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좋아해서 어느 날 시낭송 단체에 가입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과 이어진다. 시 낭송 회원 중 부군이 단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새만금 시민 생태 조사단'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단체는 가을이 오면 새만금의 원형질이 사라진 부안 해창 갯별에 장승 세우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회원들도 장승 하나를 세우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부안 해창 갯별을 찾아갔다.
군산에서 새만금 도로를 달린다. 레비가 안내해 주는 길로 차를 타고 달리는데 새만금이 이 처럼 넓은 곳이었나 놀라울 정도로 드넓은 땅이 보인다.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지만 언제 이곳이 쓸모 있는 땅으로 변할까 궁금하다. 바다였던 땅은 잡초와 합초만 무성하다. 이 넓은 공간이 활용되지 못 한 체 버려져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온난화로 여려 재앙을 몰고 오는 걸 보면서 환경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하고 있다. 사람이 살면서 나만 알고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사회 어딘가에 작은 힘이라도 더하는 선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보람이다.
바로 현장에 도착하니 환경 단체 회원들은 일찍 오셔서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해본다. 낫을 들고 풀을 베고 손으로도 뽑고 쉬운 일이 없다. 일찍 오셔 작업하는 회원들을 벌써 옷들이 땀에 젖어 있다. 누가 하라고 한일도 아니련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우리 후대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지켜내야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장승으로 세울 통나무를 구입하고 조각을 하는 작가님까지 모시고 와 통나무에 밑그림을 그린뒤 장승 모습을 깎는 걸 보면서 그 힘듦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부안 해창 갯벌에서 시민 단체가 주관하는 '새만금 시민 생태 조사단'에서 장승 세우기 행사를 한다기에 우리 시 낭송 모임에서도 장승하나를 세우기 위해 참여했다. 그곳에는 사라져 버린 갯벌을 그리워하는 많은 표상 장승들이 서 있어 몇 년 후에는 장승마을이 될듯하다. 환경단체는 해마다 장승을 세우며 개인이나 단체들도 장승을 세우고 원하는 소망을 빈다는 전언이다.
해창 갯벌은 군산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곳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 새롭다. 차를 타고 넓은 들을 달리고 있노라니 가슴이 탁 트인다. 바다를 막아 잡초만 무성한 곳에 몇 송이 피어 있는 코스모스도 정겹고 노랗게 변해있는 잡초들도 가을 풍경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가을 맛을 느낄 수 있어 보기 좋다.
하루를 살면서 무엇에 시간을 더하고 어떤 풍경과 마주 하는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며칠 이어진 행사로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을 내서 함께하니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 하루 내게는 선물 같은 날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것이 기쁘다.
곧바로 해창 갯벌에 도착하니 벌써 시민 단체 회원들은 낫과 톱을 들고 잡초제거에 바쁘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잡초제거에 동참한다. 집에서는 하지 않았던 일을 우리는 하면서 서로 애쓴다고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군중심리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우린 설마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옷도 작업복을 입지 않았다
모두 한결 같이 땀에 흠뻑 젖어 부지런히 잡초 제거에 열심이다. 안 해 보던 일을 하려니 서투르다. 가시에 찔리고 넘어지고 쉽지 않다. 우리 시 낭송 모임 이름으로 장승을 깎는다. 조각가님의 장승 깎는 모습도 흥미롭다. 나무 위에 살짝 밑그림을 그리고 톱으로 장승을 깎는다. 오랫동안 나무를 다룬 노련함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잡초를 뽑다가 사이사이 사진을 찍는다. 언제부터 장승을 세우기 시작했는지 재미있는 장승들이 많다. 각기 다른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개인도 통나무에 더해 기부를 하면 장승을 세울 수 있다 한다. 그러고 보니 하나하나 서 있는 장승의 해학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포근해진다.
사람이 모이면 뭐니 뭐니 해도 먹을 것이 있어야 한다. 대표님의 동지가 김밥과 과일 계란과 밤을 잔뜩 가져왔다. 나는 차 준비를 해 가지고 가서 차를 대접해 주었더니 엄청 좋아하신다. 마치 소풍 나온 것처럼 훈훈하다. 처음 본 분들도 목적이 같은 사람과는 금방 동질 감을 느끼고 친숙해진다.
장승을 깎아 놓고 막간을 이용해 시 낭송을 한다. 한시예 회장님, 노련한 시인님의 시 낭송은 들을 때면 마음이 포근포근해진다. 넓은 비닐 돗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관객이 되고 갯벌 장승들이 서 있는 곳에서 또 한편의무대 예술이 이루어진다. 우리 모두는 오늘 하루 땀 흘린 만큼의 행복을 줍는다.
드디어 우리의 장승이 완성되었다. 평범한 통나무가 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장승으로 세워졌다. 수고해 주신 조각가님과 기념 촬영을 하고 활짝 웃는다. 우리의 소망은 환경이 조금이라도 덜 파괴되어 후손들이 살기 좋은 세상에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소중한 것 일 수록 잘 바라보고 세심히 살펴야 한다. 무언가를 제대로 보려면 한 발자국 떨어져 관심을 가져야 함을 알았다. 힘은 들었지만 보람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