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런트>
마케팅에 관심을 가진 후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던 중 '리디셀렉'에 문영미 교수의『디퍼런트』가 새로 업데이트되어 이때다 싶어 바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대로 '다름different'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책이다. 문영미 교수는 동일함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 원인을 차별화의 대표적인 요소로 여겨졌던 '경쟁'을 지목하고 있다. 즉, 경쟁이 치열해짐으로써 오히려 동일화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에 대한 이유를 다양한 사례와 소비자 분석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와 유권자는 유사하다?-
어느 나라든 선거가 되면 떠들썩하다. 대한민국에서도 21대 국회의원 선거로 떠들썩 해야 하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과거보다는 조용하게 느껴진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중심을 잡기 위해(?) 양극단의 유튜브 채널들을 한 번씩 보곤 하는데 그걸 보고 나서 선거때는 정책도 꼼꼼히 살펴보고 후보자들도 유심히 관찰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막상 선거일이 되면 그 사람이 그 사람 같고 정책도 비슷하여 어디에 선거권을 행사 해야되는지 혼란이 온다. 그리고는 결국 내가 아는 정당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거의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을 하고 투표장을 나올 때면 제대로 된 판단도 못하는데 내가 투표권을 행사해도 되나? 판단을 유보할 걸 그랬나?라고 반문하면서 집으로 털썩털썩 걸어간다. 물론 내가 정치에 관심이 적고 정책을 검토 할 만한 능력과 시간이 부족하여 이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사는 것만 해도 바쁘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 한들 꼼꼼하게 파악하기에는 무리다. 그러면 결국 자신의 성향에 맞는 부류 속에서 선택하기 마련인데, 이 모습이 마치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소비할 때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정말 비슷한지『디퍼런트』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유권자의 공통점을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각 정당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공통된 부분이 많고 기존의 정책에서 확장 혹은 축소 정도의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하고 궁금증을 자아낸다.『디퍼런트』에서는 기업 간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차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차이는? 업계의 종사자나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의 경우 거시적인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디퍼런트』에서는 바로 '치열한 경쟁'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오히려 차이점을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가는 과정에서 점점 제품들과 서비스가 비슷해지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도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지만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에서도 적용된다. 양정당이 경쟁하면서 국민들의 의견(소비자의 의견)을 수용하다 보면 상대방이 내세운 정책들을 일부를 받아들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덧 양정당의 정책들이 점점 비슷해져 있다. 결국 유권자들 또한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게 되고 큰 카테고리 안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어떤 카테고리 안에서 주로 선택을 할까? 『디퍼런트』에서는 크게 다섯 카테고리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카테고리 전문가'이다. 이들은 제품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내고 비교하여 선택하는 전문가이다. 브랜드보다는 자신의 카테고리에 따라 주로 선택한다. 선거에서도 정당에 따르기 보다는 인물부터 정책까지 꼼꼼히 분석하여 선정한 후보자를 찍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회주의'이다. 이들은 카테고리 전문가와 비슷하게 특정 브랜드에 집작하지 않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카테코리에 대한 집착이 적다. 즉, 자신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는 것이 있다면 카테고리에 관계 없이 소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굉장히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선거에서는 카테고리 전문가 처럼 투표를 하기도 하지만 이익이 되는 정책이 있다면 올바른 방향과 상관없이 찍기도 하고 정말 마땅하치 않으면 선거를 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실용주의자'이다. 실용주의자는 브랜드 간의 차이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일반적 습관, 가격, 편리함에 따라 소비하는 층이다. 유권자로 치면 투표소가 가까이 있거나 투표하기 편리한 시스템이 마련돼있는 등의 요건에 따라 투표권 행사에 영향이 미치는 사람들이다.
네 번째는 '냉소주의자'이다. 이들은 마지못해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에 불평을 하기도 한다. 선거를 해도 바뀌는 것도 없고 가봤자 찍을 사람도 없고 그래서 투표를 하러 가지 않는 유권자들이다.
다섯 번째는 '브랜드 로열리스트'이다. 이들은 수 많은 경쟁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유권자로 치면 이들은 특정 정당 혹은 이념 아니면 후보에 초점을 맞춰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다.
소비자와 유권자가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면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억지로 끼워 맞춘 거 아니야?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오늘 선거를 하고 돌아오면서 이렇게 느껴졌다.
※ '주저리주저리'는 책을 읽고 떠오른 개인적 생각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적어 보는 코너 입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