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 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이재무 시인의 시를 낭송하면서 '남겨진 가을'이라는 말이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의 정곡을 찌르는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날들이 날마다 시간이 새고 있는 느낌이다. 김장도 끝났으니 빈 텃밭에 싸락눈이라도 올듯한데 내가 사는 군산은 아직 가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가 붙들기라도 한양 노란 잎들이 단단히 나무에 매달려 있으니 웬일인지 알 수 없다.
다른 지역 작가님들의 눈 소식이 전해 지고 티브이 뉴스에서도 여기저기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이곳은 아직이다. 저 노란 잎들이 나무를 보호하려는지 가을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날마다 가을과 겨울을 마주 한다. 날씨는 추워 겨울 맛을 느끼는데 아파트 주변은 단풍들이 남아 가을이다.
노란 목련 잎은 하늘을 가린 듯 아직도 무성하고, 볼 때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마음이 환해진다
자연이내게 전해 주는 영감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무슨 미련이 남아 가을이 떠나지 못하고 겨울 문턱에서 서성이는지 알 수 없다. 아파트 주변에 지금도 남아있는 가을이 마음을 시리게 하고 있다. 여름 내내 푸르름으로 자랑하던 나뭇잎들은 단풍이 되어 떨어져 길 위에 낙엽이 쌓인다. 아직 남아 있는 잎들은 이별이 서러워 나무에 매달린체 바람에 떨고 있다.
노란 목련 나무 잎들은 아마 겨울로 가는 길을 잃은 듯 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하늘을 가리고,집을 나설 때마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어쩌면 이별이 서러워 떠나지를 못하고 있는 건지, 아무리 버텨보아도
며칠 후면 단풍도 지고 말 것입니다.
때가 되면 너도 가고 나도 가고...
세상에 영원 한건 없다.
오늘 서울을 올라가면 며칠 걸릴지 몰라 남아 있는 가을 소식을 급하게 전합니다. 이웃 작가님들. 더 늦게 올리면 가을이 가고 말 것 같아 서요. 여기는 군산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