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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07. 2024

선유도의 노을

딸과 사위, 선유도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노을만 보고 왔다


둘째 딸 부부가  목요일,  군산에 내려왔다.

봄꽃도 보고  아빠 엄마도  보고 싶고  살랑살랑

봄바람의 유혹에  끌려 여기 왔다.


아침 한나절 봄 벚꽃에 취해 꽃길을 걸었고,

봄꽃이 만발한 봄날 가장 맛있는  점심먹었다.

사는 것이 별거냐고 좋은 사람과 맛난 것 먹고 가고 싶

곳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나른한  몸을 잠시 쉬고 나니

어느 사이 오후 네시가 되어간다.  

피곤 하련만 아직은 젊음의 열정이  남아  그런지,


바다를 좋아하는  사위는 바다를

보려 선유도를 가자고 한다. 늦었는데,  그래도 가고 싶다고, 서울 생활이 하도 답답해 때때로 바다가

그리워지면  한숨에 바다를 향해 동해로 서해로 달려가는 사람. 바다를 보면 위로를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 둘째 사위다.




선유도를 가기 위해

새만금 곧은길을 달린다.


길옆 바다는 햇살에 윤슬이

반짝이며 말이 없다. 누구라도 품어주는

넓은 마음.


저녁노을 / 도종환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있어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 나오는 해와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가을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쪽을 물들이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노을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

그러면 그 시는 내 최후의 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 당신을 향한

최후의 시집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떨었습니다

최후를 생각하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한 세기는 저물고 세상을 다 태울 것 같던 열정도 재가 되고

구름 그림자만 저무는 육신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다

스러져가는 몸이 빚어내는 선연한 열망

동살보다 더 찬란한 빛을 뿌리며

최후의 우리도 그렇게 저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무는 시간이 마지막까지 빛나는 시간이기를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하늘 위에

마지막 순간까지 맨몸으로 찬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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