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모처럼 혼자 만의 시간이다. 책을 한 권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아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TV 소리가 사라진 거실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흐르는 고요만이 나와 친구하고 있다. 남편은 친구와 약속이 있어 나가시고, 오늘은 거실이 내 차지가 되었다. 언젠가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을 읽지 못하고 책장에 꽂혀 있어 선물 주신 분에게 미안해 오늘은 책을 읽으려 틈을 냈다.
책 제목은 김민섭 작가가 쓴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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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작가는 어려서부터 꿈꾸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착한 사람,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선함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 있었다. 어떤 경쟁에 참여하면서도 어떻게 승리할까 보다도 어떻게 하면 져 주어 상대가 기뻐할까?부터 생각하는 사람, 비 오는 날 자기는 비를 맞고 친구에게 우산을 빌려주는 사람, 참 특별한 사람이다.
요즈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다.
김민섭 작가, 그는 자기 이름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무 흔하고 밋밋한 이름이 아닌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 모닥불이 되고자 하는 작은 소망 같은 거다. 나 아닌 타인에게 따뜻함을 전해 주는 사람,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 무해한, 본인 곁에 작은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모닥불, 생각만 하여도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단어들이다.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책은 최근 몇 년 동안 김민섭 작가에게 일어났던 몇 가지 연결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김민섭 작가는 누군가를 위해 수 없이 많은 헌혈을 해 왔다. 작가는 헌혈을 하면서도 오히려 구원을 받는 것은 자신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자기의 피를 받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사회적 존재로 자기를 자각할 수 있었고 그렇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버티게 해 준 무엇이 저마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헌혈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고 하니 그 말을 믿기 어려워도 맡아야 했다. 작가는 2021년까지 무려 80번의 헌혈을 한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게 말이 되는 소리지 나는 이해 불가다.
김민섭 작가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다. 친구 둘과 술자리에서 여행에 대한 대화를 할 때 그들은 달나라에 다녀온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은 마치 무기력한 옥토끼 같다는 생각에 자신이 안쓰러움을 느끼고 여행을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지금까지 결혼하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것 빼고는 멀리 비행기 타고 여행을 한 번도 가본 경험이 없었다.
김민섭작가와는 달리 아내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혼자서 본인이 여행을 정말 싫어해서 안 갔는지 확인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내의 동의를 얻어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2박 3일 다녀오기로 마음으로 결정을 했다. 비행기 티켓은 비수기 평일, 저가 항공, 땡처리 티켓을 수수료까지 합하여 10만 8천3백 원에 끊어 놓고 마음이 설레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아들이 눈이 아파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하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아이 수술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 결국 갈등을 하다가 여행사로 비행기 티켓 환불 요청을 해 보았는데 환불액이 18000원이라는 직원의 말이 돌아왔다. 이걸 어쩌나 고민을 하는데, 아내는 티켓 환불 해서 통닭이나 사 먹자고 말을 했다. 그러나 김민섭 작가는 아내의 말에 그대로 동의하기는 어려워 다른 결심을 하게 된다.
작가는 여행사에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도 되냐고 문의해 보았다. 여행사 직원 말은 방법이 있는데 이름이 똑같고 영어 이름도 스펠링이 똑같은 사람이면 된다는 말을 했고 이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 같아 아내 말에 동의하려는 순간, 마음을 바꿨다. 김민섭이란 흔한 이름으로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찾아왔다.
김 작가는 김민섭을 찾아보기로 하고 페이스북에 "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드립니다. 가는 날자와 요일까지 올리고 이름도 스펠링이 같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기는 출간 작가이고 세상에 외국 여행을 처음 해 보려고 했던 소회와 아이의 수술로 갈 수 없는 상황까지 설명을 다 해서 글을 올렸다.
