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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한채 Sep 21. 2021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징어 게임> 1화 처음 부분에서 오징어 게임의 대략적인 룰 설명이 나온다. 필자는 90년대 생으로 해당 게임을 보지도 하지도 못했다. 생소한 게임이었다. 나보다 더 높은 세대 분들은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 이런 게임을 하지 않았다. 흔히 놀던 다방구 이런 게임류들 중 하나라 생각됐다.     


<오징어 게임>의 주된 내용은 일확천금의 기회를 주는 대신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하는 형태이다. 나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의 목숨 값을 받아 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게임”이다. 이 게임에 참가하는 대부분은 빚이 어마어마하게 쌓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실에서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일확천금의 기회를 주는 대신 그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잡는다.     


초반에 모인 사람들은 456명으로 1인당 1억씩 따지면 총상금은 456억이다. 게임에서 이기기만 하면 456억을 버는 셈이다. (세금은 없을까...?....는 ... 필자 개인 생각..) 목숨이 담보지만 하루하루 목숨 구걸하며 사는 이들에게 이런 기회는 당연히 참가할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게임이 끝나고 과반수가 게임 포기에 동의하게 되고 게임은 중단된다.     


주변 사람들이 게임룰을 위반하여 죽는 과정을 지켜본 살아남은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이고 본인의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과반수가 게임 포기를 선택한다. _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과반수가 현저하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다. 49 대 51 정도로 그 차이가 미미하다. 따라서 어찌보면 게임을 계속하려는 자들도 50%라고 볼 수 있다._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은 또다시 지옥 같은 삶을 맛보게 된다. 죽을 위기도 겪고, 금전적인 압박도 시달린다. 주최 측에선 게임을 포기한 이들에게 다시 한번 게임을 재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자 중도 포기자들 중 80% 이상이 게임에 재참가하게 된다. 본인과 타인의 목숨 값을 담보로 걸고 말이다._사실 드라마가 계속되려면 다시 참가 해야 한다.._     


<오징어 게임>은 돈 많은 주최자들이 일종의 경마를 하듯이 사람들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최종 우승자를 맞추는 “놀이”인 셈이다. 이 부분에서 이미 “인간성”이 상실됐음을 알았다. 현대에서 계층, 신분제도 등이 사라졌지만 자본주의의 특징이 제대로 드러난 부분이라 생각한다. 돈 많은 자가 법이고 진리가 되는 세상. 그 세상 안에서 경주마처럼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일종의 병정들. 하지만 그 병정과 주최자 측은 결국 사람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확연하게 자리가 비교된다.     


그 게임을 진행하는 진행자들도 똑같이 인간성을 상실했다. 그들도 무사히 한 번의 게임이 끝나면 큰 혜택이 있을 거라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돈 일수도 있고, 면죄부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이들도 주최자들처럼 인간성을 상실했다. 탈락하거나 룰을 어긴 자들을 서슴없이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전체적인 그림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 및 “인간성 상실”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추가적으로 등장인물에 대해 살펴보면 이 드라마 작가가 비판하려 하는 부분들이 더 발견된다. 난 오늘 그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기꾼     


극중 "한미녀" /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taewooirich0926/222512041569"


등장인물 중 사기 전과 5범인 “한미녀”라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게임이 진행될 때마다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었다가 박쥐 같은 행동을 한다. 처음엔 힘이 센 무리들에게 붙었다가 힘을 쓰는 게임에서 힘이 없단 이유로 팽 당한다. 그러다가 여러 곳에 끼지 못하고 주인공 팀에 들어가게 된다. 또 2인 이서 짝을 이룰 때 같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혼자 “깍두기” 신세가 된다. 즉 팀이 없이 혼자이게 된 상황이 만들어진다.     


극 중에서 한미녀는 사기 전과를 당당하게 말한다. 사기는 다른 사람들을 배신하고 기만하는 행위이다. 그런 전과를 당당하게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믿고 팀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쉬이 그렇게 되지 못한다. 또한 그녀는 “자신을 배신하는 사람은 꼭 복수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한 말은 끝까지 지킨다”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끝까지 이 캐릭터는 모순 덩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기꾼이 남을 배신해서 이득을 본 행위를 했으면서 자신을 배신하는 자에게는 복수하는 마인드를 가졌다. 또한 자신의 말을 믿게 해서 사기를 치는 일을 한 사람이 자신이 한 말을 끝까지 지킨다는 것 또한 모순이다.      

