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자 Apr 11. 2024

어느 꽃피는 봄날, 만남

지인들과 맛난 것 먹고 꽃구경도 하고 봄날을 보냅니다

생각지도 않은 식사초대를 받았다. 지인 선생님을 통해 연락이 왔다. 나이 들면서 정말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밥 얻어먹지 않기를 마음으로 다짐했지만 내 의지대로 살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세상과 단절하고 혼자 산다면 모를까. 오늘도 그랬다. 며칠 전 지인 선생님이 나와 글쓰기 동기인 분과 식사를 하자고 초대를 했다고 말하신다. 혹여 나에게 밥 먹자고 하면 거절할 것 같아서 그랬다 하니 내 마음을 미리 알고 있었나 보다.


"선생님 왜요?" 더욱이 명분 없는 밥을 왜 얻어먹어야 하나 싶어 물어본 것이다. 돌아오는 대답을 요양 보호사 합격에 대한 축하를 해 주기 위해 사주는 밥이라고 한다. "애구, 그게 별일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 민망해진다. 사람 관계를 무 자르듯 한 번에 자를 수는 없다. 식사 초대를 거부하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밥을 먹기로 한 날이 오늘이다. 마침 남편도 점심 약속이 있어 점심밥 차려야 하는 부담을 덜어 다행이다. 오늘은 선거 날이기도 하다. 남편과 함께 투표를 한 후 지인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인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으로 향했다. 공원 아래 위치한 말랭이 마을에서 바라보는 곳마다 꽃 천지다.


싸리 꽃이 활짝 피어있다

                                        말랭이 마을에서 바라본 앞산 풍경


여기저기 벚꽃은 피어 난리다. 담장에 피어 있는 싸리꽃까지 꽃들은 누가 누가 예쁜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피어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꽃들의 전쟁이다. 정말 꽃들이 사방 천지 난리 부르스다. 꽃은 매년 피고 지는데  내 마음은 어쩌라고, 꽃은 이리 사람 마음을 흔들고 있는지 내 감정의 요동을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나이 지긋해지니 모든 자연의 풍경도 남다른 감회에 젖게 한다.


사람들은 집안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밖으로 나오도록 꽃들이  유혹하고 있다. 정말 봄날 축제답게 찬란하다.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매년 만날 수 있는 풍경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축복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감성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동백대교를 넘어  장항 바닷가에  있는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오늘 식사 자리를 초대해 준 문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도 아니련만 사람이 많았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일까? 음식이 나오는데 맛있었다. 양도 많고, 오랜만에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행복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생각이 나는 음식 메뉴다.


내가 이런 환대를 받아도 되는지, 고맙기도 했지만 마음으로 부담을 느낀다.


                                     샐러드, 까르보나라, 돈가스, 칠리 새우 리소토


세 사람이 먹기에는 양도 많았다. 건강이 허락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내가 걸어 다니면서 아름다운 곳을 구경할 수 있는 지금, 오늘이 가장 내게는 축복된 날이다. 마음 맞는 사람과의 시간은 빨리도 훌러 간다. 우리는 헤어져 지인 선생님과 며칠이면 지고 말 벚꽃이 아쉬워 월명 공원 수시탑에 올라왔다. 우리는 벚꽃 사진을 찍으며 벚꽃 아래 벤치에 앉아 꽃비 내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앉아있으려니 갑자기 마음이 시큰해 오면서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봄 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 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 들던 선왕당 길에" 노래 구절이 생각난다. 장사익 가수의 구슬픈 노랫가락과 딱 어울리는 순간이다.




이 아름다운 봄날 어찌 집안에 머물고 있으리오, 정말 살아 있음이 축복이다.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 고맙고 또 고맙다. 오늘도 나는 지는 꽃이 아쉬워 꽃비 내리는 꽃길을 걸으며 이 봄날을 보내고 있다. 며칠이면 지고 말 꽃들을 마음 안에 간직하고 또 내년을 기다릴 것이다.


헤어짐은 그립고 그리움은 기다림이 된다. 기다림은 다시 그리움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백꽃이 떨어져 풀 위에 누워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