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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18. 2024

처음 먹어본 배추 전 맛

처음 먹어 본 배추 전


"오늘 배추 전 준비 하겠습니다."


 '어반 스케치' 선생님에게 온 카톡 내용이다. 


카톡을 받고 감사 한 마음에 "제가 차는 준비 하겠습니다."라고 얼른 대답을 했다. 여러 수강생들 신경 써 주시고 수업하시느라 늘 수고하시는데,  이건 뭐지?  나는 의아했다. 수강생들을 위해 힘듦을 마다 하지 않으시는 그 따뜻한 마음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마음 안에 일렁인다.


요즈음은 주부들은  바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집에서 그냥 무료하게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 말고는 너도 나도 자기 계발을 위해 무엇이든 배움에 열중한다. 예전 세상과는 다른 사회현상이라서 바람직한 일이다. 조금 부지런만 하면 동 자치센터, 동네카페 다양한 기관에서 배우고 싶은 걸 다 배울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세상에 가장 재미있는 일은 배우는 일이다. 모르는 걸 알아가는 그 성취감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가 없다


바쁜 시간 속에서 남을 챙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내 시간과 정을 나누어 주는 일은 진정 마음이 넉넉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마음이다.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그 사람을 배려하느냐가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된다.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지게 하는 안전성이 있다는 걸 안다.


지금은 모두가 자기 시간을 소중히 알고 남을 위한 시간을 내어 주고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 사는 정이 더 메말라 가고 있는 현상이 때때로 사람을 외롭게 한다. 그러기 때문인지 누군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사는 맛을 느낀다.


차를 내는 일도 제대로 격식을 갖추려면 여러 가지 도구가 많다. 그릇들이 도자기라서 이것저것 간소하게 챙겼지만 짐이 무겁다. 이 럴땐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뿐이다. 세상에서 내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만만한 사람, 당연히 남편이다. " 여보 차 태워다 주세요."라고 부탁을 하면 말없이 차키를 가지고 앞장선다.  


"이 마누라는 도대체  언제까지 밖으로 나댈까."라는 말이 내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많은 일을 해 왔던 나를 위해 언제나 마다하지 않고 기사님이 되어 주신 남편에게 새삼 고맙다. 


점심인데 배추전만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떡집에 들려 팥떡을 사가지고 갔다. 어느 사이 선생님은 짐을 잔뜩 가지고 오셨다. 보기에도 힘겨워 보이는데, 먼저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냈다. 회원들 모두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고  있으려니 시간이 훌쩍 지나 11시 30분쯤 되었다. 


선생님은 오늘 그림 그리는 건 파하고 배추 전 파티나 하자신다.


회원 중에 젊은 분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배추 전을 부친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배추 전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다. 겨울 배추라서 달달하고 고소하고 맛있다. 어느 회원은 단감을 잔뜩 깎아오고 귤도 넉넉히 가지고 왔다. 먹을 것이 있고 사람들이 있고 따끈한 배추 전을 먹으며 모두가 즐거운 표정들이다. 



사람의 즐거움 중 가장 으뜸은 먹는 일,  선생님의 제안으로 오늘 우리들 모두는 기쁘고 행복했다

 

사람이 얼마만큼 행복한 사람인가 보다는 무엇으로 행복한 사람인가 중요하다. 그림이 좋아 만난 인연들 그림과 함께 서서히 물들어 것이다.  만의 색깔로 당신 만의 색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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