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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an 25. 2024

1화 지금 여기

  평범한 일상이 깨지고 나서야 그 평범한 일상이 행복인 것을 알았다.

  악몽을 꾼 것 같다. 어떤 내용의 꿈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악몽인 것은 확실하다. 기분이 너무 나빴으니까...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쑤셔온다. 눈꺼풀을 힘겹게 떼어본다.

  '여긴 어디지?'

좁은 침대 위에 나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왼쪽 팔꿈치에 꽂힌 링거바늘은 마치 자기가 원래 내 몸의 일부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내가 병원에 입원하다니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말씀하셨다.

 "우리 슬이는 내가 모유를 돌까지 아주 열심히 먹였어. 그래서 한겨울에도 감기 한번 안 걸린다니까. 너 엄마한테 고마워해야 해."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엄마의 자랑스러운(엄마 본인에게는 자랑스러운 일 일 것이다) 모유수유 덕분에 나는 어릴 때 잔병치레가 없었다. 이런 내가 지금 병원에 있다니, 나도 믿을 수가 없다. 몸을 옆으로 돌려서 누우려는데 허리가 뻐근하다. 가만히 있다 보니 양쪽 종아리도 느낌이 이상하다.

스으윽!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

  "슬이 일어났구나."

이 말과 동시에 엄마의 얼굴이 구겨지고, 나를 안고 하염없이 우셨다. 딸이 깨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인 걸까, 아니면 나에게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도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저 지금은 이렇게 안겨서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 몇 분이 흘렀을까, 엄마의 마음이 진정 됐는지 울음소리는 사라지고 콧물만 훌쩍이셨다.

  "슬아 너 한참 동안 누워있었어."

엄마는 갑자기 내 허리를 걱정하며 나에게 앉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허리와 골반통증이 심해서 내 몸을 옆으로 돌리기도 힘들었다. 엄마의 도움을 받고 옆으로 돌아 겨우 침대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혼자 앉아있기가 어지럽고 힘이 들었다. 침대 상단 부분의 각도를 조절하여 등받이처럼 등을 기대고 겨우 앉았다.

스으윽!

이번에는 간호사가 들어왔다.

  "윤슬님, 지금 1층 영상의학과로 가셔서 엑스레이 촬영하셔야 해요. 침대째로 이동할게요."

힘들게 일어나서 앉아있는데, 침대째 이동이라니. 엄마는 침대옆 버튼을 눌러서 등받이를 다시 내리고 내 몸도 내려갔다.

  '아, 다시 천장불빛이나 봐야겠다.'

회색빛 구멍숭숭난 천장과 눈이 부신 불빛들이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침대에 누워있는 거니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침대째 이동하는데 엄마에게 미안함 마음도 들었다. 엄마는 침대 끝 부분을 잡고 본인의 체중과 팔힘으로 침대를 운전했다. 침대자체 무게도 무거운데, 다른 환자와 부딪히면 안 되니 방향전환을 하기도 해야 했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엘리베이터에 빈 공간이 있어야 침대가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위에 쓰인 숫자를 보니 내가 있는 병동은 5층이었다. 엄마와 나는 겨우 엘리베이터를 탔고, 1층에 도착했다. 침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올 때, 다행히 다른 환자 보호자의 도움으로 엄마는 침대를 옮길 수 있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출입문 쪽이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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