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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Apr 30. 2024

나를 위한 삶?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삶이 후회스럽다는 말은 처절하다. 사랑이없음을.

h와 어색한 동거를 계속하는 중이다.

정확히는 h의 물품과의 동거가 맞는 말이지만 적어도 아직 아직은 정서적이고 현실적인 이별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 번씩 집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고 때때로 사무적이고 필수적인 문자를 주고받는다.

막연하고 지리한 인생의 홀딩시간을 견디기 어려워 긴 문자를 보내도 별 답장이 없다가 조금 통화를 했고 감정적이지 않은 그러나 단호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시니어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들은 것을 이야기한다.

자기가 죽음을 맞이할 때 가장 후회가 되고 잘해주지 못한 대상이 누구인지 질문을 한다.

너는 형제일 수도 있겠네 하는 빈정상하게 하는 덧 붙임의 말을 곁들였다.

우리가 더 같이 살다가 오랜 시간을 지나고 나면 보통의 부부처럼 배우자를 이야기하겠지 나 또한 그럴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h는 덤덤히 듣고 강연 중 들었던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에 매여있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자신에 대한 것을 잊어버린다고...

어느 한 할머니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나...


이제는 자신이 자신을 아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한다.

...... 


순간 당황스러웠다.

내게 h가 그토록 희생을 하고 양보를 하며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왔던 것인지 조금은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져들었다.

본인이 스스로 인정하듯이 자신은 이기적이고 남을 위한다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은 아니라고 이야기하여 왔었다. 말싸움을 하다 보면 나 그래 난 좋은 사람은 아니야 근데 뭐 어쩌라고 이런 식의 말들을 해왔는데 도대체  h는 얼마만큼을 본인을 위하여 살아야 만족을 하려는 것일까? 


우리가 그렇게 싸우고 서로를 힐난한 것은 서로의 욕심 때문이지 않았나? 

본인은 배우자로서 충분히 역할을 다했고 지난 시간의 노력은 베스트였다고 이야기를 한다.

외적인 부분에서는 나도 동의를 해줬다.

매우 알뜰하고 낭비하지 않았으며 요리도 잘하고 무엇이든 나서서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주체적으로 하였고 결혼 전부터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여자이고 충분히 가꿀 줄 알고 큰 키에 멋진 외모에 등등...

하지만 매우 독선적이고 이기적이고 배려나 이타심이 없었기에 무엇이든 자신의 방식과 주장을 관철시켜야 하며 부부라는 관계에서 무엇이든 결정권자가 되어야 마음이 편한 아니 그렇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스스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


형제간에 얽혀있는 건물을 정리하는 조건이면 다시 결합을 고려하겠다고 딜인지 최후통첩인지 이야기를 한다.

지금 상황에서 형제끼리 서로지분을 팔고 사면 12%의 취득세를 내야 하고 다시 등기하는 비용이며 별로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돈도 없었고 그냥 내가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형제와 동업인 상황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냐고 납득을 시키려 하였지만 h이 답은 No였다.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지 않은 자산인 것과  자신의 의지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것 형제들끼리 자신만 따돌리고 고립되는 기분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형제에 대한 나의 마음이나 생각이 뭐가 그리 애틋하고 남다른 것인지 본인만 모른다고 하니 누구에게 물어보라 한다. 내가 특이한 사람이고 이상하다고 한다.


그래 그래서 이사를 가자는 것이고 물리적이라도 형제를 안 보고 살게 우연히 부딪힐 일 마저 차단하여 주겠노라 하였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나의 조건들이 자신의 마음에 미흡하니 맞추어 오란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h를 사랑하였기에 그녀를 위해서 최대한 맞추어 주는 것이 맞는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동안 힘들게 싸웠어도 서로 능력이 있어 둘이 같이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혼자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생각을 했고 나름 노후의 준비도 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나도 그녀도 마찬가지로 그것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런 점을 바라면서 억지로 서로가 같이 싸우면서도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갈라서면 둘 다 늙은 나이에 경제적으로나 주위시선이나 다 불편하고 힘들 거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나도 사람이고 고집도 세고 단점이 많은 사람인 것을 인정하지만 이제는 계속 이렇게 맞추어 주어 가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남자가 지고 져줘야 결혼생활이 편하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무슨 개똥 같은 옛날 노친네의 말들이 의당 당연한 지혜로 생각했던 내가 혐오스러워진다.


결혼이라는 것에 점점 의심과 회한이 생긴다.

한 남자 또 한 여자 두 명의 인격체가 이루어서 만들어진다는 부부라는 말, 

법인을 만들어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하여 법적인 지위를 받는 법인체만도 못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고 서로가 상생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서의 부부가 각각의 개인의 행복과 자유보다 더 상위의 개념으로 종교같이 떠받들고 있는 이런 모습은 주객이 전도된 일 같다.

샴쌍둥이처럼, 아수라백작같이 사는 것이 맞는 일일까?

서로에게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은 적어도 상대방도 나와 같은 가치관이 있고 선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서로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다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부부문제를 문제와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의 해결과 해소를 위해 노력을 하였었는데 어느 순간 문제보다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에게 쌍욕을 하기도하고 도를 넘어가는 그녀의 히스테리에 자존감이 무너져갔다.

내가 화가 나서 하면 듣고 기분 나쁠 이야기들을 먼저 이야기한다. 아마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음 h는 견딜 수없어서 선수를 쳤던 것 같다.

나만 없어지면 되겠네 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아니라고 펄쩍 뛰며 부인을 하다가 점점 대꿀 안 하는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환경과 조건이 중요하겠지만 사람이 미워지고 원망이 되면 이건 답도 없는 일이 되는 것인데...


너무 현실적이고 차가운 머리를 가졌다고 날 비난해도 난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너무나 감정적인 사람이고 치우쳤다는 것을 h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 못 되었을까?

내가 스스로 인정할 잘못과 죄악이 있는 것인지 충분히 현명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죄인지 이런 식의 불분명한 관계의 파탄을 난 견디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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