그 글은 페이스북에서 조금씩 퍼져 나가게 시작했다. '좋아요'가 수없이 달리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때론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조언하는 글도 올라오고 페이스 북에서 뜨거운 호응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티켓 사용 일주일 전에 드디어 페이스 북에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제가 페북 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제가 여권상 영문 이름이 글 올리신 분과 똑같습니다. 혹시 아직 신청자가 없는지요. 저는 휴학생이고 더 맞는 분이 있다면 그분이 먼저입니다. 혹시 제가 가게 되면 작가님에게 도움이 되는 어떤 미션을 하고 싶네요” 그 불가능의 확률을 뚫고 여행 갈 김민섭 씨가 나타났다.
와아!! 불가능했던 일이 이렇게 이루어 지다니, 인생은 연극이다.
그는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는 93년생, 졸업 전시비용을 모으기 위해 휴학을 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메시지를 받고 작가인 김민섭 씨는 감격하고 있을 때 한통의 페북 메시지가 더 왔다. 김민섭 씨 찾는 프로젝트를 잘 보고 있고 자기는 고등학교 교사인데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행 떠나는 김민섭 씨 숙박비를 3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초면을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전한다는 내용이다.
학생 신분으로 항공권이 있어도 쉽사리 여행경비 때문에 힘들까 봐 배려하는 마음이다. 나는 이런 글을 읽으며 나도 몰래 눈물이 나오며 옷소매에 눈물을 훔치며 읽기 시작했다. 정말 아직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아 질서를 유지하며 사람들이 살고 있나 보다. 감격스러웠다.
김민섭 씨 출국 5일 전 카카오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 회사 창작자라는 분이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잘 보았다고,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 후 김민섭 씨 여행을 후원해도 괜찮겠냐고 묻고.
"김민섭 씨가 졸업 전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민섭 씨가 여행을 다녀오면 졸업을 위한 비용까지 후원하겠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이게 무슨 일인가.
김민섭 작가는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나 싶어 본인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놀랍고 감동스러웠다.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이 이처럼 여러 사람과 연결 지어지고 카카오에서 93년 김민섭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가 열리고 273명이란 많은 사람이 93년 김민섭 씨를 위해 254만 9000원을 모아 주었다. 대단한 일이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건 김민섭 작가도 상상 못 한 일이다.
93년 김민섭 씨는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림을 잘 그렸다. 후원자들이 사진을 보내주면 그것을 스케치해서 보내주었다. 한 사람의 선한 생각이 사회와 연결고리가 되어 훈훈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감동이 밀려와 나도 몰래 눈물을 훔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우리의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언제나 내 작은 세계의 울타리에서 종종 대며 살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다. 선을 나누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쉽지만 막상 실천은 어려운 일이다. 큰 일을 생각하면 실행이 더 어렵다. 작은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생각해 보자. 내가 세상에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 김민섭 씨는 김민섭 작가 책을 출간할 때 김민섭 씨가 출판사 로고를 디자인해 주었다.
"우리가 체험한 나눔과 응원이, 삶이 어려 울 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 후원자분과 내가 주고받았던 메일에 있는 문장입니다.”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이, 그가 품고 있는 따스한 생각들이 , 두려운 세상 여행 중에 이 책을 만난 당신에게 닿기를, 그리고 공부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도 이 책을 읽고 세상을 밝은 눈으로 바라보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선한 생각이 더 멀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끝끝내 더 잘 될 테니까요.
- 93년생 김 민섭 작가
책 표지 뒷장에 93년 생 김민섭 씨 글이 또한 멋지다.
김민섭 작가는 몸과 마음이 정직한 사람, 모두가 지녀야 할 인간다움이 베여 있는 사람, 그게 바로 김민섭 작가다. 이 책은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김민섭만의 방법을 보여 준다. 화려한 에피소드나 복잡한 철학 없이도 즐겁고 깊이 있고 따스한 책이다.
우리도 김민섭작가 다뤄진다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훨씬 더 살만해질 것 같다.
앞으로 나도 나를 만나는 사람에게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고 진심 어린 말로 응원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온기 가득한 한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행복은 내 마음 안에 샘솟는 우물 같은 것이다.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