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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림 Nov 02. 2019

교대를 나와서 1인출판사를 하게 된 이유

'난대로 살기'

요즘 닥치는대로 글을 쓰고 있다. 정말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있다. 다음 책의 원고를 빵빵하게 준비해놓기 위해서다. 언젠가 반이상쯤 써 두었던 원고도 손을 보아야하고, 노베이스를 위한 구문 영어책도 새로 쓰려고 하고 있다.


한 동안 거의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잘 진행이 되지 않더니 이제 밤을 새서 글을 써도 될만큼 탄력이 붙었다.




내가 교대 나와 교사가 되지 않고 출판사를 하려고 한 것은 3학년 때 어렴풋이 꿈꿨던 일이었다.


당연히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 때에도 나는 꽤 선명한 꿈을 꾸곤 했다.


어느 햇볕이 드는 사무실, 출근 할 때는 밀크티를 테이크아웃해서 출근하는 편집장의 내 모습, 책을 연구하고 책을 만들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뭐 그런, 나름대로 낭만적인 장면이었던 것 같다.


엄청난 독서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 서러웠던 삼반수 시절을 견디게 해준 것도 책이었고, 답답했던 교대시절 타지에서 벗을 삼았던 것도 책이라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혼자서 '교사가 되지 않는다면?' 이라는 물음을 묻고 출판이라고 답하곤 했다.




나는 교대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국어 사회 과학 수학 영어 모든 과목을 배우지만 특히 예체능이 심했(?)다. 피아노와 장구와 단소는 물론이고, 배구와 축구, 그리고 광주교대의 악명높은 기계체조(물구나무;). 무용, 수영, 한국화, 판화, 뜨개질, 달걀삶기 수업까지..


이렇게 쓰고보니 꽤나 재미있어보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런 일이 한 데 모여 한 학기의 시간표를 이루고, 각 과목마다의 조과제와 교생실습과, 거기에 용돈을 벌기 위한 과외까지 2-3개 하고, 또 대학생이니 꼭 해야한다고 믿고 있었던 취미생활(그 와중에 일 벌이기 )까지 참석하다보면 거의 쉬는 날이 하루도 없었던 때도 있었다. 눈을 뜨면 아!!!!ㅠ 이러면서 일어나고 아!!!살기싫다!!!!하며 잠이 들었던 것이 대학 생활동안 내내 지속되었다. 그 때 나의 오랜 비밀 블로그에 썼던 일기들을 보면 '뭉크의 절규'와 같은 느낌의 어두운 글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건 비밀이었는데) 제일 괴로웠던 건 대학 입학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폭식증에 시달렸던 일이다. 정말이지 입시공부를 할 때도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결코 스스로 먹고 싶어서 먹는게 아니었다. 그저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때 '입에 단걸 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했던 것 같다. 전에 먹지 않던 과자나 그런 것들을 병적으로 찾았고 심한 날은 절대 1인분이라고 할 수 없는 양을 먹어버리곤 했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소름돋을 정도이니 심각했다.  뭐에 씌인 듯이 미친 듯이 먹고 또 먹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했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나는 아마 공허했던 마음을 먹는 것으로 채우고자 했을 것이다.


교사가 아주 꿈이었으면 그런 생활 정도야 견딜 수도 있었을텐데, 삼반수 끝에 어디라도 잘가야한다는 마음으로 갈 길을 급하게 결정한 결과였다. 진로를 잘못 선택한 댓가로, 나의 내면은 아주 많이 썪어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차라리 삼반수 시절이 훨씬 행복했다.  


교사를 왜 안하냐고 물으면 그냥 다른 일 해보고 싶어서요, 라고 간단히 답변하지만 내 지난 대학 4년을 누군가 들여다 본다면 내가 왜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진로이야기


나는 수능공부를 하며 고시원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집에 있는 아주 나이많은 노트북을 넘겨 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는데, 매일 공부를 마치고 뭐라도 털어놓을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대학생활에 마음 붙이지 못해 수업 때 책을 가져가 몰래 읽었다. 집에가서는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글들을 써서 저장했다. 영일만도 그 때 만들었다. 그리고 졸업 후 결국 출판사를 하게 되었다.


리고 언젠가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나보고 "참 밝으세요", "참 행복해보이세요"라고 하는 것을 느끼고 나도 놀라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나는 뭉크의 절규와 같은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애증의 교대지만 나에게는 꽤 의미있는 전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대로 학교 밖에서 책으로 교육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학교에서는 해줄 수 없는 가장 실질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전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 시작이 영어였고 나는 나의 모든 진심을 담아서 영일만을 썼다.

그리고 영어 외에 또 하나가 있다면, 진로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 진로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타고)난대로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가장 맞는 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의 대학생활과 지금의 삶도 그렇고, 한번에 성공한 입시와 학점과 취업을 하고도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아 퇴사를 준비하는 우리 언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남이 좋다고 하는 곳에 분별없이 따라갔다가는 나처럼 분별없는 폭식증과 우울한 학점을 얻을지도 모른다. 타고난 기질 대로 따라가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하면 내면의 소리를 따라가는 길일 것이다. 자꾸 자신이 하고 싶고 하게 되는 그런 일 말이다.


 공부하라고 항상 이야기하지만 사실 20대 이후에는 그것이 꼭 공부와 관련되지 않을 확률도 높다. 그래서 꼭 대학에 가지 않아도 좋은가라고 물으면 정말로 그렇다라고 할 생각이다. 애매한 대학을 가서 애매한 수업을 듣고 애매한 전공을 하는 것보다는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난대로' 사는 지금 나는 여전히 잘 먹지만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느낄 때가 많다. 우울한 노래도 들은지가 오래 되었다. 타고난 기질을 100% 발휘하며 살고 있다. 책방이라는 뜻처럼 보이는 서림이라는 내 이름처럼 말이다.



'그걸 견디지 못하다니 인내심이 없구나'

'어떻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겠니'


 내가 자라오며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결국은 성인이 되서 불행해졌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독자 중 누군가 수능이 끝나고 '이제 뭘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들 가지고 날 찾아온다면, 삶과 책과 행복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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