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늘 고통스럽습니다. 제 이름 걸린 책이 서점에 돌아다니고 있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빈 종이를 보면 괴롭습니다. 솔직히 꺼버리면 그만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우리의 욕망이 글을 부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모작가님께서 작성해주신 글쓰기 팁을 읽었습니다. 저도 몇백만 원 부은 후에야 알게 된 사실들이 적혀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용 선별부터 작성, 포스팅까지 뭐 하나 쉬운 마음이 없으니까요. 그 글을 읽고 며칠간 고민했습니다. 나름 글쓰기 노동자로 살고, 감히 작가라는 이름까지 달았으면서 내걸 내어놓지 않는 건 직무 유기 같아서요. 그래서 정리해 보는 나만의 글쓰기 팁.
1. 글감 찾기.
쓰고 싶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은 밀도부터 시간까지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안 써질 때 괴로움은 글쓰기와 점점 멀어지고 싶게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글이 있다면 글쓰기 버튼으로, 아직 아니라면 브런치 홈 버튼을 눌러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으세요. 쓰고 싶어야 잘 써집니다.
2. 연령대 낮추기.
가끔 글이 어렵게 읽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장이 길거나, 수식이 화려하거나, 어려운 한자가 많거나, 비유가 낯설 때 주로 그렇습니다. 문학성을 높이고 싶다면 그 방법이 맞겠지만 잘 읽히고 싶다면 한번 고민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어렵게 쓰려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렵게 쓸 수 있는 게 글이지만 제 생각엔, 가독성 빠진 글은 책임을 다 못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런 독자층이 넓은 플랫폼에선 무조건 쉽게 써야 합니다. 나랑 친해질 수도 있는 사람에게 어려운 글로 접근 못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쉽게 쓰려면 연령대를 낮추면 됩니다. 성인 대상이라면 중고등학생 정도로요. 그럼 어렵게 쓰지 않아도 될 이유가 됩니다.
3. 초고 쓰기.
초고는 토해져 나오는 대로 문장을 마구 주워 담는 행위입니다. 막 쓰세요. 문장은 아직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세요. 제가 글 배우면서 힘들었던 점은, 배우면 배울수록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늘어나서 나중엔 한 글자 떼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빨간펜 첨삭이 제일 싫었어요.
4. 같은 말 다른 표현 찾기.
초고를 완성했으면, 이제 지켜야 할걸 지키면서 문장을 다듬습니다. 저는 가장 집중하는 게 동어반복입니다. 같은 단어가 또 나오면 자존심 상합니다. 어떻게든 다른 단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재밌습니다. 그러면서 표현도 풍성해지고, 내 안의 감정을 조금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정낙림은 ‘어떤 단어 속에 들어있는 사상은 그 단어에 의해서 제약을 받는다’라고 했습니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언어의 감옥’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고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내 생각이 단어 안에 갇힙니다. 우리는 단어를 조금 더 풍성하게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을 생각하면서.
5. 소리 내어 읽기
어순, 양태, 조사, 어체 등등 우리나라 말은 다듬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대신에 더 수고롭고 복잡하긴 합니다. 가끔 어떤 선택을 해야 가장 의미전달에 효과적일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소리 내서 읽어봅니다. 입에 가장 잘 붙는 문장으로 선택합니다. 가끔 제 글을 보고 음성지원 된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뿌듯합니다.
6. 업로드!
게시 버튼을 누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이미 내 손을 떠나가 버린 오타를 인간미로 넘기는 훈련을 합니다. 그러기 싫다면 맞춤법 검사기 한번 돌려주시면 좋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내가? 감히? 글을? 말도 안 돼. 평생 메신저로 살 거라 생각했지, 메시지가 될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메시지가 된다니 너무 무서워. 그럼에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했기에 꾹 참고 하루 종일 글쓰기 훈련만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에세이, 희곡, 동화, 엽편소설, 시, 동시. 닥치는 대로 보이는 수업은 다 들었습니다. 몇백만 원을 글쓰기에 투자했습니다. 루틴을 짜서 매일 필사하고, 작법 수업 듣고, 글 쓰고, 쓰고, 또 쓰고, 피드백받고, 과제하고. 하루 종일 글만 썼습니다. 빨간펜으로 쭉쭉 그 여진 종이를 받고 마음도 아파봤습니다. 늘지 않는 글 솜씨에 화가 나서 울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쓰기 팁을 정리해 놓고 뿌듯했습니다. 음. 나도 많이 성장했군. 글은 근육과 같아서 엉덩이 붙이고 몸을 써야 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학원 다니면서 글 쓸 일 참 많아졌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글 쓰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