그래서 나는 이 캐릭터를 모순 덩어리라 표현했다. 모순 덩어리는 작중 중요한 부분을 맡아서 재미를 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 덩어리의 결말은 좋지 않았다. 좋을 일이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본다. 본인의 이득을 위해 남을 사기치는 자 그 결말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두 번째, 외국인 노동자     


극중 "알리" /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moong_/222510673425"


<오징어 게임>에는 외국인 노동자인 “알리”가 나온다. 알리는 힘이 세고 착하며 사람을 잘 믿는다. 전형적인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의 이미지를 닮았다. 그는 게임을 중도 포기하고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직장을 찾아가지만 돈을 못 받은 채 쫓겨난다. _드라마를 보면 돈을 받긴 하지만 강압적으로 강탈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_ 알리는 가족을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2인 1조로 구슬치기를 하는 게임에서 그는 믿었던 “상우”에게 배신 당한다. 본인에게 유리하게 게임을 이기고선 마지막에 상우를 믿고 같이 이기는 방법을 선택한 알리는 배신을 당하여 죽게 된다.     

 

여기서 필자는 다시 비판할 점을 찾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된다. 힘이 세고 필요할 땐 같이하자 하고선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대로 배신하는 모습. 현실에서 값싼(인건비가 싸고) 외국인 노동자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선 그들에게 대가를 주지 않는 사회가 보인다.    

  

세 번째, 노인   

  

극중 "노인" /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kws3128pdm/222509550297"


참가자 중 제일 고령인 노인이 나온다. 그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치매도 있기에 정신이 온전치 않다. 주인공인 기훈(이정재)은 특유의 넉살과 오지랖으로 노인에게 말을 걸며 친분을 쌓는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개인전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이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 게임부터 팀으로 이뤄졌기에 힘세고, 똑똑한 자들로 팀을 꾸리려는 모습들이 나왔다.     


이 부분에서 “노인”은 제외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팀을 같이하기 꺼려 했다. 노인에 가려졌지만 “여성”들도 힘이 약하다는 논리로 팀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주인공 기훈은 이런 노인이 소외되지 않게 같은 팀으로 그를 이끌었다.      


힘을 쓰는 게임인 “줄다리기”에서 주인공 팀은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팀과 게임을 하게 되었다. 게임에서 지면 무조건 죽는 경기였다. 승리를 확신한 남자팀과는 다르게 초반부터 분위기가 참담한 주인공 팀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줄다리기의 “노하우”를 이 노인이 전달했다. 팀원들은 어차피 힘으로 안 되는 것을 알기에 이 노하우를 그대로 믿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승리팀은 주인공 팀이 됐다.     


단순히 주인공이 속해 있기에 드라마상 이겨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힘이 우선시 되는 게임에서 이 노인의 노하우가 없었다면 그대로 게임에서 졌을 것이다. 노인의 경험이 좋은 한 수가 되었던 것이다.  

   

다음 게임인 “구슬치기”에서도 주인공은 노인과 편을 먹는다. (2인 1조) 사실 조를 편성하기까지 게임의 내용은 모른다. 따라서 어떤 게임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를 짜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같은 편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편먹으면 좋을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2인 1조로 편을 짠다.      


여기서도 노인은 제외된다. 아무도 노인과 편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기훈은 소외된 노인을 뒤로하지 못하고, 다시 편을 먹게 된다. 하지만 막상 게임에 들어가서는 같은 “편”이 아님을 알게 된다.     


게임은 구슬치기였고, 각자 짝을 이룬 사람과 시합하여 상대방의 구슬을 모두 가져오면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구슬을 다 뺏긴 사람은 탈락(죽음)인 것이다. 각자의 이득을 위해 편을 먹었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지게 된다.      


치매기가 있는 노인은 주어진 시간에 끝내야 하는 게임을 하지 않고, 무대(세트장)를 돌아다니며 어릴 때 추억을 얘기하며 돌아다닌다. 다급해진 기훈은 당장 게임을 하자고 졸랐고, 구슬치기가 아닌 홀짝 게임으로 구슬 따먹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홀짝 게임은 노인의 승리로 앞서나갔다. 남은 구슬이 몇 개 없던 기훈은 마지막으로 게임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노인이 펼친 손안에는 기훈이 외쳤던 상황과 반대되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런데, 노인은 치매로 인한 기억상실이 일어나서 방금 기훈이 말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여기서 기훈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게임을 이기기 위해) 본인이 방금 말했던 것과 반대로 말해 승부를 뒤집었다. 노인은 자신이 졌다며 구슬을 조금씩 기훈에게 주기 시작한다.     


한 번이 어렵지 여러 번은 쉽다는 말이 있듯이 기훈은 계속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하게 되었고, 노인은 계속 연패를 하게 되어 남아있는 구슬이 없게 되었다. 결국 기훈이 승리한 것이다.      


