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칼럼] "게으른 자에게는 나날이 휴일이다"

by 길엽


로마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라틴어 격언 중에 "Ignavis semper feriae sunt"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게으른 자에게는 항상 휴일이다"라는 뜻인데,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인간의 본성과 삶의 태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언뜻 보면 이 격언은 게으른 사람들이 매일을 휴일처럼 편안하게 보낸다는 부러운 상황을 묘사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풍자와 경고가 숨어 있다. 진정한 휴식은 노동 후에 찾아오는 달콤한 보상이다. 땀 흘려 일한 뒤 맞이하는 휴일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반면 게으른 자에게 매일이 휴일이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에게는 진정한 휴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격언을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게으름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지 않는 나태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적 게으름, 즉 생각하기를 멈추고 도전을 회피하며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태도 또한 게으름의 한 형태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며 시간을 때우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진정으로 몰입하는 순간 없이 하루를 보낸다. 업무 시간은 그저 견뎌내야 할 지루함의 연속일 뿐이다. 이런 사람에게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일이 의미 없는 시간의 나열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불행이 아닐까.


학생 시절을 생각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열심히 공부하고 과제를 완성한 학생에게 주말은 진정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평일 내내 게으름을 피우고 과제를 미룬 학생에게 주말은 불안과 죄책감으로 얼룩진 시간일 뿐이다. 그에게는 평일도 주말도 모두 불편한 '휴일'인 셈이다.


이 격언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진정한 여유와 휴식은 성실함의 대가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할 때 온전히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쉬는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휴식은 게으름의 연속선이 아니라 노력의 보상이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현대 심리학 연구들은 이 고대 격언의 지혜를 뒷받침한다. 몰입 이론을 연구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텔레비전을 보며 느긋하게 쉴 때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도전적인 과제에 몰입할 때라는 것을 밝혀냈다. 즉, 게으름이 주는 편안함은 일시적이고 공허한 반면, 노력과 성취가 주는 만족감은 깊고 지속적이다.


또한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잃은 게으름은 장기적으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초래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편해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성취와 성장을 통해 의미를 찾는 존재다. 목표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결국 삶의 공허함으로 귀결된다.


물론 우리 사회가 지나친 성과주의와 경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번아웃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격언을 "쉬지 말고 끊임없이 일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진정한 메시지는 일할 때는 제대로 일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쉬라는 것이다.


게으름과 휴식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게으름은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 발전을 포기하는 태도다. 반면 휴식은 재충전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적극적 행위다. 진정한 휴식은 죄책감이 아닌 뿌듯함을 동반한다.


현대인들은 종종 바쁜 척하며 실제로는 게으른 역설적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SNS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의미 없는 회의에 참석하고,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 시간을 쏟으면서 정작 중요한 일은 미루는 것이다. 이런 '생산적 게으름'은 더욱 위험하다. 겉으로는 바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격언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째,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 알 때 우리는 게으름을 극복할 동기를 얻는다. 둘째, 작은 성취들을 축하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이다. 성취감은 다음 도전을 위한 에너지가 된다. 셋째, 진정한 휴식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의식적으로 충분히 쉬는 것이다.


결국 "게으른 자에게는 나날이 휴일이다"라는 격언은 우리에게 삶의 균형에 대해 묻는다. 당신의 하루는 의미 있는 노력과 달콤한 휴식으로 채워져 있는가, 아니면 무의미한 시간 죽이기의 연속인가. 진정한 휴일은 노력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매일이 공허한 휴일이 되지 않도록, 오늘도 우리는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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