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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나이는 숫자일 뿐, 존경은 삶으로 얻는다"

by 길엽




우리 사회에는 오랜 시간 뿌리내린 관념이 하나 있다. 나이가 많으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적으로 권위가 부여되고, 젊은이들은 무조건 공손해야 한다는 암묵적 규칙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야 할 때가 왔다. 나이 그 자체는 존경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세월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흐른다. 누구나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간다. 단순히 오래 살았다는 것은 생물학적 사실일 뿐이다. 그것이 자동으로 그 사람의 인격이나 지혜, 혹은 존경받을 만한 가치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세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왔는지가 진짜 중요한 문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두 부류의 어른들을 만날 수 있다. 한 부류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깊이 있고 따뜻한 사람이 된다. 경험에서 배우고, 실수를 인정하며, 젊은 세대의 말에 귀 기울인다. 이들은 자신의 나이를 내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존경을 받는다. 그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부류는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완고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한다. 자신의 과거 경험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이를 방패 삼아 무례한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 "내가 밥을 더 많이 먹었는데"라는 말로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합리화한다.


문제는 후자의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만 믿고 존중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존중은 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존중은 그 사람의 행동과 인격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정이다. 억지로 강요된 예의는 진정한 존경이 아니라 형식적인 복종에 불과하다.


나이를 내세우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그 세월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단순히 날짜만 지나간 빈 시간인가, 아니면 배움과 성장으로 채워진 의미 있는 시간인가. 당신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겸손해졌으며, 얼마나 너그러워졌는가.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능력이 늘었는가, 아니면 자신의 고집만 더 세졌는가.


진정으로 존경받는 어른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나이를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인격체로 대한다. 젊은이의 의견도 경청하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권위보다는 지혜로, 명령보다는 조언으로 소통한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는 누구나 자발적으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반면 존경받지 못하는 어른들도 특징이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나이와 경험을 강조한다. "내가 너 나이 때는", "세상 물정도 모르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자신과 다른 의견은 무조건 무시하고, 젊은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비웃는다. 이런 태도는 존경을 얻기는커녕 거리감만 만들어낸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람들이 자신이 왜 존경받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예의가 없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젊은이들의 예의가 아니라, 자신이 존경받을 만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의 부재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오랜 경험은 귀중한 지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경험에서 제대로 배우고 성장했을 때만 가능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50년을 산 사람과, 매 순간 배우며 30년을 산 사람 중 누가 더 지혜로운가. 답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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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 나이만으로 존중을 강요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그 사람의 실제 삶, 행동, 태도를 보고 존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존경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판받는 것이 건강한 사회다.


물론 기본적인 예의는 나이와 관계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예의와 존경은 다르다. 예의는 기본이지만, 존경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 많은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나이를 내세우기 전에, 먼저 자신의 삶을 돌아보길 바란다. 당신의 그 세월이 진정 존경받을 만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길 바란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나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살았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가 더 많았다는 뜻 아닌가.


동시에 젊은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나이 자체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삶을 살아온 어른들에게는 마땅히 존경을 표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만 많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참을 필요는 없다. 존중할 만한 사람에게는 존중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중하되 단호한 태도를 보여도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늙어간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늙어가느냐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깊고 넓은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더 좁고 완고한 사람이 될 것인가.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 그 숫자 안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느냐가 우리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선물이다.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을 받고 싶다면, 먼저 존경받을 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나이는 그저 그 삶의 길이일 뿐, 깊이는 아니다. 우리 모두 이 단순한 진실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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