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시월의 마지막 날, 시 낭송 모임에서는 가을여행을 가기 위해 약속된 장소에서 모여 16명이 승합차와 승용차로 나누어 타고 새만금 바닷길을 달린다. 바다를 매운 새만금 넓은 땅은 억새로 물결을 이룬다. 요즈음 살고 있는 집 주변을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가을의 느낌도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완연한 가을이다.
드 넓은 곳에 억새가 무성하다. 이곳이 관광 목적지가 아니겠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도 차를 주차하고 사진을 찍으며 가을을 느낀다. 가을이 익어 갈 때는 추수가 끝난 들녘을 보거나 지는 낙엽을 볼 때면 마음이 스산하고 쓸쓸함이 몰려온다. 억새도 어느 날 하얀 잎을 날리고 난 후면 겨울잠을 잘 것이다.
우리 일행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금방 목적기지인 신시도 숙소에 도착했다. 이동거리는 길어야 삼사십 분 군산에서 가까운 거리다. 멀리 여행도 나름 의미 있겠지만 이번 여행은 가까운 거리에서 알찬 여행을 계획했다. 교통비 절감과 시간도 절약하고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을 한 여행이었다.
점심은 회정식이었다. 회를 다 먹은 후 리필해 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밥상은 온통 해산물로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 푸짐한 점심을 먹고 선유도로 건너가 찻집으로 간다. 선유도와 신시도는 연결된 섬이다. 예전 같으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섬 듦이 지금은 다리가 놓여 직접 차로 다닌다. 섬과 육지가 언제든 오고 가는 아주 편리한 생활 권이다.
찻집은 "선유도에 물들다" 이름도 낭만 적이다. 담도 없는 시골집이라서 소박하다. 바닷가 바로 앞집, 바늘꽃과 간판이 우리를 반긴다. 여행을 오니 이 젊은 할머니 들은 모두가 소녀가 된 듯 말만 해도 웃고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물이 빠진 바다는 무언가 이야기를 담뿍 담고 있는 듯 묘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방파제에 나란히 놓여 있는 칼라 의자 4개가 인상적이다.
바다가 보이는 찻집 비다가 보이는 방파재 의자들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고 폐선에 올라 사진들을 찍는다
믈이 빠진 아름다운 섬 찻집 창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풍경이 된다
찻집은 조그마한 시골집을 보수해서 만든 찻집인데 아기 자기하고 정스럽다. 우리는 마치 소녀들로 돌아간 듯 사진들을 찍고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모두가 배우라도 된 양 포즈를 취하고 사진들을 찍어 추억을 남긴다. 여행도 혼자일 때 쓸쓸할 터인데 감성이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은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다시금 차를 타고 선유도 선착장으로 가서 유람선을 탔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군산에 살면서도 처음 타 보는 유람선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재미를 모르고 살아왔다니 놀랍기만 하다. 가을은 관광철이라서 관광객이 많다. 갈매기 밥인 새우깡을 손에 들고 있으면 갈매기는 어떻게 알고 새우깡을 가로채서 먹는다. 어쩌면 미물인 새들도 사고하는 머리가 있나 보다.
선유도 대교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선유도 유람선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숨겨진 비경, 고군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구경할 수 있다.
바다 위의 갈매기 손에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를 유혹한다
유람선에서는 해설가가 계셔 고군산의 아름다운 섬에 대해 해설을 해 주셔 그 의미를 알 수 있어 좋았다.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니 금세 해가 저문다. 여행 계획을 바다에 지는 노을을 보려 했지만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저녁메뉴는 낙지전골 각종 해산물이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준다. 우리는 매끼 포식을 하고 있다.
여행의 백미는 밤에 이루어진다. 맛있는 음식으로 포식을 하고 운동 겸 바닷가 길을 걷는다. 밤바람이 약간 차갑지만 비릿한 바다냄새와 어디에서도 못 느끼는 밤 풍경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소리조차 촉촉하고 말랑 말랑 해 온다. 이 순간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긴다.
걸으며 누구도 먼저 라 할 것 없이 '시월의 마지막 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낭만 가득한 밤이다. 중년과 노인이 된 지금, 나이만 먹었을 뿐 감성은 소녀 시절과 다르지 않다. 거의가 육십칠십 대 거기에 나는 팔십 대가 아닌가. 그렇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련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내 감성은 나의 몫이다. 그 기분에 취해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방파제까지 걷다가 우리는 방으로 들어와 모두 가지고 온 선물을 내놓고 번호로 선물 뽑기와 퀴즈 시간을 가졌다. 퀴즈를 내는 분은 영어 선생님, 먼저 영어 앞 글잘 하나를 나누어 주고 단어 말하기와 얼마 전 시간 여행 축제 낭송했던 시 제목과 시인 이름 말하기였다. 그러나 어느새 잃어버려 다른 이름을 말하고 폭소를 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선물을 선택하고 흐뭇한 신간이었었다. 사회를 보는 분이 얼마나 센스가 있는지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살면서 이처럼 웃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웃었다. 따뜻한 방이지만 잠자리가 바뀐 탓이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자다가 듣는 바람 소리 파도소린지 소리가 계속 들린다.
아침이 돌아와 식사를 먹고 우리는 바로 곁에 있는 신시도 휴양림을 행했다. 신시도휴양림은 전국 휴양림 예약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 말한다. 산과 바다를 끼고 있어 한번 와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다. 마침 지인 해설가님이 계셔 해설을 부탁했는데 마침 출근하는 날이라고 기꺼이 해설을 해 주신다.
아홉 시쯤 해설가님을 만나 우리는 신시도 이야기, 식물 이야기, 바다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부분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회원들도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는 말을 듣고서 해설가님에게 해설을 부탁 한 걸 잘했다. 우리 주변 가까이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이번 여행은 짧은 1박 2일 여행이었지만 우리는 3박 4일 못지않은 유익한 가을 여행이었다.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이 더욱 빛나는 여행이었다. 가까운 곳에 이 처럼 멋진 여행지가 있다는 것도 축복이다. 하루의 기분은 우리의 인생을 바꾼다고 말한다. 보고 느낀 게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도 한다. 그 말이 맞는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