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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ul 20. 2024

신인류 프로젝트

초단편 소설 습작


"우리는 노동에서 해방이 되었고 그 어느 시대보다 가장 많은 물질의 풍요와 안락을 누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태초의 에덴에서 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반면에 우리는 행복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습니다. 더 많은 시기와 미움이 세상을 휩쓸고 있으며 마음은 불만과 노여움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의 운명은 여기까지입니다. 

곧 닥칠 멸망의 순간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의 희망은 없습니다.

각각의 국가별로 설치된 돔으로 아기들을 보내주십시오.

우리 인류가 멸종이 된다고 해도 우주 아니 지구상에서 생멸했던 모든 생명체와 만찬가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미래의 세상에서는 처음부터 계산된 프로그래밍을 적용하여 새 인류가 태어날 것입니다.

미움과 욕심도 없고 모두 고등한 교육을 마치고 완벽한 인성과 지식을 가진 신인류가 우리의 후손이 되어 인류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8시간입니다."


혜성이 공룡을 멸망시켰듯이 인류뿐 아닌 많은 생명체들의 종말이 향해 지구로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각국의 지도자들과 학자들 종교인들 정치인들은 수많은 인류를 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오직 2세 미만의 어린아이들만을 대피하기 위한 돔을 만들었다.

전 세계의 모든 슈퍼컴퓨터를 안전한 곳으로 모았고 뛰어난 AI(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가동하였다.

이젠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판단하고 계획하고 생산을 하게 될 것이다.


긴급 방송으로 중요한 거리마다 공중으로 홀로그래피 방송화면이 띄어졌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차라리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이 한 번은 리셋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신이 희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는 사람, 고함을 치는 사람도 물건을 부쉬고 분노를 표하며 난동을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제복을 입은 안드로이드들이 날아와서 사람들을 제압을 하였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우르르 달아났다.

안드로이드를 피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승환은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승환을 보자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아직 아이도 없는데 당신과 나는 이제 이틀 후면 죽음을 운명이네요"

"허 그러게 시작부터가 불공평하다고 아이들만 살아남고 다 죽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나의 생명을 왜 지들 마음대로 정하냐고 난 용납 못해 절대로."

아내는 승환만큼 억울한 마음이었지만 승환을 꼭 끌어안고 그의 등을 어르만 줘 주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당신과 같이 같은 시간에 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그 아기들도 몇 프로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네요 어쩌면 전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승환은 아내를 바라보다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 말고 아내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사람들의 마을은 밤이 되어 새벽이 깊어지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더 이상의 내일을 위한 수면이나 휴식은 의미가 없었다.

더 많이 먹고 마시고 취하고 음악을 크게 틀었고 시인들과 작가들, 화가들은 마무리 못한 자신의 작품을 완성한다고 인적이 없는 깊은 곳으로 떠났다.

마약쟁이 아편쟁이들은 감춰두었던 약을 찾기 시작했다.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었던 의복을 차려입고 비싼 양주와 와인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또 어떤 이는 미워했다고 생각한 사람도 용서가 되었고 서로에게 더더 관대해지고 자애롭게 되었다.

60이 넘은 노총각 할아버지는 여고 앞을 서성이며 준비한 꽃다발과 편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사이가 좋아 잉꼬부부라 불리던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정인을 찾아 차를 몰고 떠났다.


아내와 최고의 하루를 위한 만찬을 위해 승환과 아내도 멋지게 차려입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틀었다. 소리도 지르고 울고 웃고 그러다 취해서 잠이 들었다.

문득 잠에서 깬 승환은 일어나지 못하고 코를 고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랑해!!! 널 잊지 않을게...'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온 승환은 광화문광장으로 차를 몰았다.

최대한 몸을 수그리고 얼굴에 힘을 주었다.

안드로이드는 승환을 저지하지 않았다.

승환의 눈코입 이목구비는 신동엽처럼 작고 가운데 몰려 있었기에 아내의 스카프로 머리를 감으니 알아보지 못했다.

돔이 있는 곳으로 아무도 모르게 들어갔다.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캡슐들 속에 비어 있는 곳에 들어갔다.

알 수 없는 가스가 코끝으로 낯선 향기로 다가왔다 이내 의식을 잃었다.

몇 년 일지 몇십 년 일지 모를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떴다.

안대가 씌어져 칡흑같은 어둠만이 보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일까? 태어난 이래로 이렇게 어두운 어둠은 처음이라 승환은 두려움에 온몸이 떨려왔다.

차츰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어둠이 옅어지고 끼익 거리는 낯선 소리들도 들리기 시작했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캡슐이 열리고 로봇팔이 몸을 안아 의자에 앉혔다.

자세히 보니 승환의 몸에 맞는 커다란 유아차였다.

문이 열리고 유아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밖으로 나오자 나무만큼 키가 큰 네 잎클로버가 초록의 빛으로 담장처럼 늘어서 있었다.

가지런한 도로에는 로봇유아차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응애 소리가 들린다.

엄마 엄마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도 들린다.

승환은 깊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으로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오열을 하기 시작할 때였다.

"왈 왈 왈"

"미야옹 야옹 애옹"

개소리도 고양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승환은 환청일까 고개를 돌려 보았다.

여기저기 응답을 하려는 강아지소리와 고양이의 애처로운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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