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는 것일까?
나이 듦이란 내려놓아야 하는 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 이 현상을 무슨 말로 표현을 할까? 종종 혼자 생각에 잠긴다. 지금도 나는 나이와 관계없이 꾸준히 좋아하는 일에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모르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설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다도에 심취해 살아왔고, 자수도 놓았고 뜨개질, 바느질 동양화도 조금은 섭렵했다. 아, 그렇지 지금은 가장 중요한 글 쓰기를 하고 시 낭송을 하고 있으니 웬만하면 취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더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배우고 싶은 의욕이 있으니 이건 다행이라 해야 할지.
물론 새로 시작하는 일들이 쉽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배움에 대한 소망이 내 마음 안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살아있음을 느낀다. 배우는 곳, 어느 곳을 찾아가면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이 거의 없다. 모두가 딸과 같은 나이들이다. '왕언니'가 내 별명일 정도다. 어떤 날은 왜 배움을 멈추지 못할까? 나를 돌아보는 날도 있다.
어쩌면 도전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때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물론 집에서 혼자 놀아도 해야 할 일도 많고 외롭지 않게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삶의 내공을 쌓아 놓기는 했지만, 집에서 혼자 놀면 자칫 우울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의 변화 물결도 거세다. 삶이 녹슬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다. 역시 사람은 사람과 기대고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란 말의 의미가 옳다.
지난해까지 도서관 사서 했던 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 사서 일을 그만둔 목적은 남편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남자들을 나이 들면 집으로 들어와 거의 집돌이가 된다. 점점 나이 들고 노쇄해 가는 남편을 돌보기 위해 요양 보호사 자격증도 올초에 취득해 놓았고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나의 삶의 준비는 내가 해야 한다. 인생이란 결국 짧은 순간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거라 믿는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세상일을 다 알려는 생각은 없다.
더 나이 들어 밖에 나가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지금 좋아하는 일에 도전을 하고 내 마음에 보물들을 쌓아 가고 싶다. 물론 정신없이 힘겹게 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여력을 잘 배분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내가 이 처럼 도전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죽어도 여한 없이 후회 없이 살기 위함이다. 얼마일지도 모르는 내 삶의 한정된 시간들, 그냥 의미 없이 보내는 일은 너무 아쉽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투자한다. 젊음과 달리 나이 들면 행복의 척도가 달라진다. 내 능력 밖의 일에는 집착하지 않아야 나를 추스른다. 그래야 마음이 투명하고 편안하다.
나는 올해가 가기 전 또 한 가지 좋아하는 일에 도전했다. 그 일은 '어반 스케치'다.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수업한 지 두 달 정도 되었다. 그림 하고는 문외한은 아니지만 분야마다 달라 만만히 볼 분야는 아니다.
쉽지 않지만 재미도 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어 세상 밖 시끄러운 힘겨운 뉴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시간 보내기 딱 좋은 작업이며 잡념 또한 줄어든다. 그림을 그린 후 내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만족감이 있다.
산다는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어제는 잘 살아왔고 오늘도 선물처럼 잘 살아간다. 알지 못하는 내일의 미래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행복하기 위해 내 삶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잘 살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