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시간의 쓸모

<숲 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by 이지미


엄마,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네. 비 오면 꼭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생생하고 강렬해서 나이가 많이 든 후에도 비가 오면 눈앞에 선연히 그려질 것만 같은 기억.

올해 봄, 하준이를 데리고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며 겪었던 어떤 하루에 관한 기억이야.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저녁이었어. 바다에서 진이 빠지도록 놀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하준이를 데리고 마을 광장으로 나갔어. 하루 일정을 마친 꼬마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어. 꼬마들은 마음의 벽 같은 건 조금도 없다는 듯이 활짝 자기를 열어 보이며 금세 친해졌지. 광장 여기저기를 우르르 쏘다니며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들만의 대단한 놀이를 하며 깔깔댔어. 그 모습을 멀찍이 서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났지.


(후략)

출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