구들의 음식을 맛보았기 때문에 이젠 각자 먹을 음식을 만들어오기로 했다. 사진에 보이는 건 제시카의 후무스, 모건의 두부 볶음과 닭볶음 요리, 러시아 율리아의 햄 마요 샐러드. 이외에도 브라질 친구들의 아보카도 과카몰리와 볶음밥, 세바스찬의 치즈 볶음밥이 있었다. 나는 와인과 파프리카 볶음을 가져갔는데, 파프리카 볶음이 그렇게 맛이 없을 줄 몰랐다. 와인을 가져간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래도 남김없이 다 먹어준 친구들.

처음 먹어본 초콜릿 살라미! 내가 사랑에 빠진 제시카의 디저트이다. 초콜릿을 녹이고 빠갠 비스킷을 섞어서 얼린 아주 간단한 요리이다. 단면이 살라미 같아서 초콜릿 살라미라고 부른다고. 나는 처음 보고 들었는데, 나중에 터키 친구에게 들어보니 일부 유럽과 일부 중동에서는 흔한 디저트라고 한다.


우리 international dinner의 디저트는 항상 이탈리아 친구들이 담당했는데, 이탈리아인으로서 달달한 것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덕분에 우리는 언제나 행복했지.


0705 SUN

어젯밤에 초콜릿 살라미를 너무 많이 먹었으니 건강한 초콜릿 뮤즐리로 해장하기? 내가 이렇게 끊임없이, 쉬지 않고 끼니를 챙겨 먹어서 한국에 돌아올 때쯤에 얼굴이 동글동글해졌나 보다. 덕분에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었으니 됐지 뭐!

내가 디저트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잘 먹는 걸 본 제시카가 챙겨준 초콜릿 살라미와 초코 케이크. 이건 달달함을 너머선 사랑이었다. 사진을 보니 초콜릿 살라미를 한 줄 먹고 옆에 있는 촉촉한 초코 케이크를 반 판 먹은 것처럼 마음이 두근거리고 행복해진다. 자가격리 끝나면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따뜻하고 행복함이 느껴지는 초콜릿 살라미.

어제저녁의 달달함을 오늘 아침의 달달함으로 해장했으니, 저녁은 담백하게 치즈 달걀말이를 해 먹었다. 오직 양파만을 재료로 넣고 달걀말이를 하니 내가 원하는 계란의 고소함을 살린 담백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치즈로 한껏 풍미를 강조했다!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가 두고 간 조미김도 솔솔 뿌려먹으니 기운이 불끈불끈 나고 행복해지는 저녁. 이제는 스스로를 먹일 정도의 요리는 하는 것 같아서 뿌듯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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