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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자전거 Aug 22. 2021

샤오미, 삼성을 잡다

샤오미, Global 스마트폰 No.1의 꿈

올해 초, 샤오미 CEO가 내부적으로 중대 발표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사업부 모든 인원이 대강당에 모였다. (해외 상주 근무 인원들은 Zoom으로 참석했다)


샤오미 CEO 레이준 이하 주요 간부들은, 나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들 앞에서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향후 3년 안에 무조건 글로벌 스마트폰 No.1 제조사로 올라서겠다"


삼성과 애플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사실상 두 브랜드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공허한 슬로건에 그치지 않았다. 대업을 도모하려면 내부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하는 법이다.

글로벌 사업부 총괄 임원이 단상에 서서 레이준의 최종 결재를 득한 Action plan을 호기롭게 발표했고, 

임직원들은 설레는 눈빛으로 샤오미의 꿈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사실 글로벌 No.1 달성이라는 샤오미의 꿈은 작년(2020년) 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화웨이가 작년에 미국으로부터 철퇴를 맞고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샤오미 내부에서는 화웨이가 차지했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신속하게 흡수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실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향후 3년 안에 No.1이 되겠다고, 같이 목표 달성해보자고, 할 수 있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풋. 솔직히 우스웠다. 아무리 샤오미 내부자로서 샤오미의 역량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지만,

삼성과 애플을 3년 안에 뛰어넘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샤오미는 연초에 목표했던 "3년 안에"가 아닌, 단 "3개월 만에" No.1을 찍어버리고 말았다. 



6월에 글로벌 판매량 1위를 달성한 것도 대단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상승세다.

지난 6년간 글로벌 점유율 차이를 보자.


샤오미 : 5.2% → 17.1% (↑11.9% p)

삼성 : 21.9% → 15.7% (↓6.2% p)

애플 : 14.2% → 14.3% (↑0.1% p)


삼성과 애플이 지난 6년간 고전하는 동안, 샤오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2분기 기준으로 놓고 봐도, 샤오미는 기타 브랜드 대비 압도적인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글로벌 Top 브랜드의 격전지라는 유럽에서도 2분기 기준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샤오미가 전무후무한 실적을 냄과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가장 많았던 질문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샤오미는 중국 내수 판매 1위라는 호실적에 힘입어 글로벌 1위를 달성한 것 아닌가?


: 아니다. 오히려 중국 내수는 화웨이, 오포, 비보라는 세 브랜드가 오랫동안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오포와 비보는 중국 내수 마케팅에 잔뼈가 굵으며, 2~3선 도시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을 해왔다. 

이 덕분인지, 올해 들어 화웨이가 사라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고한 넘버 1, 2 플레이어로 안착했다.


오히려 샤오미 그룹은 스마트폰 사업 초기부터 Global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올해 2분기 샤오미 스마트폰의 해외 매출 비중은 75%로, 올해 1분기(73%) 대비 2%p 성장했다.

반면 오포와 비보의 해외 매출 비중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2. 2분기 유럽 판매량 1위라는 실적은 삼성의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에 힘입어 어부지리로 달성한 것 아닌가?


: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삼성은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을 겪었고, 이에 따라 유럽시장 실적 부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샤오미도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글로벌 부품사 주요 공장 셧다운 → 부품 공급 차질 → 생산 물량 감소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매일/매주 공급 문제 해결 관련 수많은 비상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회의를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건,

샤오미는 부품 조달 및 생산 정상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A라는 공장이 코로나로 셧다운 되면, 공장 재개까지 "어쩔 수 없다"라며 손 놓고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Plan B, Plan C가 치밀하고 꼼꼼하게 세워져 있음은 물론이고, 

주말과 공휴일을 모두 반납하면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Plan을 기필코 찾아내고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에 옮긴다.




영원한 1등은 없다.

수십 년 전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브랜드인 소니와 노키아. 

과연 삼성에게 왕좌의 자리를 내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삼성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1등의 다디단 꿈에서 깨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적을 이기려면 적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방심하는 동안, 샤오미는 글로벌 수십 개 나라에서 찬사를 받으며 이미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도대체 왜 글로벌 많은 나라에서 이렇게 샤오미 스마트폰과 샤오미라는 브랜드에 열광하는지, 심도 있게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샤오미가 글로벌 스마트폰 2위 브랜드가 되던 날, 내부에서는 조촐하게 아래의 포스터 하나로 글로벌 2위를 자축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2위 달성에 따른 격려금도, 특별 휴가도, 자축하기 위한 회식조차도 없었다.

1위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아니 1위를 달성해도 꿋꿋하게 앞만 보고 달려갈 거 같다.

무서우면서도 경이롭고 대단한 기업이다.


따라서, 샤오미의 비결은 무엇인지, 어떠한 철학으로 비즈니스를 하는지 내부자의 관점에서

앞으로 찬찬히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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