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빛의 아이가 태어났다
너무 무서웠다.
집에서 초등학교(=국민학교 마지막 세대이지만 편의를 위해)를 가기 위해서는 수성교를 건너야 했고 다리 끝에는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여느 날처럼 횡당보도를 기다리고 있는데 느티나무의 밑동 구멍에서 무언가가 나오고 있었다. 알에 쌓인듯한 물체가 액체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아기가 태어날 때처럼.
나무가 생명을 낳는 건가? 너무 놀라 얼어버렸다. 그러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느티나무는 병아리를 낳았다. 그것도 죽은. 못 볼걸 본 것 같았다. 나쁜 기분을 떨쳐버리려 뒤돌아서는데 느티나무는 또다시 진통을 하며 무언가를 낳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크고 길었다. 무서웠다. 또 죽은 생명을 보고 싶진 않았다. 천천히 미끄러지듯 빠져나온 건 오렌지 빛깔을 한 여자아이였다. 너무 놀랐다. 그리고 아이는 천천히 일어나 나를 보았다. 아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아이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오렌지빛은 점점 더 강해지고 환해졌다. 나는 더 무서워졌다. 기이한 탄생장면을 본 것도 모자라 그 아이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니!
도망치듯 학교로 갔다. 그 아이가 나를 헤치면 어쩌나 해서 허겁지겁 달려갔다. 학교에 도착하고 교실로 들어서자 선생님은 전학생들이 있다고 했고 그중의 한 명이 그 오렌지빛의 아이였다. 맙소사.
그 아이의 의중을 헤아리려 나는 그 아이를 모른 체 하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그 아이가 초능력이 있어 내 마음을 아는 게 아닌가 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다행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다만 나를 계속해서 보고 있었고 다른 의도는 없어 보였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티 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오렌지빛의 아이는 가만히 나를 응시했고 그 눈빛은 사견이 섞이지 않은 투명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 아이는 왜 내게서 태어난 걸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