노인은 기훈에게 한 번만 더 하게 구슬 한 개만 빌려달라고 하나, 기훈은 거절한다. 결과를 짐작한 기훈은 죄송한 마음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그때 노인은 주머니에서 구슬 한 개를 꺼낸다. 본인이 아까 주머니에 넣어놨던 구슬을 찾은 것이다. 결국 상대방의 구슬을 전부 다 따야지 승부가 결정 나는 게임에서 기훈은 그 구슬마저 획득해야 했다.   

  

하지만 노인은 그 구슬을 가지고 다시 무대(세트장)을 활보하며 어릴 적 추억을 계속 말하고 다녔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서 기훈은 노인을 닦달하게 된다. 그러자 노인은 본인 1개의 구슬과 기훈의 19개 구슬을 가지고 한판 승부를 벌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기훈은 형평성에 맞지 않냐며, 반박한다. 본인은 19개를 걸지만 노인은 1개를 거는 것이 이치에 안 맞다는 내용인 것이다.      


그러자 노인은 “자네도 날 속이지 않았나. 홀인데 짝이라고 말을 바꾸고..” 이 말을 들은 기훈은 온몸이 굳어버린다. 결국 자신이 노인을 속인 것이 아닌, 노인이 속아넘어간 것임을..     

죄책감? 죄송함? 여러 감정이 뒤섞였을 것이다. 아무 말 못 하는 기훈에게 노인은 자신의 구슬 한 개를 전달하며 덕분에 재밌게 놀았다며, 이 게임에서 자진 탈락을 하게 된다.     


이 등장인물 “노인”에 대한 사회 시선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힘이 없고, 늙고 병든 자를 아무도 챙기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노인이 가진 노하우로 인해 주인공은 게임에서 승리한다.    

 

현대는 정보의 바다이다. 검색만 하면 10초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심지어 회사 생활에서 겪는 업무도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다. 구전으로 전해오던 노하우를 이제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확인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다년간의 경험이 무시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극중 노인의 역할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궁금하면 드라마를 끝까지 꼭 시청하길 바란다. 노인은 “노인네가 뭘 알아?”라는 사회 인식을 비판하고자 넣은 인물 같았다. 그들이 아무리 늙고 힘없는 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Momento mori (모멘토모리) “당신이 죽는 것을 기억하라”     


항상 겸손해야 한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감사하며 겸손하라는 뜻이다. 언젠간 우리도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될 수 있다. 아니 무조건 된다. 우리가 저런 상황이 될 때 우리의 경험과 삶에 대한 태도가 무시당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저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네 번째, 가족 (스포 주의)     


극중 "프런트맨" /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umspr/222510975092"


인간성 상실이란 부분에서 프런트맨을 꼽을 수 있다. 작중 그는 진행자 역할이며 극중 나오는 경찰의 친형이다. 이 게임에 참가했다가 우승을 하고선 연락이 두절됐다. 알고 보니 진행자 측에서 활동을 하는 “프런트맨”이 된 것이다. 그는 이 게임의 실체를 파악하고 경찰에 알리려 하는 동생을 총으로 쏴 죽인다. 둘이 가족인데도 말이다. 동생보다 돈의 가치가 더 높다는 뜻인가. 동생을 죽일만큼 그는 주최자측에서 끝까지 행동했어야 했나 싶다. 총에 맞은 동생이 절벽에 떨어졌지만 확실하게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 시즌2에서 죽은줄 알았던 동생이 살면서 이야기가 반전이 될 수있다. 기대해보겠다.


이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가 전달해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생각했던 인물들에 대해서 해당 내용을 적었고, 그 외는 직접 드라마를 보고 판단해 보길 바란다.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소재는 이미 웹툰에서 많이 봤던 소재다. “파이게임” 이나 “머니게임”에서도 병정들이 게임을 하고 그 게임을 주최한 자들은 그들을 보며 유희를 즐긴다._여기서도 병정은 인간들이다._ 따라서 소재 자체는 이미 익숙한 부분이다. 게임을 통해 생존한다는 것은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를 봤던 나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었다.      


단순히 <오징어 게임>을 잔인한 영화, 재미있는 영화 또는 재미없는 영화, 시시한 영화로 볼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보고 또는 알지 못하더라도 찾으려고 생각하면서 보면 꽤 많은 내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못 보셨으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주인공인 “기훈”과 “상우”의 캐릭터는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각 캐릭터가 초반에 임하는 자세와 게임을 거치면서 변하는 과정들은 충분히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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