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공약으로 알아보는 자신에게 맞는 당 추천
곧 스웨덴의 선거일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구, 시/도, 국회 선거에 맞는 후보자를 동시에 추천하고, 하루 동안에 투표를 한다. 따라서 하얀색, 노란색, 파란색 선거 지를 세 개의 봉투에 나눠 넣고 제출을 하게 된다.
국회 투표권은 시민에게만 주어지지만 구와 시/도는 외국인이라도 거주자는 선거권이 있다.
도대체 각 당별 공약은 무엇인지,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각 당이 추진하는 공약을 근거로 어떤 당이 유권자 개인의 이익과 성향에 맞는가 나침판 역할을 하는 검사가 나왔다. 방법은 성격 검사와 형식이 유사하다. 총 소요시간은 10-15분이다. https://valkompass.svt.se/2022
교통, 교육, 의료, 주택, 치안, 이민 등 사회 통합 등 주요 분야별 각 당들의 공약 전체가 나와 있고 이것이 좋은 제안인가 아닌가 답을 할 수 있다. 답을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정당이 순서대로 나열된다.
호기심 반 기대 반에 테스트를 해봤는데 놀랍게도 내가 평소에 맘속으로 지지하는 당들과 전혀 다른 당들이 내 생각과 일치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외로 각 당의 평소 이미지와 다른 공약을 내세운 당들이 상당수 있었다. 더불어 나 역시 사회민주당, 온건 보수당, 환경당, 좌파당, 중도당, 기독당 등 여러 당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 객관적이려고 노력해도 실제 공약 하나하나를 분석해 보지 않는다면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당수의 이미지에 휘둘려 소중한 한 표를 엉뚱한 당에 던지는 실수를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는 있을 것이다.
스웨덴에도 주요 정당 중 실패할 공약을 내세우는 정당이 물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당은 효율성과 서비스 질 제고를 주장하며 주요 의료기관 민영화를 추진했는데, 한 주요 종합병원의 경우 정규직 간호사와 의사를 줄여서 종합병원에 남아있는 간호사와 의사의 부담이 늘어나고, 결국 환자들의 만족도도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할 정직원이 없어서 비정규직 의사와 간호사를 고용하는데, 이들을 파견하는 중간 회사에 가 챙기는 마진이 높아서 결국 병원이 부담하는 비용은 늘어난다.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에게 보살핌을 받던 장기 입원 환자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가 늘 바뀌어서 의료서비스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하소연도 한다. 극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시행착오를 왜 굳이 이제 와서 시험하려 하나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이곳에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의료진은 운 좋게도 전문적이고 친절하고 환자의 주머니 사정과 사회생활 상황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정말 감사했다.
또 하나 말리고 싶은 모 당의 공약은 영재반 만들기. 이른 나이에 똑똑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취지인데 그게 사회 전체를 보거나 정작 영재인 아동의 행복을 보더라도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시험 등수 매기기 안 해도 가장 혁신적인 나라, 인당 국민소득, 삶과 노동 균형, 전반적 행복도 높은 나라 상위권에 들었다. 이런 위험한 공약을 왜 내거는 지, 그게 국가 전체나 영재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경쟁이나 하게 만들고, 사회 내 격차와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모든 국민에게 주거 공간을 보장하려고 70년대에 사회민주당은 공동임대주택을 만들어 보급했다. 민영화 이후 수리한다는 명목으로 갑자기 월세를 두 배로 올려서 성실하게 30년 동안 월세를 내며 살아오다가 퇴직한 사람들은 삶이 막막해지고, 심지어는 월세를 부담하기 어려워져서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살고 있는 이도 있다.
우리나라 유권자라면 선거를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 공약을 알고 싶어서 뉴스와 신문을 보는데 실제로 각 당이 나와 이웃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 수 있는 선거 공약과 그들이 제안하는 정책에 대한 보도가 참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뉴스는 온통 어떤 유권자가 공약과 무관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 색깔 논쟁, 서로 헐뜯는 등 낯 뜨거운 내용, 가족 문제 등으로 도배되어 있다. 언론이 국민의 권리와 이익에 직결되는 핵심 사항이 아니라 누가 누구와 어떤 말다툼을 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기에 각 유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정당을 가리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지지할 정당이나 정상적인 정치인이 드물다는 생각만 들게 하는 보도 내용에 실망하고, 이제는 뉴스 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정치인, 정당, 심지어 정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함께 추락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이다. 대상이 누구든 비방이라는 것 자체가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니어서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며 뉴스를 안 본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이런 마당에 각 정당이 제시하는 공약 중 어떤 것이 나의 이익과 권리를 잘 대변해 줄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앱이 있어서 공약을 근거 (물론 각 당은 공약을 지키고 실천할 것이라는 가정하에)로 나와 내 가족, 이웃의 이익과 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당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선거철만 되면 사람들을 대동하고 평소에 갈 생각도 안 할 장소에 가서 진정한 관심도 없었을 유권자들과 허물없는 척하면서 악수하고, 평소에 먹지 않았을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이고, 평소에는 말 한마디조차 걸어볼 생각도 안 했을 사람들에게 뭔가 베풀기라도 하는 표정으로 살가운 척, 털터한 척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게다가 혼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경호원, 수행원, 당원 등 수많은 인원과 차량까지 대동하며 다니느라 시간과 인력 낭비하고 환경오염을 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정치인과 입법/행정자가 쓰는 시간은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 혹은 특정 후보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시끄럽고 상대당 비난으로 점철된 선거 운동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투명하고 알뜰하게 운영하는지 알 수도 없는 선거 자금을 마련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직접 대면으로 공약을 설명해 줄 몇 명, 공약 요약 자료, 이야기하며 마실 커피와 사탕 등이면 충분할 것 같다.
현재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선거 운동, 유권자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뉴스 보도, 취재, 편집, 거짓 공방에 대한 진실 규명 및 대응 등에 드는 총 인력과 시간을 측정해서 총비용을 산출하고 이런 낭비 요소를 제거해서 이에 들어왔던 재원을 실제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에 투자한다면 국민의 삶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 예측해 보는 프로젝트 추진해 볼 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