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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산동 올빼미 Nov 10. 2021

진짜 이직 이유를 말해봐요.

이직, 유인동기와 추진동기

최근 이직을 고민하고 준비하면서 겪은 경험과 생각의 일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현재 회사에서 꽤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일해온 저는, 최근 복합적인 이유들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일자가 약 7년 전이었던 경력기술서를 꺼내어, 그 이후 스펙터클 했던 경험을 업데이트하기로 마음먹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꽤 많은 분량의 초안을 보며 "나 열심히 살았구나" 라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도 잠시, 비슷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삭제하고 이것저것 다듬다 보니,  A4 두 장이 채 되지 않는 경력기술서로 정리되었습니다.

(경력기술서는 많은 분량이 필요없다고 하나, 것을 보고 있허망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요)

 

유명 잡포털에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오픈하였고, 그때부터 수시로 이력서 열람 조회를 확인하고 꾸준히 들어오는 헤드헌터의 포지션 제안을 살펴보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주식보다 잡포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어플로 자리 잡았고, 매번 알면서도 속는 듯한 기대감으로 어플 접속을 합니다. 마치 낚시꾼이 대어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낚시찌를 바라보는 마음이 저와 같을 듯합니다. (아쉽게도 미끼가 빈약한 탓인지 아직 대어만요.)

솔직히 현재까진 이직 진행 생각보다 순탄치 않 당혹감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병원 검진을 받고, 카페에 앉아 여유로움을 즐기던 중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 회사 면접 불합격하셨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달드리지 못해 죄송하며, 추후에 좋은 포지션으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헤드헌터 ***"


면접을 꽤 잘 봤다고 생각했고 합격 자신하고 있던 터라, 불합격 통보가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으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부족했지 지난 면접을 머릿속으로 복기해 봤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추측되는 이유와 관련됐을 면접 질문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왜 이직하려고 하는가?

게임업종의 HR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입사한다면, 본인의 역할 기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HR 담당자로 자부심을 우리 회사에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직원들이 HR을 낮게 본다. 괜찮겠는가?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떠나고 싶은 조직의 환경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공통적으로 '이직사유와 적응'에 연관었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평범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 면접관 궁금증을 충분히 어주고 의문을 깔끔히 해소시킬 만한 답변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HR 각 제도에 관한 실무경험과 그것에 관한 소견에 대해서는 나름 매끄럽게 답변을 하였고, 심지어 면접관도 공감한다는 취지로 화답을 해주었으므로 실패요인(?)은 아녔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매거진에서 읽었던 아티클  여행(관광) 동기에 관한 내용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여행 동기는 크게 유인동기와 추진동기로 나뉜다는 간단한 내용인데, 제 이직의 유에 빗대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관광 동기는 관광지의 매력에 이끌려 여행을 떠나게 되는 유인 동기(Pull motivation)와 일상에서의 탈출을 위해 떠나는 추진 동기(Push motivation)로 나뉜다.
[DBR 2021.11,  MZ세대기 원하는 로컬여행의 조건, 남민정]                                                    


'이직에 있어서 나의 유인동기와 추진동기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정리될 줄 알았던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유가 나오지 않으니 '경력개발', '성장 가능한 환경'과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긴 스스로 납득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늘어가는 온갖 스트레스와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수백수십 번 마주할 때마다, '역시 이직 결심은 잘한 선택이야. 빨리 떠나야 돼' 라며 합리화하였지만, 정작 왜 그런 감정들이 생겼는지에 대한 원인, 환경, 감정을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답(이직이유)이 정리되지 않은 채, 면접용 답안 배우가 대사를 외워 연기하듯 적당히 했지만 AI 버금가는 면접관의 직관과 경험에 비춰보았을 때 그 답은 의구심이 들만 했을 것입니다.

결국 면접관 앞에서는 솔직함 한 스푼을 넣은 쁘게 포장 멘트를 할 지라도, 최소한 제 자신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직사유가 명확하지 않으니 이직하고 싶은 기업과 조건도 없었고, 그로 인해 그때마다 다른 오퍼의 조건에 제 자신을 끼워 맞추고는 그 상황을 합리화시키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래처럼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죠.


"도전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좋지. 난 성취욕이 강한 편이니까"

"그래, 지금 직장은 연봉이 적어. 보상이 많아야 일할 맛이 나지. 대기업으로 가자"

"결국 사람 관계야. 게임/IT 회사처럼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최고지."

결과적으로, 너무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으로 짚어봐야 했던 점에 대해 준비 없이 치렀던 지난 면접은 차라리 떨어진 것이 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와 불만족스러움만 있을 뿐 정작 뚜렷한 동기와 방향성이 없었기에, 설령 이직했더라도 그 만족도 높지 않았을 테니까요.

(무턱대고 한 행동이 운 좋게 좋은 결과를 줄 수도 있지만, 그런 행운은 평소 저와 친숙하지 않습니다.)


여하튼 '이직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추진동기는? 더 나아가 유인동기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열심히(?) 살펴보는 보는 중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선행되어야 면접통과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제가 만족하고 후회하지 않을 인사쟁이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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