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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04. 2024

남겨진 가을

아직도 남아 있는 가을

남겨진 가을  /  이 재무


움켜쥔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차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 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이재무 시인의 시를 낭송하면서 '남겨진 가을'이라는 말이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의 정곡을 찌르는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날들이 날마다 시간이 새고 있는 느낌이다.  김장도 끝났으니 빈 텃밭에 싸락눈이라도 올듯한데 내가 사는 군산은 아직 가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가 붙들기라도 한양 노란 잎들이 단단히 나무에 매달려 있으니 웬일인지 알 수 없다.


다른 지역 작가님들의 눈 소식이 전해 지고 티브이 뉴스에서도 여기저기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이곳은 아직이다.  저 노란 잎들이 나무를 보호하려는지 가을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날마다 가을과 겨울을 마주 한다. 날씨는 추워 겨울 맛을 느끼는데  아파트 주변은 단풍들이 남아 가을이다.


노란 목련 잎은 하늘을 가린 듯 아직도 무성하고, 볼 때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마음이 환해진다 

자연이  내게 전해 주는  영감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무슨 미련이 남아 가을이  떠나지 못하고 겨울 문턱에서 서성이는지  알 수 없다.  아파트 주변에 지금도 남아있는 가을이 마음을 시리게 하고 있다. 여름 내내 푸르름으로 자랑하던 나뭇잎들은 단풍이 되어 떨어져 길 위에 낙엽이 쌓인다.  아직 남아 있는 잎들은 이별이 서러워 나무에 매달린체 바람에 떨고 있다.  


노란 목련 나무 잎들은 아마 겨울로 가는 길을  잃은 듯  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하늘을 가리고, 집을 나설 때마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어쩌면  이별이 서러워  떠나지를 못하고 있는 건지,  아무리 버텨보아도

며칠 후면 단풍도 지고  말 것입니다.


때가 되면 너도 가고 나도 가고...

세상에 영원 한건 없다.


오늘 서울을  올라가면 며칠 걸릴지 몰라 남아 있는 가을 소식을 급하게 전합니다. 이웃 작가님들. 더 늦게 올리면 가을이 가고 말 것 같아 서요.  여기는 군산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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