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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Apr 16. 2024

행복과 사랑은 별개...

둘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혼자여도 별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우리 부부가 한 동안 크게 트러블이 없이 지내온 듯 하지만 그동안 자잘하게 싸우는 일은 일상과 같았기에 그냥저냥 지나가나 싶었다.


 누이네 조카가 서울에 취업을 하였고 옆방으로 이사를 왔다.

 자기 지분이 있는 집에 조카가 들어오는 것이 나는 별 이상하다거나 불편할 게 없는 일이라 생각을 하였고 시누이가 자주 올라와서 귀찮게 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와이프를 설득하려 했지만 와이프는 불편해했다.

 많이 불편해했다.

 우리가 차라리 그럼 한 곳에 오래 살았고 집이 좁으니 나가서 살자고 하였다.


그런 계획이 있으니 와이프도 더 이상 불평을 않았던 것 같았는데 막상 조카가 올라오고 누이 모습을 여러 번 보게 될 일이 늘어나니 히스테릭해지기 시작했다.

 계획했던 우리가 이사 가는 것은 생각보다 집값이 거품이 채 빠지기 전이라 관망을 해야 하는 것도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삼 년 전 고점에서 지방의 아파트 한 채를 팔지 못해서 나는 작년에 무조건 팔아야겠다고 재촉을 해서 매도를 했었기에 마음이 좀 여유가 있었다.

 조카가 쓸 방의 계약이 남아 방이 나올 동안 단기로 근처에서 생활하다가 이사를 들어왔지만  이것저것 물건들을 사고 치우고 마무리를 하는 동안 누이도 여러 번 올라와 챙겨야 했고 마침 한식 즈음이라 성묘를 다녀왔다.

 몸이 안 좋은 동생이 못 가서 누이와 둘이 산소를 가서 잡초와 이끼를 걷어내고 나무들을 가지치기와 톱으로 잘라내는 일을 하였다.  

 와이프랑 누이네 모녀와 그리고 동생까지 성묘를 다녀와서 동네 고깃집에서 밥을 먹었고 전에 얻어먹기만 해서 내가 계산을 했다. 와이프는 당연 내 용돈으로 내라고 했다.

 마지못해 불편한 자리에 불려 와서 생활비를 쓰는 게 싫었던 모양이었다.

 와이프의 심사가 불편한 기색을 살피느라 조심을 하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30미터 거리를 걸어오면서 자신을 내버려 두고 누이와 다정히 걸어왔다고 화를 낸다.

 누이는 내려가면서 집에서 가져왔던 매트리스 토퍼를 경동화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고 내려갔다.


 이틀 쉬는 동안 하루는 한식날 겸 산소를 다녀왔기에 다음날은 봄꽃이 한창 절정이기에 가볍게 근교로 나갔다 올 계획이었다.

 다음날 꽃구경을 하러 가기 전에 나는 아침 일찍 어제 누이가 보내달라고 한 매트리스토퍼를 경동화물로 와이프가 부탁한 당근판매한 압력밥솥을 우체국에서 택배로 보내려 집을 나섰다.

 동네 있던 경동화물이 없어져서 용강동으로 가야 했기에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우체국만 들려서 택배를 부치고 같이 나가는 길에 경동화물을 들리자고 했다.

 짜증을 낸다. 

 집 앞에 도착하여 준비가 다되었는지 전화를 다시 걸었다.

아내는 버럭 소리를 지른다. 

 화를 낸 이유라는 게 아침에 같이 커피를 내리고 나갈 준비를 하지 않고 혼자만 준비하느라 바빠죽겠고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도 참았다.

 늘 그랬으니까 달리 별 방법이 없기도 했으니...

 벚꽃을 보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조금 누그러진 아내의 표정을 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엊그제 일요일에 우리는 또 크게 싸웠다.

금요일부터 싸웠고 토요일 즘 풀어지는 듯했지만 일요일에 나는 늦잠을 잤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제때에 거들지 못했다.

 테라스에서 밥을 먹으려고 야외용 테이블에 먼지를 딱으라해서 닦았는데 나는 바닥도 비질을 했다.

그것이 아내를 노여워하게 했다.

 나떄문에 지체가 되었고 칼국수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데 국물이 넘치고 전기레인지는 범벅이 되었다고 소리를 지른다.  

 모든 문제는 나 때문이라는 너랑 있는 게 행복하지 않다는 너는 언제나 형제들이 더 중요한 사람이고 자신을 언제나 홀대한다는...

 또 싸움이 되었다.


 나는 점점 늙어가고 예전만큼 여유롭지도 못하고 마음이 흔들거렸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내게 확인을 한다고 질문을 한다.

 누이가 보내라는 화물과 자신이 보내달라는 택배가 너는 똑같냐고 뭐가 중요하냐고.

 어이없다 이런 것으로 자신의 위치와 나의 마음을 확인한다고?


 가방을 싸들고 나갔다.


 나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아내의 아파트가 팔렸으니 나는 오히려 걱정이 덜된다.

 아내가 이야기하던 나의 오지랖은 감정이든 뭐든 투머치했다.

 일방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불행의 원인이 나인 것을 인지하였고 이젠 인정하고 나니 모든 게 수긍이 간다.


 어쩌면 지금이 적당한 그때인가 서로가 기다려왔던 타이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여기까지 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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