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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워킹맘 손엠마 Jul 21. 2020

<1> 내 집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걸까?

내집 마련을 결심하던 그 순간 ㅡ

2013. 겨울


부동산 사장님 : 새댁, 지금 집 전세가 1억 2천인데 매매가 1억 4천이야. 2천 밖에 갭이 안되니 그냥 사!

부린이 엠마 : 어우, 대출이 1억인데 2천이나 더요? 괜찮습니다. 


2020. 현재

일산의 그 집은 최근 매매가 2억까지 올랐다.


결혼 6년차, 애둘맘이지만 우리 부부는 그간 부동산에 '1'도 관심이 없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은 '속물', '나쁜 사람', '욕심쟁이'라는 다소 통속적인 마인드가 있어 부동산은 나의 관심 밖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신혼집을 구할 때만 해도, 전세 1억 2천인 집이 매물 1억 4천에 나왔으니 사는게 어떻겠냐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에 '부동산, 그거 사서 뭐해~'라는 혼잣말을 했을 정도니 나의 무지함에 뒤늦게 후회가 쓰나미로 몰려왔지만, 그래도 지나간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새로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도 한다. 


내 / 집 / 마 / 련


내가 집을 사겠다고 하니, '돈 많은가보다', '돈 좀 모았나보네' 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집은 돈을 모아서 사는게 아니라 사서 불려야 한다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나니 (물론 최소한의 씨드머니는 있어야!) 내집 마련은 결코 돈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최종 잔금이 3개월 가량 남아있지만, 나의 첫 내집마련 고군분투기를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아들아보고있니?)



# 꾸준한 임장과 비교를 통한 지역 선정


내 집 마련의 첫 번째 스텝은 지역 선정이었다. 사실 예산을 먼저 수립하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주거 지역이 중요했기 때문에 예산보다는 지역 선정을 미리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반드시 예산 확인을 먼저할 것 같다. 그래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첫째가 6살, 둘째가 3살이라 초등학교를 쭉 다니거나 아니면 저학년일 때까지만 버텨볼 수 있는 지역으로 봐야했고, 처음부터 임장을 막 다니기보다는 우선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임장을 먼저 다녔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것들이었다. 


1) 출퇴근이 편리한 곳인가? (버스만 있는 곳은 X, 무조건 지하철)

2) 초등학교와 아파트의 거리가 가까운가? (일명 초품아)

3) 주변에 병원, 상가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가? (지금 집은 편의점 달랑 하나..)

4)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곳이고 주변에 일자리가 있는가?


1,2,3,4번 모두 각종 부동산 사이트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항목들이기 때문에 각종 사이트들을 넘나들며 비교해보고, 부동산으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쉽게 다가가는 성격이 이 때,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모르게 '사장님~, 아 그러셨구나. 이거이거는요? 아~ 진짜 그렇네요!' 중간중간 사회생활성 멘트를 넣어가며 내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러다 한번은 '아, 근데 어느 부동산 사장님이세요?' 라고 전화를 받으신 부동산 사장님도 있으셨다. 


그렇게 전화를 돌리고 집을 보러 막상 임장을 가도 원하는 집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세입자분이 집을 보여주지 않거나, 갑자기 일방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으시거나 하는 등등..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모임 후에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서 6,7시까지 집을 보러 다니니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서러옴이 살짝 몰려왔다. 이 넓은 단지에서 한가롭게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부모들을 보거나 할 때면 더더욱 말이다. 서러움의 정점을 찍은 것은 겨우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탄 순간, 부동산에 핸드폰을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아, 나의 멘탈이여


내집 마련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딱 맞는 정답을 찾아 공식도 없는 이 과정을 겪으려니 부동산 초보인 나에게는 정말 가혹한 일이었다. 내집 마련을 하지 않는다고, 전세로 산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 편히 전세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자꾸 현실과 타협하는 생각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나날이 강화하는 부동산 규제와 치열한 자본주의 게임에서 온전한 내 집을 한채는 꼭 갖고 싶었고, 그렇게 내 가족들을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지키고 싶었다. 


7시간을 걸어다닌 끝에, 좋아하는 냉면집에서 혼밥하며 신문 기사를 보던 그 순간,

아침 일찍 일어나 근무하기 전까지 매일 1시간씩 부동산 책을 읽던 그 순간,

독서모임을 리딩하며 맘님들과 많은 정보,이야기들을 쏟아내던 그 순간,


각각의 순간들이 모이고 쌓여 그제의 계약서를 만들어낸 것 같아 모든 것에 감사하다.

(계약서 쓰고 긴장이 풀려 하루종일 몸살난 것은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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