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색깔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영화
사전 개봉(?)을 했던 지난주 15일 저녁에 부산행 영화를 봤다. 워낙 좀비 영화를 좋아라 하는 커플이고 최근 대세인 마요미가 출연을 한다고 하고... 게다가 감독이 연상호 감독이닷!!! 연상호 감독이 실사 영화를 첫 연출하는 데 것도 좀비 영화!!! 와우 안 봐서는 안 되는 영화였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뭔가 심심한 부분이 있어 나중에 참고 차 끄적여 보려고 한다.
(스포일러 있고 약간은 잔인할 수 있는 영상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먼저, 연상호 감독은 어떤 작품을 연출했었나?
굉장히 쇼킹하게 봤던 국내 애니메이션이 두 편이 있었는데... 공교롭게 모두 연 감독의 작품이었다.
사이비와 돼지의 왕이었다. 두 영화에 대한 설명은 생략. 아래 예고편을 보시고 나서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보시는 편을 추천함.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연출을 하는 감독이라...
돼지의 왕(2011), 연감 독의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 종교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
https://www.youtube.com/watch?v=1vlRsXUgDLU
그런데 이번 부산행을 보기 전과 본 후에 연상호 감독 관련 서칭을 해보니 영화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이미 개봉을 해서 해외에서는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서울역(2016),20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
https://www.youtube.com/watch?v=HrBT4pyaTOE
애니 서울역은 아직 보진 못했지만 예고편과 알려진 스토리를 보면 영화 부산행의 서두로써 딱 떨어진다. 서울역의 성우 연기로 배우 심은경이 출연을 했는데 영화 부산행 초기 장면에서 기차로 뛰어든 여학생이 바로 심은경이 분장을 한 감염된 좀비. 심은경의 출연은 단순 카메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 부산행에 꽤 오래 살아남은 사람 중에 노숙자 한 명(미생의 박 대리)이 있는데 그 역시 애니 서울역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고.
물론 영화감독이 늘 같은 패턴의 연출을 할 당위성은 없다. 하지만 연상호라는 이름이 주어지는 선입견은 좀 강하고 대단한 것이어서 너무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연감 독의 작품 중 최근에 본 것은 호러 장르라고도 할 수 있는 지옥의 삶, part 1,2이다. 이 작품은 잔인한 장면도 있고 조금은 머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 심약하신 분들은 보지 마시길. 보실 분들만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kPOMiedv63Q
다시 영화 부산행으로 돌아와 보면, 예상되는 상황과 장면들이었지만 마동석 씨도 나오고 김의성 씨도 나오고 해서 조금은 다르게 전개가 되려나 하는 실 낱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역시는 역시.
물론 영화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이 된 것은 나쁘지 않았다. 후반부에 전통적인 부성애를 바탕으로 하는 신파극으로 치달을 때는 슬프지만 오그라드는?! 뭐 그런 느낌이었다.
아역으로 나오는 친구야 뭐 연출에서 요구하는 대로 했을 텐데(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되는) 너무나도 조숙하고 어른 같은 연기를 하려는 것이 나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개취이니 참고들만 하시길. 극 초반부터 계속 거슬렸던 부분이다. 뻔한 부성애의 구조로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것이 엄청난 잘못은 아니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봐와서 반복 학습에 지겹기 때문이다. 해외 영화와 같은 시각으로 비교를 하긴 뭐하지만 월드워 Z의 경우에도 가족이 나오긴 하지만 극 전체를 관통하지는 않는다. 나는 전설이다 역시 가족이 나왔었지만 사고로 잃는 스토리로 나오고 셰퍼드 한 마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어차피 연출, 기획을 해서 제작이 되는 영화이니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건 관객의 당연한 기대 심리가 아닐까?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꼬마라 김수안 아역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만만치 않은 작품들에 참여를 했었다. 호러, 스릴러, 드라마 등 굉장히 다양한 작품에 나왔더라.
영화 부산행의 전체를 설명은 하긴 어려우니 출연자들 중심으로 풀어보고 마무리.
공유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으나 뭐 보통 정도는 하지 않았나 싶다. 상대적으로 마동석이 워낙 순발력 있고 위트 있으면서도 존재감이 확실하게 각인이 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개봉 전에 예능이나 인터뷰에 안소희가 자주 나오길래 유심히 봤으나... 이하 생략. +_+ 고속버스회사 상무 김의성의 경우 욕을 많이 먹고 있긴 하나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나오는 전형적인 심리 상태의 인간을 보여주고 있다. 그냥 가장 우리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했다.
(스포일러 있음) 결국 모두 죽고 임산부 정유미와 공유 딸 수안이만 살아남아 멈춰 설 수밖에 없는 기차에서 내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이 있다. 맞은편에서는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방어 중이고...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임산부와 어린아이만이 살아남아 부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 나간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터널 안에서 아빠에게 들려주지 못한 노래를 수안이가 부르는 장면은 사실 너무나 신파적이고 억지스러운 결말을 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이기만 했다. 그런 거 있잖나... 이 영화는 마지막이 엄청 감동적이니 관객 모두 감동받아 울어야 하는 거야!!~ 하는 약간은 뻔한 그런?!?!
터널 앞 멈춰 선 기차가 부산 초입에서 멈춘 건지 정확치 않지만 부산에는 생존자들과 군부대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의 메시지를 주기에는 약하다. 연상호 감독의 기존 작품에 빗대어 다른 결과를 상상해보면 어떨까?
좀비로 변한 공유(좀비 리더, 마치 로메로 감독의 랜드 오브 데드의 영리한 좀비 '빅 대디'같은) 가 끝까지 기차를 몰고 부산으로 진입을 하고 결국 부산도 뚫리는 것으로. 뒤를 이어 마동석 좀비도 부산으로 합류해서 한반도가 모두 좀비 떼로 점령이 되고 좀비만의 세계가 되었다는 마무리. 그런데 살아남은 정유미가 출산을 하는데 태어난 아이에게서 좀비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면역 물질이 발견되는... :) 너무 비극적일까? 영화 결말이 꼭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선 벗어나도 좋을 것 같다. ㅎ
여하 간에 올만에 영화 보고 끄적여 봤는데 지극히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보시려고 하는 분들은 참조만 하시고 이미 보신 분들은 아 이런 의견도 있겠구나 라고 정도 봐주시면 될 듯하네요~
전체적으로는 나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대단한 재미나 감동이 있지는 않았던 작품, 이라고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감독의 전작들로 인한 기대감이 높아져서 그랬던 것이라 생각이 된다. ★★★☆☆
-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