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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5. 2024
발효차 만들기
"선생님, 내일 하동 차 만들려 가려하는데 시간 되시면 가실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다도 수업을 하고 있는 후배 선생님에게 온 전화다. 일이 있어 못 간다고 대답을 한 뒤 찻잎을 좀 사다 달라는 부탁을 했다.
지리산 자락 하동에 가서 야생 차 만들기
차 만드는 일은 군산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만큼 만드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귀하게 여기며 일 년 동안 차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차 생활을 하면서 자연을 마주하고 , 소박함과 겸손을 배우고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걸 알았다.
차 밭 갔던 후배는 밤늦은 시간 군산에 도착한 후 나는 는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에게 찻잎을 건네받고 고맙고 미안했다. 나이 들어가고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순간 잃어버린 듯 민망한 마음이 앞선다. 사람 사는 일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일과 마주하고 사는 것 같다.
야생차 밭에서 사 온 찻잎밤 10시가 다 되어 찻잎을 건네받으며 마음부터 두근 두근해 온다. 내가 좋아하는 차를 만들 생각에, 오랫동안 차 생활을 하면서 하동에 가서 야생차를 만들어 왔다. 내가 수고하고 만든 차는 애정이 더해져 일 년동안 차를 마시며 나는 행복했다. 차인들을 차가 떨어지면 마치 양식이 떨어진 것처럼 금단현상이 온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소중한 것이 차다.
밤이 늦어 찻잎은 바구니에 담아 바람이 통하게 베란다에 두었다. 아침 일어나 식사 후 바로 찻잎은 유념하기 시작했다. 차를 유념하는 것은 부피를 줄이기 위함도 있지만 찻잎의 세포막을 파괴시켜 차를 우릴 때에 각종 수용성 성분이 쉽게 우러나오도록 하기 위함이다. 유념은 대 바구니에 찻잎을 알맞은 양으로 빨래하듯 비빈다. 팔에 적당한 힘조절이 중요하다.
삶에서 중용을 지키기 어렵듯 차 만드는 과정도 그렇다.
찻잎을 유념한 뒤 따뜻한 곳에서 10시간 정도 발효를 시키는 과정을 거친 후 그늘에서 건조를 시키면 발효차가 된다. 날씨가 더울 때에는 면포에 싸서 차 앞유리 쪽에 놓고 해가 저물기 전에 꺼내여 건조를 했는데 오늘은 흐리고 가끔 이슬비도 오기 때문에 압력 밥솥에 찻잎을 넣고 보온으로 놓고 기다리는 중이고 나머지 찻잎은 면천에 싸서 전기 메트에 발효 중이다. 햇볕이 쨍쨍하고 날씨가 좋으면 쉽게 작업을 했을 텐데, 어쩌랴 어쩔 수 없다.
잠들기 전 차를 꺼내여 채반에 널어 베란다에 널었다. 다른 때와는 다른 환경에서 만든 차는 발효가 잘 되지 않은 것 같아 맛이 궁금하다. 이틀 동안 그늘에 건조해도 날씨가 습기가 있었서 그런지 차가 다 건조가 되지 않았다. 올해는 찻잎도 예전과는 다른 비싼 가격이다. 몇 년 전보다는 3배 정도 오른 것 같다.
오늘은 차 만드는 프라이 팬에 약불로 천천히 건조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건조하면 꺼내고 그 작업을 세 번 했다. 차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렇지만 힘든 만큼 마음 또한 흐뭇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발효차 맛을 못 잊어 차를 만든다. 거실에 야유회 돗자리를 깔고 차를 건조하면서 티클도 가려낸다. 차를 만드는 과정은 무념무상으로 마음수련과 똑같은 이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