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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Aug 08. 2023

캐나다 5개월차, 가끔 토론토가 주토피아 같다고 느낀다

모자이크 문화 속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다

출처 : 본인


캐나다가 다민족 국가인 건 유명한 사실이다.

국민의 4분의 1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캐나다의 가장 큰 도시인 토론토는 어떨까.



1.

토론토에 살면서 느낀 것 중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나 스스로가 외국인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동방에서 온 아시안 여자라는 사실은 매일 확인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나를 '관광 버스를 태우고 국뽕 투어를 시켜줘야 할 낯선 외국인'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여기선 너도 나도 이민자, 유학생, 워홀러다. 은행에 가면 누군가는 터번을 쓰고 일하고, 지하철에 타면 온갖 액센트가 귀에 들어온다. 아무개 Street에 삼계탕집이 있는가 하면, 옆 가게에서는 케밥을 판다. 까만 머리에 코리안 액센트를 가진 나는 그 안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모자이크 안에서는 어떤 색이든 튀지 않는 원리이다.



2.

영화 <주토피아>에서는 다양한 종과 크기의 동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을 유지하며 섞여 살아간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익숙한 거다. 한편 '주토피아'라고 해서 차별과 편견이 없는 건 아니다. 어떤 동물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메리트를 쥐고, 어떤 동물들은 편견에 맞서 자신을 증명하려 애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인종차별이 적은 편인 토론토라고 해도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스테레오타입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보다. 상대의 피부색에 따른 미묘한 태도 차이, 동양식 이름이 어렵다며 미간을 찌푸리는 순진함, 결국에는 같은 인종 출신끼리 모이게 되는 현상. 그나마 이 정도임에 감사해야 하나? 가끔은 헷갈린다. 어떨 때는 강력한 한 방보다 지속적인 패시브 공격이 더 쓰라릴 수 있으니까.


출처 : 본인


3.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캐나다라는 나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잘 알지도 못했고, 흥미를 끌 만한 요소도 없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캐나다에 오기로 정했고, 솔직히 온 직후까지도 이 나라에 정이 안 붙어 그냥 독일이나 영국, 일본에 갈걸 후회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나의 첫 해외가 캐나다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일민족 국가인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발을 들이면 곧바로 '외국인 대접(혹은 취급)'의 대상이 되듯이, 만약 내가 한 인종으로만 가득한 나라에 갔더라면 나 스스로가 타지에서 온 방문자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1년은 그저 '신기했던 경험'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캐나다에서는 내가 이곳의 자연스러운 구성원일 수 있다는 감각을 느끼며 어떤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1년 뒤에도 여기에서 내 영역을 넓히는 상상을 한다.


1년 뒤 공부가 끝나고 나서의 계획은 아직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도 있고, 캐나다에서 어떻게든 더 머물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중요하고도 감사한 건 이걸 '고민할 수 있다'는 그 자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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