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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산동 올빼미 Nov 23. 2021

만족스러운 인센티브가 존재할까?

인센 담당자가 생각하는 '인센티브'

오늘은 센티브에 대한 구성원과 인사담당자 시각의 간극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 넋두리도 함께 살짝 풀어볼까 합니다.


현재 수 천명의 구성원이 재직하는 회사의 평가/성과급 제도를 담당해 오고 있는 저는, 매년 이 맘 때쯤이면 평가/성과급 제도를 악법으로 여기는 일부 구성원들의 힐난과 억측으로 인해 마음의 생채기가 나고 심한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몇 해 겪었으니 이쯤 되면 내성이 생겨 의연하게 대처할 법도 한데 되려 해가 거듭될수록 그 상처는 더 깊고 커져만 갑니다.


인센 덜 주려고 꼼수로 제도 변경했네 _ jh****

결국 주는 대로 받아라 이거 아님? _ ylilil!****

평가등급에 제도가 뭔상관. 무조건 일보다 정치질임 _ hii7***

형들, 딴건 관심없고 인센 얼마 준다는거야? _ ***회사야제발

○○○ 이 더 좋아졌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나? 장난질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_ Wi*****


특히 위와 같은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평가/보상 관련 글을 보게 되면 작성자를 찾아서 오해를 풀어주거나 화를 내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감정을 주체 못 할 때 있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꽤 선방하여 글의 수가 예년보다 많이 감소한 것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살펴보면, 구성원들은 아래와 같은 생각과 이유로 인센티브에 대한 불만이 필연적으로 생길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인센티브의 취지와 목적, 로직의 정교함, 회사의 가용한 재원(예산)보다 결국 중요한 건 '내 통장에 찍히는 숫자' 일 겁니다. 이는 동기부여는 차치하고, 먹고 사는 가계 생활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이니까요.

· 나의 성과는 늘 평가절하 되었다고 느껴질 겁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성과를 수치화하여 측정한다고 하나, 그 금액을 보니 100% 만족스럽지 못하고, 행여 동료가 나보다 더 많이 받았다는 걸 알게 되면 인센티브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됩니다.

· 매년 되풀이되는 '인센티브 체계를 개선하였다' → '올해 회사 실적이 안 좋았다'는 패턴으로 인해
피로감이 쌓입니다. 결국 인센티브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생깁니다.

· 회사와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부족에 따른 불신이 팽배합니다.
인센티브는 변동적 특성으로 인해 고정성 급여와 달리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 약속과 규칙에 의한 운영보다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운영이 용인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여름은 제게 인사담당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합리적이고 동기부여가 가능한 인센티브 제도를 구성원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일념 하에 폐관수련하듯 인고의 시간을 버텨가며 결과물을 만들어 낸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인센티브 제도를 구성원에게 안내하는 목적의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설명회 진행 준비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구성원 관점의 프레젠테이션 내용과 방법은 물론이고 스크립트 작성, 발표 톤과 발음, 다양한 분위기에 맞는 small talk까지 챙겨두는 치밀함(?)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데는 정말 있는 그대로의 인센티브 제도를 정확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간혹 HR제도의 취지와 내용이 구성원들에게 다르게 전달되어 곡해되고, 그것이 가짜 뉴스처럼 확산되는 광경을 목격했으니까요


여기서 잠깐, 이번 인센티브 제도 수립과 설명회 준비 과정을 계기로 수년간 경험한 인센티브에 대한 개인 소견이 정리되어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인센티브를 포함한 금전적 보상은 '동기 요인'보다는 '위생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이 필수가 되고, 워라벨과 조직문화가 우선 가치가 되어버린 시대에 금전적 보상은 과거처럼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일정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만족을 초래하는 위생 요인으로써 성격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 이에, '돈이 성과를 유발하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관점을 HR과 경영진은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보상수단 다양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 인센티브가 수천, 수억이라면 조금 얘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HR 부서의 정교한 제도 추구가 구성원 입장에서는 그저 복잡함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많은 측정항목과 가중치, 지급조건을 포함하는 인센티브 포뮬러는 직관성을 저해하고 구성원의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무관심하다면, 동기부여 효과를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제도가 됩니다.

· 회사는 '성과에 대한 보상'을, 구성원은 '성과와 노력에 대한 보상'을 추구하는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잘 알려진 브룸의 기대 이론에 비유하면 「노력 → 성과 → 보상」 체계를 구성원은 「성과&노력 → 보상」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성과급의 정의, 목적부터 Consensus를 형성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 외부 보상 경쟁력보다 더 중요한 건 내부 공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MZ세대에게는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이탈하고 싶은 조직이 되어 버립니다.

· 인사담당자는 인센티브를 구성원들의 귀중한 투입(노력, 시간, 역량)을 투자받은 펀드로, 본인을 펀드 매니저라고 생각하고 내실 있는 펀드를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설명회 얘기로 돌아와서, 제 진심이 통했는지 아님 지극정성이 갸륵하다고 여겨주신 건지 설명회는 무탈하게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비록 직장인 커뮤니티에 악성 글이 나타나긴 했지만, 과거 구성원 반응을 감안하면 꽤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인센티브 설명회를 무사히(?) 마친 저는, 또 하나를 깨닫고 다짐해 봅니다.

"나의 일은 오해와 힐난의 말에 상처 받고 같이 얽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고 납득시그들을 구원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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