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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정 Mar 04. 2020

6. 내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

세상을 두 배로 사는 방법

이번 글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 나만의 Why를 찾지 못한 분들은 나의 영어 공부 이야기를 참고한다면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2013년도 여름으로 기억한다. 지금이 2020년이니 무려 7년 전이다. 중간에 쉰 기간도 있었다. 2016년~2018년은 일하고 공부하느라 영어를 잠시 멀리했던 시기다.

그러다 작년에 영어를 다시 내 삶에 들였다.


지금은 영어를 배우는 명확한 이유가 있지만, 처음엔 대부분 그렇듯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

가끔 그 발단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나는 영어의 무엇에 끌렸던 걸까.



과거 내 삶에 찍혔던 수많은 점들 중 몇 개를 그 발단과 연결지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점들이 몇 개 있다.



우선, 부모님의 영향.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영어를 가르치셨다.

어렸을 적 영어학원을 다닌 기억은 없다. 엄마 아빠한테 배웠으니까.

물론 자의로 한 건 아니었다. 영어를 하는 이유는 '그냥 해야 하니까'였다. 집에 영어동화책과 카세트 테이프가 가득했음에도 나는 영어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이런 가정환경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새에 내 안에 영어의 씨앗을 심어놓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외여행이다.

살면서 감사하게도 여러 나라를 가볼 수 있었다.

20대 초반에는 가는 곳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새롭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었다. 뭐라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한국 바깥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특별한 희열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특별함의 기저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있었던 것 같다. 설렘과 두려움 사이 그 어느쯤 아슬아슬하게 놓인 희열에 중독되어, 방학을 이용해 이곳저곳으로 배낭을 메고 떠났다.



한국 밖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깨닫게 된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세계가 너무나도 넓다는 사실이다. 스무살 이후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부지런히 비행기를 탔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많다. 처음엔 '어디에 근사한 곳이 있으니 구경하러 가야지'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나와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그들이 사는 방식, 그들의 생각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작은 세상에서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왔는지도 알게 됐다.


둘째, 어떤 종류의 즐거움도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의 즐거움에는 비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우리의 삶은 활력으로 가득할 것이다. 일상은 가만히 놔두면 단조로워지기 마련.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크고 작은 이벤트를 일부러라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언제부턴가 소망을 품게 됐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을 가능한 많이 경험하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실현시켜줄 도구를 찾아냈다.

바로 영어다.


영어를 잘 하게 된다면 새로운 세상을 더 넓고 깊게 경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처음에 영어를 시작할 때 어떤 의도를 갖고 한 건 아니었으니 위의 계산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테다.


결국 타이밍의 문제이지 않았을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소망이 때가 되니 자연스레 툭 터져나온 것 뿐이다. 알이 적당한 온도와 조건이 갖춰질 때 부화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하루 2시간 정도 EBS 영어 라디오를 듣는 게 전부였다. 절실함은 없었고 목표도 없었다.

하지만 영어를 하면 할수록


영어 한번 해볼까 -> 영어 잘하고 싶다 -> 영어 꼭 잘해야겠다


로 생각이 변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확고해진 건 실력이 꽤 많이 늘고 나서였다. 한국어의 세상 밖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영어로 소통하고 살아가는 세상이.     


영어를 잘하면 실제로 많은 이점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나서 영어에 대한 절실함이 커졌다.     

여기서 말하는 이점이란 '스펙'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소통의 도구'의 관점에서도 유효하다.


영어를 잘해서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영어를 잘하면 우리의 '몸값'이 높아진다는 것을 안다. 특히 영어실력이 계급의 표식처럼 기능하는 한국 사회는 더하다.

     

그런데 이런 커리어적인 이점을 제외하더라도 영어를 잘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다.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리적 국경은 무색해진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비행기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도 끝내 넘지 못하는 국경이 하나 있다. 언어의 국경이다.

여행을 다니며 피어오르는 생각, 솟아오르는 감정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껏 나누고 싶어도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고구마 백 개 먹은듯한 답답함에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나는 벽을 느꼈다. 그곳에는 분명 언어의 국경이 존재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곤 했었다. “한국 가면 영어공부 좀 해야지.”


