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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산동 올빼미 Nov 10. 2021

인사? 그거 별 거 없잖아!

인사를 바라보는 너의 시각 -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초중고를 대부분 함께 보냈고, 지금까지도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찐 절친들입니다. 약속시간과 장소를 잡고, 약소 당일 만나기 전까지 약간의 설렘이 있었는데, 아마 맛있는 음식먹으며 수십 번을 반복해도 지겹지 않을 추억 소환,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 주제에서 얻을 웃음을 생각하니 즐거웠나 봅니다. 하지만 그 만남 후, 저는 큰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약속 당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 주제는 축구 국대, 부동산, 백도어 프로그램... 그리고 입사지원서 필수 입력 항목에 대한 얘기로 흘렀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펼쳐는 대화 주제입니다.)

장애인 고용과 보훈 여부 등에 관한 얘기였는데, 어쩌다 보니 인사쟁이 밥벌이 11년 차인 제가 설명을 해줘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채용을 담당했었는데, 지금은 안 하거든. 여튼 내 생각에는... "

그리고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친구 한 명이 말을 가로채며 말하였습니다.

"채용 업무 안 하면 인사업무 뭘 한다는 거지? 딴 게 있어?"

"......"  (상세히 설명을 해줄까, 무시해 버릴까, 아니면 욕을 해줄까 고민 중 )

그런데 남은 두 친구들도 그 친구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친구가 내뱉은 말은 '인재 확보나 채용 브랜딩' 관점에서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며, 인사에서 하는 일이라곤 '퇴사하면 그 빈자리 채우는 사람 뽑고, 제 때 급여 주는 게 전부'라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언짢았고,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습니다. 결국 제 선택은 그 자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묵언이었습니다.


주말 동안 '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사 = 채용이 전부(사람 뽑는 거)'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먼저, 대다수 직장인들이 경험하게 될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인사제도를 대략 나열해 보았습니다.

입사 전~초기 : 채용공고, 면접 진행, 근로계약서 체결, 온보딩 활동 등

재직 중 : 급여, 성과급, 인사평가, 승진, 건강검진, 학자금 대출, 복지몰, 휴가, 근태, 부서/보직 변경에 따른 인사발령, 제증명서 발급, 교육훈련, 법정 의무교육 등

퇴사 : 퇴직원 제출 및 퇴직 전 면담

더 살펴보면, 사실 이보다 다양한 인사제도가 인사쟁이들의 고뇌와 노고를 통해 펼쳐지고 있을 것입니디. 물론 회사 규모, 업종, 분위기, 경영상황, 직원 니즈, 경영진 기대수준 등 복합적인 사정에 따라 인사제도의 종류와 형태는 천차만별이겠지만요.


여기서 잠깐 제가 생각하는 인사에 대해 말씀드리면, '직원들이 각자의 일에서 최상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직원과 관련된 유무형의 서비스를 기획하여 운영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HR의 일이라는 게 정해진 국룰이 없으며, 각 조직이 정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어찌 됐든 인사쟁이들의 업(業)의 대상인 직원 입장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인사 제도 및 서비스는 기억 저 멀리 사라지고, 덜렁 '인사 = 채용이 전부'라는 개념으로만 인식되고 있으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아울러 이런 섭섭한(?) 인식이 형성된 데에는 채용과 입사 초기에 받았던 임팩트만큼의 인사 제도를 경험하지 못한 까닭일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인사팀 입장에서는 앞서 나열한 많은 인사 제도를 기획/운영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결론적으로,

이번 고민은 불현듯 인사를 생산과 마케팅*에 비유해 보면서 '나 역시 그동안 다양한 인사 제도를 생산하였는데, 소비자가 충족되게끔 만들었던가? 또, 마케팅은 제대로 했나?'라는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오해 받는 인사(HR) 저의 경험을 토대로 제대로 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인사쟁이들의 고민과 검토의 결과물, 그리고 그것을 직원들에게 딜리버리하는 과정에 대한 비유입니다.



보통 인사쟁이의 경험과 생각을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자

앞으로 인사담당자가 경험한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솔직한 생각, 성장을 위한 자기개발,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공감하고 수용하는 인사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엉뚱한 고민을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비록 그럴싸한 솔루션이 담긴 해피엔딩보다 실패에 가까운 미완의 결말이 대부분일 수도 있겠으나, '인사쟁이 생활밀착형 얘깃거리'를 통해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회사원들이 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글을 부지런히 남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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