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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Feb 02. 2020

나는 매일 아침 천막으로 출근한다

[나와 우리의 투쟁일기_1]

2015년 6월 1부터 2019년 12월 31일,

나는 매일 아침 한 직장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2020년 지금,
나는 매일 아침 천막으로 출근한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우리의 일터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일을 공무원으로 착각하기도하였으나,

우리는 “기간이 정해진 정규직”이라는 괴상하고도 언어적 모순으로 점철된 어쩌면 태초부터 불온전한 노동자였다.


그리고,

2020년 새해 출근일을 하루 앞둔 2019년 12월 31일 저녁 5시 30분경,

그 불온전함의 끝을 알리듯이, 문자 한 통으로 함께 일하던 동료가 해고되었다.

우리의 센터를 운영하는 수탁법인이 바뀌었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아무런 사유도 모른 채 채비할 시간 조차 갖지 못한 채 5년간 일해 온 일터를 잃었고 우리는 그리 거리로 나왔다.


‘투쟁, 집회, 시위, 농성’

우리 중 대부분은 그 단어들의 인근으로 가본 경험 조차 전무하였다.

저 단어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갖는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것이 의미하는 경지와 방식 또한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이렇게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내몰림 된 분노, 그 부당함에 대해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마음만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학부 시절 종종 선배들을 따라다녔던 집회 현장이 떠올랐다.

당시, 내가 외치던 투쟁의 목소리란 글로 쓰인 사회의 부조리를 통해 머리로 이해하고 입으로 내뱉는 타자의 구호였다.

그것은 나의 삶이 아니었으며,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였으며, 나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을' 돕고자 하는 제3자의 선한 항변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지금, 아침마다 외치는 구호는

나의 삶이 되었으며,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으며,
나와 우리의 목소리가 되었다.

일명 블루하우스라 일컫는 파란색 비닐로 뒤덮인 우리의 천막엔

함께 일하다가 해고된 동료, 해고된 동료를 위해 싸우던 끝에 해고자의 길을 선택한 우리, 해고된 우리를 위해 함께 싸워주는 이들로 종일 즐비하다.


2019년 12월 31일, 함께 일하던 동료가 해고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싸움이 시작된 지 한 달째인 2020년 1월 31일,

함께 싸우던 우리는 “자발적” 해고자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늦은 아침밥을 우걱우걱 넘기던 중

우리의 이야기와 그 기억을 남겨보고 싶다는 바람, 아니 남겨야겠다는 뜻모를 다짐이 라면에 말아넣은 밥알과 함께 굽이쳐 목을 넘어갔다.

비록 언제일지 모를, 하지만 언젠간 다가올 훗날, 이 글들을 보며 우리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내 인생에 있어 찬란하게 싸우던 때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나는 내일 아침에도 천막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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