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들이 내린다
나뭇가지는 바람에
채 여물지 않은 초록머리칼을
맞긴 채 흔들리고 있었다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울음이란 게 떨어져 내린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알아채었다.
눈물 같은 이파리들이 떨어지고 갈가리 찢겨 길바닥을 덮고 있는 자리.
페어진 마음으로
빗물이 처참한 것들을 모으고 있다.
화려한 것들일수록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지
엊그제 본
꽃봉오리들은
헤어지는 연인처럼
참으로 허망하구나
이젠
아무것도
보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잡으려 손을 뻗으면
바람처럼
실체도 없는 사랑이란 걸
봄날은 짧고
꿈은 너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