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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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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Dec 20. 2023

눈오는 왕십리역

눈오는 왕십리역






벙어리 연인이  말을 쏟아내었다.

들리지 않는 사랑의 밀어들이

밤새 쏟아져 내린다.


하얀 글자들이

부끄러운 아이의 손짓처럼 

슬몃 흔들어 인사를 하고

소복히 쌓여간다.

 

길가에는 굴러다니는 것들,

이를테면

추억일지 

감상일지 

어쩌면 

착각일지 모를

그냥 옛날의 것들이 있다.


누군가가 일부러 놓아두었는지

그때는 그냥 필요없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언제였던가

가슴이 뛰는 소리가

옷섬을 적시던 기억.


사랑했던 사람이 없었어도 

가로수 잎들에 

하얗게 쌓여가던 슬픔이라니


버스는 이미 끊기고 

소리없는  팡파레를 들으며

앞서간 발자욱들을 세며 걸어간다.


눈오는 밤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 버렸다.

마음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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