     

우리는 한국어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쓴다. 한국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소통할 수 없다.

세계 인구는 약 70억 명. 그 중에 한국어를 쓰는 인구는 대략 7500만 정도라고 한다.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한국어만 구사하더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 70억명이랑 소통하겠다고 언어를 일일이 배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그런데 70억명 중에 10억명이랑만이라도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다면 어떨까. 7500만명과 소통할 수 있는 삶에 비하면 훨씬 다이나믹한 삶이지 않을까? 영어를 할 줄 안다면 가능하다.


    

나는 직업상 의학 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 볼 일이 종종 있는데, 유튜브에 있는 해외 영상은 정말 고퀄의 영상들이 많다. 문제는 그것들이 모두 영어로 제작된 영상들이라는 것이다. 영어로 된 영상이 한국어로 된 영상보다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의 60퍼센트 정도가 영어로 되어 있다.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웹사이트는 전체의 0.7퍼센트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영상을 보며 나는 우리나라엔 정말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 안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언어의 벽에 가로막힌 탓이다.

훌륭한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세계에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혼자 아쉬움을 삼킬 때가 많다. 같은 역량을 갖고 있을 때 그 역량을 세계무대로 가져간다면, 한국 안에서 성공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보다 적은 노력으로 빛을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처럼 범위를 세계로 상정한다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정보의 습득과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긴다. 영어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고 있으면, ‘나라고 못할 게 뭐야?’ 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정에 불을 지피게 된다.





조승연 작가는 저서 <플루언트>에서 영어를 함으로써 얻는 장점을 간명한 언어로 표현한다.


「영어 공부의 목적이 단지 국내에서 좋은 대접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당당하게 겨루어 내 몫을 찾아 먹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나 자신, 내 생각, 내 스타일, 내가 만든 상품을 소비해줄 수십억의 세계인과 직접 소통하려면 영어 사용이 유창해야 한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 중 나에게 필요한 것을 신속히 골라서 내 머릿속을 채우고, 세계 어느 구석인가에 묻혀 있을 나를 이해해 주고, 내 생각과 삶의 철학에 동의하면서 함께 세상을 바꾸거나 돈을 벌거나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될 사람을 찾아내려면 영어 사용이 자유로워야 한다.」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인종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영어 사용자는 큰 불편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87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로스엔젤레스 시민과 런던 시민이 대화를 나누는 데 지장이 없다. 바로 이 점이 영어가 갖는 경이로움이다. 영어가 글로벌 언어로 부상한 이유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광범위한 지리적 분포, 서로 다른 영어 사용 집단끼리의 상호 소통 가능, 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Aran English>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아란 에듀테이너는 저서 <김아란의 영어 정복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에이, 난 그렇게까지 대단한 걸 할 생각은 없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말합니다. 설령 호떡을 판다 해도 영어를 할 줄 알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요. 왜냐하면 영어를 통해 요리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로 나가 호떡을 팔거나 해외 업체에 호떡을 홍보하여 이들에게 호떡을 납품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애초에 원어민 같아질 필요가 없습니다. 외국어는 원어민처럼 되려고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며,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죠.」



처음에 나는 영어를 잘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영어로 친구를 사귀고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면서 속도가 붙었고, 영어를 함으로써 얻는 이점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영어를 한다.


이 단계까지 오면서 영어가 마냥 재밌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 지루한 과정을 견뎌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럴 때 꺼내 보아야 할 것이 '나만의 한 문장'이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 나만의 Why를 한 문장으로 만들어 마음에 품고 나태해질 때 꺼내 보면,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이 생긴다.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고 더 넓은 세상에서 놀고 싶다.


처음에 정했던 나의 문장이다. 그런데 뭔가 착 달라붙는 느낌이 없어서 좀 더 임팩트있고 간결한 문장으로 새롭게 정해보았다.


영어는 내가 세상을 두 배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다.


산술적으로 보면 두 배 이상이다.

이 정도면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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