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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정 Feb 16. 2020

4. 영어 시작 전,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럼에도 영어를 꼭 해야겠다면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위 질문에서 한 차원 내려가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 보자.


영어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나 이제 영어공부 꼭 시작할거야!" 라는 다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나 앞으로 영어공부는 안할래" 라는 선언은 거의 들어본 적 없다.



어쩌다 보니 영어공부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실력이 쑥쑥 느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늘지도 않는 영어를 계속 붙들고 있을까.

재미있고 즐거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즐겁지도 않은 영어를 미련 없이 놓지 못할까.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에 흥미가 생겨서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치자. 공부를 몇 달 하다 보니 내가 배우고 싶었던 내용이랑 좀 다른 것 같다. 생각보다 재미도 없다. 그럴 때 우리는, 자격증을 꼭 따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면 대개 그만둔다. 그리고 미련 두지 않는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테니스가 재밌어 보이고 잘하고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좀 해보니 잘 늘지도 않고 흥미가 떨어지면 이내 그만둔다.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테니스를 꼭 마스터해야지'라며 지키지 못할 다짐을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유독 영어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도전했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하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영어는 자격증이나 스포츠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도 되는 걸까.


맞다. 아주 특별하다.

그러나 생각만 갖고 있을 뿐 실제로 특별취급을 해 주진 않는다.

특별하게 접근해야 하는데도, 영어를 배우는 모습을 보면 자격증 공부나 스포츠 연습보다도 미적지근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를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조언은 많지만,

영어를 안 해도 된다고 말해 주는 사람은 없다.


나는 영어를 좋아하고 내게 영어가 필요해서 배우고 있지만, 모두가 영어를 꼭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영어를 꼭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앞에 생략된 구절이 있다.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계속 지금처럼 할 거라면)


왜냐 하면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영어에 노력을 쏟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데 쓴다면 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영어 잘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영어를 못하면, 영어 능력자에게 부탁을 하거나 보수를 지불하고 맡기면 된다.



이 글은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지만,

영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에 더해, 이번 글을 읽고 나면

정말로 영어가 나의 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글에서, 나의 간절함의 크기를 가늠해 보는 첫 번째 스텝으로 우선 내가 목표로 하는 영어 수준을 명확히 정해보았다. 이제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 노력, 비용이 드는지 계산해 볼 차례다.


  

두 가지를 확실히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든다.     


왜 그럴까?


이 매거진의 첫 글에서, 두 개의 영혼이라는 표현에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이 녹아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혼을 하나 더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다.

그렇다. 영어는 짬이 날 때 조금씩 배워서 습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영어를 배우는 건 새로운 뇌를 하나 이식하는 과정이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특정 분야의 영어를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상황에서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항, 호텔, 식당에서만 간단히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두고 영어를 잘한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물론 그 정도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잘못된 건 전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이상을 목표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 XX일 만에 영화를 자막 없이 보는 ㅇㅇㅇ님의 비결"
"하루 ◇◇분 공부해서 X주 만에 입이 트였어요!"     


나는 위와 같은 광고가 영어학습자들에게 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광고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제자리걸음 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심지어 하루ㅇㅇ분 동안 매일 영어를 하면 ㅇㅇ일 만에 미국 중학생처럼 말하게 된다는 광고문구도 보았다.

광고 문구가 실화인지도 매우 의심스럽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 광고가 제시한 방식대로 해당 기간 동안 영어를 배웠더니 영어를 잘하게 된 사례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치자.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러한 광고를 멀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학습자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기간'이 명시된 광고 문구를 접하면, 영어를 잘하게 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과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강의를 결제하기까지의 심리적 장벽도 함께 낮아져 결국 구매 버튼을 누른다. 광고가 의도한 대로 말이다. '나도 광고에 등장한 저 사람처럼 될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품은 채.


