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규 Feb 11. 2024

의대증원?

일개 두경부외과의 생각

4년 전 여름, 사람들에게 부당한 정책이 왜 부당한지 알리기 위해 피켓을 들었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1년 차 몇 개월 수련동안 본 환자들은 두경부 환자였습니다. 전 아직도 치료비가 없으니 못 살릴 것 같으면 자신한테 들어갈 진통제를 줄여달라던 암환자의 절규를 잊지 못합니다. 자신은 떠나지만, 가족들은 병원비로 인해 고통스러울 미래가 보여서 더 그랬을 것입니다. 기관절개가 된 채로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말이죠...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왜 의료가 이 지경까지 간 것일까...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의사를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졸속한 공공의대 사업으로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고 세금을 낭비하며 한약을 급여화하려 했습니다.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비 오는 날에도 피켓을 들고 서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정책이 진짜 시행된다면, 예산이 저런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새어나갈 것이 뻔했기 때문에 열심히 밖에서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험제도와 복잡한 수가제도로 인해 의사들이 왜 들고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밥그릇 챙기냐며 욕을 하며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전문의 시험을 치고 온 지금, 놀랍도록 똑같은 일이 더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의료가 무너진다면 전 제 후배들에게 기관절개를 잘하는 방법, 환자를 살리는 방법을 가르친 걸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기도가 다 막힌 환자를 앞에 두고, 산소포화도가 무자비하게 떨어지는 환자 앞에서 보호자에게 ECMO를 돌려도 사망할 수 있고 치료비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 기분이 뭔지 알까요? 주당 88시간 넘게 일하고, 그마저도 쉬는 시간에 다른 의사들이 처리할 수 없는 응급이 터지면 돈 한번 받지 않고 수술실에 몸을 갈아 넣었습니다. 변호사들이 찾아와 제 말을 녹음해 가고 협박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명감과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을 살릴 의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모든 희망마저 무너트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그렇게 피땀 흘려 공부하고, 환자에게 희생했던 세월이 날아감과 동시에, 우리가 또 우리의 자식들이 받을 의료가 날아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릅니다... 지금 정부가 국민들을 어떻게 속이고 있는지... 이 정책이 시행되면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소아과 진료가 늘어나고 필수 의료가 늘어날까요? 지금도 5명 중 한 명이 실습에 참여하고 4명은 보기만 하는 실습에, 현재 정원에 2배가 갑자기 늘어나면 대체 어떤 의사들이 나올까요? 그 사람들이 가장 고난도의 필수의료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이런 미래를 보여줄 수 없는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의사들은 본인들이 열심히 현직에서 일하면 언제인가는 전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착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본인들의 일만 열심히 했을 뿐, 사람들에게 꾸준히 설명하는 일을 잊고 살았습니다. 이번일은 의사들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과는 없습니다. 정부는 암이 생겨서 수술을 하는 과만이 필수의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을 떼어내면 과연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은 누가 할까요? 바로 성형외과입니다. 전공의 생활을 하며, 대학병원에서 필요가 없었던 과는 없었습니다.


2020년과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눈앞에 돌아갈 병원이, 미래의 우리가 지킬 병원이 없어질 수 있는 위기입니다. 저는 제 가족을 지키는 심정으로 각자의 길에 동참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인스턴트커피로 부리는 시간 마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