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Park Jan 27. 2023

0. 나는 학생이다


나는 비행교관이다. 


제목은 학생이라면서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학생이었고 지금은 교관이다. 비행을 시작한 2017년, 내 마음은 드디어 조종석에 앉아 요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고 나는 그것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다행히도 그 글은 여전히 내 블로그에 남아있었고 나는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 그것들을 소개하고 싶다. 

더 나아가 지금의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복잡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나는 어느새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훗날 다시 이 글을 볼 때를 대비해서 흑역사로 남을 만큼의 글은 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이하의 내용은 2018년 작성한 글이므로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현실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예전에 일본어와 독일어를 배울 때 이런 소리를 들었다. 일본어는 웃으면서 시작하여 울면서 배우고, 독일어는 울면서 시작하여 웃으면서 배운다고. 그런 점에서 비행은 일본어와 같다. 일반 사람들은 아마 조종사가 알아야 할 지식이 여타 다른 ‘사짜’ 직업의 그것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 조금 덧붙여야 비로소 저 말이 성립할 수 있다. 민간항공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이 산더미처럼 많은 것이고 자가용 조종사만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에선 길어야 1년, 해외에선 길어야 6개월이면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밖에 없는 나는 반쪽짜리 조종사나 마찬가지다.


 웃으면서 첫 솔로 비행을 마치고, 웃으면서 자가용 면허를 취득했지만 그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계기한정 면장이라는 회초리와 다발비행기 면장이라는 혹독한 시련이었다. 물론 더 먼 뒤에는 승객을 수송하기까지의 필요한 모든 자격시험들이 칼날을 갈며 날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이 에세이를 지금부터 쓰는 것은 누군가에게 내 모습을 자랑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내가 이렇게나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시작되어 발전을 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다짐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나의 이 경험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길에 대한 열망의 장작에 불을 붙여줄 소중한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학생이다. 나는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다. 나는 학생 조종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