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타지살이 2개월째, 나는 생각보다 강하고도 약했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막연하게, 뉴욕 지하철 같은 카오스 속에서 길을 헤매거나 지저분한 숙소에 스트레스 받거나, 영어가 안 나와 고전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여담이지만 토론토 지하철은 의외로(?) 미국과 다르게 나름 상식적이다.)
1. 실제로 와서 느끼는 건 정반대이다. 나는 생각보다 겁도 없고 튼튼했다. 지네 나오는 반지하 에어비앤비에서 2주 야무지게 살다 혼자 이사하고, 처음에는 토할 것 같던 남의 생활 흔적들도 이젠 그 위에 털썩 앉는다.(여기 와서 비위가 강제로 좋아졌다ㅎ) 학교 가다 마약 한 사람이 길을 막거나 노숙자가 말을 걸어도 이제는 별 생각도 안 든다. 가끔 재미있을 때도 있다.
2. 반대로 예상치 못한 부분이 힘들었다. 나는 생각보다 소속감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친구를 사귀어도 그 사이에 은근하게 존재하는 문화의 벽, 그리고 내가 얼마 있다 떠날 사람이라는 사실이 한국에서의 관계와 같은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소속감의 부재는 이방인의 숙명이라지만 솔직히 겉모습부터 이질적인 아시안으로서 그게 두 배는 더 크게 다가온다. 문득 내가 여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인1이란 걸 떠올리면 간담이 서늘하기도 하다. 외로움은 안 타는 편인데 그거랑은 별개인가보다.
3. 또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 생활비를 거의 다 받고 왔지만, 솔직히 재벌이 아닌 이상 해외생활 하는 데에 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뭔가 애매한 게... 돈이 (아직?) 부족한 적은 없지만 뭔가 이게 한국에 있을 때랑은 다르게 한정된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많은 심리적 제약이 생긴다. 그리고 생활비도 정말 기계적으로 월세, 식비, 교통통신비 이렇게만 잘라서 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생필품 구입 등 이래저래 드는 돈이 준비한 버짓을 훌쩍 넘는 게 사실이다.
4. 다시, 생각보다 괜찮은 것 중 하나는 영어이다. 수능 이후로 거의 오 년 간 영어를 놓고 살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심지어 캐나다 오기 직전에 잠깐 다닌 회화학원에서도 내 기억상 말을 되게 못했던 것 같다.그런데 환경이 바뀌니까 생존본능인지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K-조기교육이 나를 알아서 술술 말하게 만든다. (엄마아빠 감사합니다!) 물론 여전히 되물어야 하거나 막히는 순간이 오기는 하지만 요즘은 어려운 주제만 안 나오면 진짜 한국에서만 살았다고? 같은 말을 듣기도 해서 뿌듯하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누가 브로큰 잉글리시를 쓰든 어디 액센트로 말하든 서로 잘만 대화하고 그걸 지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분위기라, 좀 더 편하게 내뱉을 수 있었던 게 큰 것 같다. 한국에서 돈내고 학원 다닐 땐 문법 시제 따위 하나 틀릴까봐 자신없게 말하던 게 생각나서 약간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