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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y 27. 2024

인연에 대하여

30년이 넘는 인연에 대하여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천수만 번의 애달프고 쓰라린

잠자리 날갯짓이 숨 쉬고 있음을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 내게 그랬습니다


김현태 시인의 '인연이란 것에 대하여'란 시를 읽고 감동했다. 인연이란 '수천수만 번의 애달프고 쓰라린

잠자리 날갯짓이 숨 쉬고 있음을' 그 처럼 어려운 인연이란 걸 늦게야 깨달았다. 무엇이라고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시를 통해 알게 되다니, 사람 사는 일은 참 어렵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때론 쉼이 필요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왔던 인연, 서로의 가치가 닮았고 추구하는 꿈 또한 비슷한 그.

아니 어쩜 내가 가지지 못한 여러 가지 삶의 태도가 나는 그를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의 그리움에 다시 만났다. 말이 필요 없었다. 지난날 즐거웠던 추억을 더듬으며 조용히 마음을 다독이며 차를 마신다. 그 걸로 되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말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구차하다.

 

그와의 관계가 상처로 인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세월과 관계가 마음에 닿았다고 생각한다. 변명을 말하기보다는 침묵이 더 완전하다. 사람 관계란 본성과 본질, 진심 같은 것은 다른 것과 잘 섞이지 않는다. 쉽게 깨어지거나 사라지지도 않는다. 진실이란 세월의 평화를 견디어 내야 하는 인내다.


오늘 아침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남편이 친구 만나려 나가는 날이 나에게는 지인을 만나는 날이다.


아침나절 남편과 산책길에 사 온 연한 상추, 아카시아 떡도 먹을 만큼 김들여 그릇에 담고 엊그제 만든 뽕잎차도 준비하고 약속한 초밥집 식당에 들어가니 하얀 남방에 흰머리가 알맞게 검은 머리와 섞여 중후한 멋을 낸 그는 벌써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초밥을 좋아한다. 점심을 먹고 카페가 아닌 은파 호수 물가가 보이는 곳 정자에 앉아 찻자리를 폈다.  두 사람은 차를 좋아한다. 어느 곳을 가도 찻자리 준비를 하고 차를 마시며 자연 속에서 운치를 즐긴다.

차 생활을 오랜동안 같이 해 왔기에 우리는 차의 멋과 낭만을 즐겨온 세월이 깊다.

 


들 꽃 한 송이 놓고 친구와 차 한잔. 차가 있고 사람이 있고 들꽃이 있고. 우리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순간이다.

             은파 호수                                                                                                 엉겅퀴


차를 마시며 옛날 추억에 젖는다.

세월을 덧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추억은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너와 나의 스토리가 된다.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 가는 일이라 말한다. 인생이란 강은 한 번에 건너갈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강을 건너온 인연이기에 수중함이 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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