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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미 Feb 16. 2023

이상하고 아름다운 새벽독서모임

불안하고 간절한 사람들이 모여 새벽을 나눈다.


무엇이 새벽 4시에 눈을 뜨게 하는건지,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건지,

무엇에 이끌려 이토록 치열한지,




뚜렷한 실체를 만질 수는 없지만,

한걸음씩 뚜렷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불안합니다.."

불안을 나누어주신 한 선생님의 말에

내 불안도 고개를 내민다.



'내 시간은 한정적인데, 휴직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텐데, 이 시간 동안 마음껏 놀면서 보내지 않으면 후회하지 않을까. 이렇게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어 살아가는 하루가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무용한 시간이 되면 어쩌지. 나는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하면, 그러면 어쩌지.'



희미하게 내 안에 살고있는 불안이다.



교수님은 말했다.


"그냥, 이 길이 그런 길이에요. 그냥 나라는 사람에게 주어진 길이 이런 길인거지요. 골프 치면서 놀아도 되는데, 티비 보면서 한가하게 보내도 되는데, 그거 보다 이게 더 좋은 거잖아요. 이게 더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맞다.


난 그냥 이게 좋아서 한다.

잊고 있었다.



난 그냥 책을 읽고, 나를 알아가고, 내 소명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


이게 좋아서 한다.

그냥 이 길이 그런거고, 나는 이게 좋다.



무엇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은 옅어진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다.

내가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고, 난 이게 좋으니까.



좋아해서 하고, 간절해서 한다.


내 간절한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우주에 가닿겠지.

그때는 온 우주가 나에게 힘을 실어주겠지.

여기까지 잘 왔다고, 너의 간절한 소망이 실현되게 도와주겠다고 말하면서.


오늘 대화는 너무 벅차서

눈물이 가슴끝에, 목끝에 그렁그렁 맺혀있다.



그 곳에 모인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나도 한 조각의 우주가 되어 돕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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