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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시간 여행 축제

무대에 올라 시 낭송 하기

by 이숙자

9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되돌려 생각해 보기 싫은 몇 날이었다.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온통 내 마음을 짓눌렀다. 사람과 사람의 약속은 신뢰 관계다. 9월 말 까지 출간 원고 날아간 걸 살려 출판사에 보냈고 그 와중에 시 낭송대회를 참가해야 했던 일,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홀가분했다. 약속된 책임감의 무거운 무게를 절실히 느꼈다.


그렇게 9월은 가고 다시 10월, 10월 달력을 펼쳐보니 온통 빨강 글씨다. 쉬는 사람은 좋겠지만 본인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어떨까.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그런 걱정을 한다. 세상은 한쪽으로 기울면 불공정하다. 서로가 협력관계로 공존해야 살기 좋은 세상이라 알고 있다.


10월은 가을의 중심이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가을 느낌은 없지만 시골 들녘의 노랗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을이 익어 가는 걸 알게 된다. 한편으로 이른 벼는 수확하고 있다. 엊그제 햅쌀 나왔다고 10k 쌀을 선물 받고 서야 알았다. 햅쌀이 나왔다는 것을, 시간은 숨만 쉬어도 재깍재깍 가고 있다. 마치 움켜쥔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세고 있는 것이다.


시월은 행사의 달이다. 지금 군산은 시간 여행 축제가 시작됐다. 우리 시낭송 회원들도 행사에 참여한다.

거리는 온통 사람물결 무대 시설로 축제 분위기다. 우리가 참여하는 무대는 역사박물관 앞 무대에서 시 낭송을 한다. 실내가 아닌 외부 넓은 공간은 시어들이 전달이 되지 않아 듣는 분들은 감흥이 덜 했으리라. 날씨는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듯 햇살이 뜨겁다.



우리 시 낭송회원들은 출연자 대기실에서 한복과 무대복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올라 시 낭송을 한다.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하는 시간은 짧지만 시를 외우는 시간은 길었다. 모두 노련한 모습으로 공연을 마치고 사회를 보았던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 사장님의 초대로 양조장에 모여 뒤풀이를 했다.


무대에 올랐던 분들은 한분도 빠지지 않고 모였다. 시원하고 맛있는 호박 식혜를 사는 사람, 홍어 무침을 사는 사람, 또 다른 회원은 부침개도 사고 모두가 넉넉한 사람들이다. 역시 잔치는 먹거리가 있어야 흥겹다. 되풀이는 젊은 사람들만 공유하는 문화로 알겠지만, 이 처럼 나이 든 우리도 즐길 수 있다. 인생이란 얼마만큼 행복한 사람인가 보다는 무엇으로 행복한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


시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 마음도 모두 예쁘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정겹다. 사람 사는 것이 별것인가 우리는 마치 10대로 돌아간 듯 웃고 떠들고, 시를 낭송하고 고요했던 분위기는 또 다른 모습으로 즐긴다. 인생은 연극하는 무대라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다. 각자의 삶을 연기하면서 살고 있다.


시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인연들, 늦은 나이지만 삶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활력과 행복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무리한 짖은 많은 편이 좋다는 말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나이가 들어도 청춘은 있다. 청춘은 스스로 찾아오는 게 아니기에 무리한 짓을 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는 걸 오늘 알았다.


"오늘 자리를 주선한 멋쟁이 '봄날의 산책' 책방 지기님에게 엄지 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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