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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미 Feb 08. 2023

사이 좋은 엄마, 아빠의 비밀

 아이가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스케치북 하나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리는 꼬마 예술가의 특별 요청이 있었기에 기분 좋게 등록을 해줬다.     


 낯선 친구들 사이로 쭈뼛쭈뼛 들어가 자리에 앉는 아이. 이따 데리러 온다는 눈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한 시간 후 데리러 갔더니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아이가 완성한 작품을 보여주며 말씀하셨다.  

   

 “오늘 가족화 그리기를 했어요. 하준이는 이렇게 그렸는데요, 이 부분의 포인트에요. 엄마, 아빠가 손을 잡고 웃고 있는 모습이요. 두 분 평소에 사이가 정말 좋으신가 봐요.”    

 



어머나.

정말 우리 부부가 활짝 웃으며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 아빠가 이렇게 다정한 모습이라니 기분이 좋다.     





캬. 그동안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화가 부르르 끓어오르는 순간에도 아이 앞에서는 꾸욱 참았다가 아이가 잠든 후 치열하게 한판 했던 것!

참을 수 없을 때는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둘만 남아 전투를 치르던 것!(멋진 우리 시어머니는 '그 자식이 미쳤구나'하며 며느리 맘을 알아주신다ㅎㅎ)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오를 만큼 남편이 미웠던 날에도 아이 앞에서는 휴전을 선택했던 것!     


부모의 다툼을 보는 것이 아이에게는 온 우주가 요동치는 것 같은 불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벌렁대는 마음을 꾹꾹 누를 수 있었다.


사실은 엄마, 아빠도 네가 모르는 곳에서 전쟁 같은 사랑을 치르곤 했단다, 하준아. 호호.     






 아이가 제법 자라 ‘갈등’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아이 앞에서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땐 아이가 알아듣게 꼭 이야기해주었다.      


“어른들도 생각이 달라서 다툴 때가 있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면 다툴 수도 있는 거야.”     


차분히 설명 후 다시 남편과 전투.

전투는 웬만하면 하루를 넘기지 않았고, 전투가 끝난 후에는 꼭 아이 앞에서 화해하며 서로 꼭 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년 전엔가, 꾹꾹 참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하소연하던 나에게 내 사랑 오언니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아냐, 아이 앞에서 폭발하며 싸우지 않은 것만큼은 정말 잘한 거야. 그 기억은 아이를 키우는 내내 네 훈장이 되어줄 거야.”     



 오늘은 그 훈장이 아이의 예쁜 그림으로 전달된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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