시작도 하기 전에 느슨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대단하고 유명한 강의를 신청했으니 이제 어떻게든 될 거야'라며 강사에게 의지하는 마인드. 이미 그 시점에서 게임 끝이다. 이런 느슨한 마인드로 뛰어든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A: 하루에 영어공부에 투자하는 시간

B: 영어공부를 하는 기간(일 수)

A X B = 영어에 투자하는 총 시간     

위 공식대로 계산하면 목표 레벨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총시간이 나올 것이다.     



진실은 이렇다.     


A와 B 둘 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값을 투입해야 한다.     

매일매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멈추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해야만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있다.     

영어공부를 하는 전체 사람 수 대비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이 매우 적은 이유 중 하나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을 잘못 계산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가진 간절함이 얼만큼인지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두 번째로 알아둘 것은, 시간을 정확히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필요한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변수는 영어 공부 방법, 직장 근무 형태, 생활환경, 필요한 자료를 찾는 능력, 도구 활용 능력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어림잡아 보자.

앞에서 편의상 나눠본 레벨을 기준으로, 레벨 3의 실력이 레벨 6에 이르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으로 한다는 가정 아래) 하루 2시간씩 최소 3개월은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매일 오직 영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2시간을 확보하고 관심과 흥미를 유지하면서 3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누구는 2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누구는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루에 4시간씩 하면 전체 기간이 단축될 것이고, 하루에 30분씩 공부하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레벨 3을 예로 든 이유는 한국의 성인들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때 영어를 배웠고, 영어로 된 글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고, 짧은 단어로 간단히 소통할 수 있어 해외여행이 가능한 수준. 하지만 영어로 1분 이상 대화하려면 등에서 땀이 나는 사람들.


만약 현재 레벨 3인데 레벨 8로 도약하고 싶다면 6개월 이상은 잡고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레벨 6(이미 영어문장을 힘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수준)인 사람이 레벨 8로 가는 건 열심히만 하면 2개월 안쪽으로 해낼 수 있다.


주의할 점 하나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하는 건 맞지만 마냥 길게 잡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목표 레벨에 5년 후에 도달하겠다고 정하는 건 영어공부를 안 하겠다는 뜻이다. 영어를 잘하게 되는 데 5년이나 걸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 알파벳밖에 모르는 상태라 해도, 영어로 가벼운 일상 대화를 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열심히 하면 1년이면 충분하다.


그러므로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기간으로 정하자. 계획한 기간 동안에는 지치지 않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투자해야 하는 시간을 대략적으로 견적내보았다.


나는 영어에 그만큼의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 용의가 있는가?

내 생활패턴에 비추어 봤을 때 가능한 계획인가?


이는 영어에 대한 간절함의 크기를 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질문이다.

결코 쉽지 않은 레이스(race)가 될 것이다. 그러니 시작 전에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헬스도 매일 2시간씩 3개월 이상 지속하려면 보통 의지력으로는 어렵다.


시간과 더불어, 영어공부에 드는 금전적 비용과 스트레스도 물론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비용은 많이 들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 영어공부를 못하는 세상은 아니다. 다만 정신력 소모는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 성장의 기쁨이 있는 만큼 힘든 순간 또한 많을 것이다.



몇 주 만에 입이 트이고 귀가 트이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영어 공부에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할 수 있는 판을 짜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실패가 예견된 판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


명확한 목표를 세웠고, 시간도 확보했고, 간절하다는 확신도 있다면 영어 공부에 뛰어들자.

하지만 한 가지라도 빠져 있다면 지금은 영어를 할 때가 아니다.

 



내가 구독하고 종종 도움받는, <라이브 아카데미>라는 구독자 70만의 영어학습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어를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빨간 캡모자를 쓰고 정감 가는 목소리로 영어를 가르쳐 주는 영상을 한번쯤 보신 분들이 계실 것이다.


라이브 아카데미의 진행자 신용하 선생님이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무대에서 '당신이 영어공부에 실패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영상이 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훨씬 강렬하게, 심장에 확 꽂히는 화법으로 전달해 주는 영상이라 아래에 링크해 두었다. 영상은 15분이다. 영상을 보고 나면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느낄 것이다.


https://youtu.be/7H8E6PAe7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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