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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한채 Aug 29. 2020

그, 시작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깜깜하다. 빛 하나 들어올 곳이 없다. 막힌 코로 인해 폐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너무 비좁아 이리저리 꿈틀거린다. 그러다 답답한 마음에 발길질을 해본다. 그러나 발에 닿은 벽은 너무나도 물컹거린다. 딱딱하지가 않다. 나의 답답한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니 울분이 끓어오른다. 울분은 분노가 되어 작디작은 입에서 밖으로 나왔다.      


-몰캉     


그 순간 작고 역겨운 덩어리가 입으로 들어온다. 처음 느껴보는 맛이다. 젠장, 그다지 달갑지 않은 맛이다. 꾸역꾸역 삼켰지만 목에 이물질이 걸린 것 같다. 목에 걸린 이물질은 내 목을 계속 자극한다.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에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픽!-     


그 순간 하얀 빛이 내 눈을 적시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적응된 눈은 이 빛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찌푸리는 미간에서 어떻게든 적응하려 눈은 동공을 급히 축소시키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폐는 확장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뚫린 코를 통해 공기와 더불어 각종 부유물질이 폐 속으로 훅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만남에 폐는 버티질 못했다. 소리치고 싶었다. 소리를 질렀지만, 소리가 우렁차지 않았다. 짹짹거리는 소리만 났다. 아니다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다. 수없이 아니라고 외치면서 울부 짖었지만 내 목에선 계속 새소리만 나왔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왜 새소리를 내죠?

-아마, 자궁 내에서 변을 삼켰나 봐요..

-자기가 싼 똥을요?

-네.     


젠장, 이제야 해석되는 대화 내용이다. 그렇다 난 내 똥을 삼킨 것이다. 아름다움을 말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단 말을 해야 하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내 의도를 말해야 하고, 각종 맛있는 음식을 맛봐야 하는 내 혀가. 그런 내 혀가. 처음 맛본 것이 “변”이라니...

그러니 내가 지금 못 먹는 게 없다. 영화 “타짜”에서 고니가 그랬던가.     


-세상 단맛, 쓴맛, 똥맛!까지 다먹어본 새끼야 말빨조지지마 XX     


출처 : 영화 [타짜]

고니처럼 똥맛까지 맛본 나는 1990.08.25. 세상에 빛을 봤다. 평생 부모님께 놀림감이 되었지만, 나는 그날의 나의 탄생을 예찬한다. 평범하게 태어나지 않아서, 그래서 할 말이 있다. 별거 아니지만 별거 아닌 거에 신경 쓰는 지금 세상에 할 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도 할 얘기가 많다. 30여 년 동안 보고 느꼈던 것들 그래서 내려진 결론들, 사회에 대한 비판과 수용. 그 사이에서 나의 결정. 재밌는 소설, 나의 감정들도 표현해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표현력은 좋지 못하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어색하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다. 평소 남의 글을 읽는 독서활동도 하지 않던 내가 과연 글을 “잘”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끄적여봐야겠다. 


소속되어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 아는 친한 지인이 이런 글을 알려 줬다.     


아일랜드 작가 브랜던 비언은 이렇게 말했다.     

“비평가들이란 하렘의 환관과 같다. 매일 밤 그곳에 있으면서 매일 밤 그 짓을 지켜본다. 매일 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 자신은 그걸 할 수가 없다.”

비평가가 될 것인가, 작가가 될 것인가. 매일 밤 몰래 훔쳐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젊은 작가들이여, 짜치고 허접해도 좋다. 매일 그 짓을 하자. 매일매일 하자.     


그래서 매일매일 적기로 했다. 적은 양이라도 적어보기로 했다. 훌륭한 글을 한 번에 내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20.08.25. 31번째 맞이하는 내 생일에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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