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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민 Dec 01. 2023

정말 어려운 걸까, 겁먹은 건 아닐까?

안도감에서 나오는 눅진한 마음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관계 거리감 속에서 안정을 얻고 그것이 이 사회의 새로운 미덕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조그마한 실수라도 할 것 같으면 지레 긴장감에 경보모드가 발동되었다.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촘촘히 사고하기 시작했다.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되돌려줄 계획을 세웠고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고 거절하기 위한 2안 3안을 모색했다.


 그렇게 나는 감성으로 잘 포장된 개인주이자 타인에게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늘에서야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눅진하게 관계 속에서 구르는 캐릭터들을 볼 때면 민폐다. 질색이다. 왜 저려냐 했다.


 실수를 하면 질책으로 이어질 거란 자동연산작용으로 이것이 훗날을 위한 발판이라 던 지 해프닝이라고 웃어넘길 여유가 없었다. 거기엔 막다른 절벽으로 밀어붙이는 자아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완벽주의자만이 쓸모 있다는 귀결점에 닿아 열심히도 나의 쓸모에 노력하며 살았다.


 그런 말끔하고 단정한 관계가 어쩐지 부자연스럽다고 여겨진 건 시댁에서 내 태도를 관찰하면서 부터였다.


시부모님은 말 그대로 애지중지 나를 대해주셨고 나의 까탈을 대수롭지 넘겨주셨다. 그런 환경에서 날을 세우고 있기란 쉽지 않다.


 물론 분별없이 관계를 감정으로만 엮고 싶지는 않지만 놓아도 되는 마음을 들들 볶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진 않는다.


 적당한 거리와 상호존중이란 미명하에 가시 돋친 피해자를 자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에 능글맞아 지진 않겠지만 이제 시댁에 가면 대충 누워서 뒹구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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