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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을 통한 춤 테라피

by 이숙자

지 난 6월, 여름이 시작될 즈음 나는 또 다른 일과 마주했다. '한국 무용을 통한 춤 테라피'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분야다. 춤 테라피라니, 이건 뭘까, 첫날 수업을 참여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한국 무용과 접목한 몸짓, 무용은 무용이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은 부분을 모아 운동 삼아하는 춤이다. 춤은 어렵지 않아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최은숙 무용가 선생님은 지난해 입춤을 가르쳐 주셨던 분이다.


사람의 인연이란 의도치 않아도 만나게 되어 있나 보다. 일주일에 한 번 오후 4- 5,30 분까지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짧지만 새로운 분야 춤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는 계기가 삶의 활력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남의 삶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신 살아 주지도 못하면서... 나는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나 일뿐이다.


노인이 무엇을 그리 배우나 말을 할 것 만 같아 주변에 소문내지 않고 살금살금 다닌다. 내가 누구에게 죄지은 일도 아니련만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무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지만 그건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다. 나는 항상 처신에 신경 쓰고 산다. 다행히 모두가 시 낭송 회원들이 참여해서 낯설지 않아 좋다.


나이 값, 어디를 가든 잊지 않고 떠오르는 단어다. 나이와 맞게 처신해야 함은 마음에 새기는 덕목이다.

사실 나는 세상에 남겨질 날이 많지 않다.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즐기려 한다. 내 능력만큼.

나로 인해 다른 사람 생활에 불편함과 피해를 주는 일은 되도록 삼가려 하지만 생각과 다른 때도 있다.


배움의 욕구는 끝이 없다. 무용 테라피를 처음 시작할 때 시 낭송을 함께 하고 있는 지인 선생님의 권유에 몇 번이고 망설였다. "우리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걸 해 보겠어요?" 그 말에 나는 흔들렸다. 선생님도 아시는 분이고 함께 하는 회원들도 낯설지 않아 적응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도 시작한 이유다.


내 성향으로 볼 때 새로운 사람들과 낮을 익히려면 한참 걸려야 할 텐데. 그럴 필요가 없어 다행한 일이다.

무용 단체 이름은 '시니어 해랑' 이름이 근사하다. 누가 잘하나 못하나 검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몸풀기 운동을 하듯 요가를 한 다음 춤을 배우고 있다. 금요일, 야외 소풍 하듯 시골 카페와 같은 공간에서 우아한 음악에 맞추어 몸을 맡긴다.


무용을 시작하기 전 요가로 몸을 풀고 막상 무용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다리에 전혀 무리가 가는 일도 없다. 안 보면 그리운 사람들과 마주 보고 보고 색다른 일에 도전은 재미있고 또 다른 활력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집중할 때 삶의 의미가 있다.


나는 직장인도 아니면서 일주일이면 4일 동안 외출해야 해서 꽤 바쁘다. 그렇다고 온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라서 남편과 보내는 시간을 잘 조율한다. 집안에만 계시는 남편을 외로울까 항상 신경이 쓰인다. 밖에서 활동은 길어야 2시간 정도라서 일 만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 남편과 말동무도 하고 컴퓨터에 글을 쓰고 집안일도 하면서 보낸다.


배우는 것, 팀에 소속되는 것은 무언의 약속이다. 되도록 결석은 안 하려 한다. 사람과 사람은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고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 성실, 진실, 신뢰 그런 게 깨지면 그 사람은 망하는 것이다. 사람이 돈 만으로는 살 수없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 사람의 이미지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망할 수도 있다. 나는 내 삶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능력껏 최선을 다 하고 사는 게 내가 가진 좌우명이다.



무용을 배우는 곳은 군산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대야 시골 전원주택. 새로 지은 예쁜 집은 마치 카페 같이 예쁜 공간이다. 우리는 매번 카페에 놀러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엄청 상쾌하다. 수강료도 내지 않는 특혜를 보고 있다. 사실 몸이 굳어 한국 무용이 어렵지만 그냥 흉내만 내고 좋은 사람들과 만남을 즐기고 수다를 떨고 있다.



금요일은 무용 수업이 있는 날이다. 매번 수업을 하다 잠시 쉬는 시간은 간식도 먹고 차도 마신다. 이곳에 모이는 분들은 왜 그리 넉넉한지 수업하는 날은 마치 소풍날처럼 풍성하다. 집도 카페처럼 멋있고 우리는 카페에서 좋은 사람과 한담하는 것처럼 즐긴다. 사람은 어느 장소에 내가 서 있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집 주인장의 특별한 안목으로 꾸며놓은 집안 곳곳은 우리를 더 격조 높은 곳에서 잠시라도 쉬고 놀이처럼 춤을 추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비 오는 날 차 마시는 시간도 좋고 종종 간식 먹는 시간도 우리는 즐긴다. 때론 찰밥도 쪄서 가지고 가 함께 나눈다. 산다는 것은 이리 작은 일에 기쁨이 숨어 있다. 특별한 장소를 내어 주신 주인장에게 감사드린다.



사람과의 만남은 세월을 덧씨우면서 추억이 쌓이고 그 추억이 쌓이면 그리움이 된다. 지나간 것은 뒤 돌아보면 잊지 못할 우리 삶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날들을 마음 안에 부지런히 저장해 놓고 혼자서 호젓한 시간에 꺼내여 보려 한다.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고 나에게 던지는 말이다.


노년의 삶은 갖고 있는 게 자칫하면 가벼워질 수 있다. 자꾸 가벼워진 만큼 아름다운 추억도 희미해진다. 모든 의무에서 벗어난 자유롭다는 생각은 삶이 단순해진다는 것과 맞물린다.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 그러 기이 지금 행복하다는 말하고 싶다. 지난 일에 집착을 버리고 앞으로 다가오는 일에도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가슴에 기쁨은 담아야 내 것이 된다. 노년이 되면 끓임 없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세월을 견디고 바바람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봄날, 아카시아 향기가 불러온 기억이 눈물이 찡하도록 슬픈 것은 그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아닌 내 인생의 봄날 같던 그 시절이의 내가 그리운 탓이다.


가을, 곧 있으면 무대도 올라가야 하기에 아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팔십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나는 늘 바쁘고 즐겁다. 언제까지 내 삶이 이토록 활기를 잃지 않고 살아 갈지 모르는 일이지만 내게 주어진 삶을 정말 즐겁게 살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충만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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