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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ul 10. 2021

6. 두려움에서 도망치는 삶 vs. 가치를 쫓아가는 삶

스트레스 관리법(1) 삶과 노력이 “존버”가 아니라 즐거운 과정이 되려면

나는 ‘존버’가 좀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외래어 같은 신조어는 ‘죽을힘을 다해 버티다’라는 뜻이란다.


일이 일같이 느껴지지 않고, 노력이 힘들지 않고, 즐겁게 함께 일하고 토론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 행동의 원동력이 되고 이것이 밥벌이로 연결되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는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제로 뭔가를 할 때 잠시 느끼는 적정한 양의 스트레스는 일을 잘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무엇을 할 때마다 참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우리의 뇌는 현 상황이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없어진다. 힘든 상황을 회피하거나 근시안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쉽다.


무엇을 성취하거나 활동을 해서 원하던 결과를 얻으면 사람은 희열을 느낀다. 예를 들어 운동 경기에 참여해서 우승을 하거나 시험을 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직장에서 무슨 일을 잘 추진해서 인정을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 도파민은 뭔가 중독되는 것, 예를 들어 음주 흡연 마약을 할 때도 나오는 호르몬이다. 심각한 것은 이에 중독이 되면 그것을 하지 않으면 매우 우울하고 기분이 축 처진다고 한다. 일중독도 이와 같은 원리로 생긴다.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인가를 성취하려 노력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따라서 사람의 자존감, 삶과 행복감은 많이 달라질 수가 있다.


어떤 것을 성취하지 못하면 무서운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노력을 한다면 사람은 자기의 에고Ego에만 집중하게 되고, 이기적이고, 부정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뭔가 성취하려고 무엇인가 해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적 없이 뒤처지지 않게 재미도 없는 영어학원을 가거나 다른 사람들 마음에 들려고 부작용 무릅쓰며 성형 수술하기 등이다.


예를 들어 일을 잘해서 승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고 그러면 자기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상사에게 꾸중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 사회적 체면에 금이 갈 것이라는 등의 두려움과 위협감이 뭔가를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면 삶은 기나 긴 굴레, 버텨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기 힘들고, 지금 여기 당면한 문제만 집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장기적인 시각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도 취하기 어렵고 생존경쟁에 있다는 생각에 자기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 “위협심”과 “두려움”을 느끼면 사람은 ”Fight or fly” 즉 “싸우거나 도망쳐” 모드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싸우거나 도망쳐”라는 극도의 긴장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이렇게 계속 살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된다.


반대로 한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노력한다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한 과정은 견뎌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 즐거운 여정이 된다. 나의 이익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배려하고 챙기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어도 긍정적인 자세를 대체로 유지할 힘도 얻게 된다. 그리고 상황과 문제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기에 좋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많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나 직장 생활하면서 교묘하게 무엇인가 불쾌하고 안 좋은 것을 피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도록 평생 교육을 받는다.

예를 들어 공부 못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고 대학에 진학 못하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가난한 삶을 살 것이다라는 위협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면 학습이 인간이 발전하고 몰랐던 것에 대해서 알게 되는 신기한 체험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위해 참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그 얼마나 많은 직장에서 사람들이 임원에게 “깨지기가 두려워서”, “잘릴까 봐”, 즉 안 좋은 일을 피하려고 열심히 하는가?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은 지시하는 것만 하게 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은 자신 혼자 인정받을 것만 생각하게 되고 동료에 대한 배려심도 없어 협동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해 내기 위한 방법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한두 번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공포 매니지먼트는 여러모로 어리석고, 지속 불가능한 조직관리 방법이다.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 있고 가치가 동기가 될 때는 무엇인가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압도당하지 않는다. 그 과정은 고통이 아니라 재미있는 모 모험이 될 수 있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내가 기억하는 어떤 사람들은 참 신기한 삶을 살았다. 러시아에서 만난 지도 교수님과 석사 때 우리 학교에 강의를 하러 객원 교수 오신 선생님이 기억난다. 그분 모두 정교수인데 기본 두세 군데 학교에서 강의를 하셨고 강의가 끝난 후에도 학생들의 논문을 저녁 시간까지 지도해 주셨다. 피곤한 기색도 짜증 난 표정도 없이 말이다.

한 분은 러시아 한림원에서 전공분야로 가장 권위 있는 학자 중 한 분이셨는데 개인 연구실도 없었다. 연구소 소속 같은 분과 선생님들과 사무실 하나를 나눠 쓰셨는데 그 연구실에 컴퓨터라고는 단 1개밖에 없었다.

거기서 다른 선생님들도 계시는 공간에서 대학원생도 논문 지도받고, 함께 차도 마셨다. 누군가가 어떤 질문을 하면 선생님은 “자, 다들 잠깐 주목하세요. 우리 동료 누구누구가 이런 의견을 제시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즉흥 토론을 시작했고, 그때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읽고 있던 자신의 책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이야기를 했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토론하고 함께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면 질문을 했던 사람은 생각지도 않았던 재미있는 견해와 해결점을 찾았다는, 보통사람이라면 쇼핑하다가 뭔가 득템 했을 때 지을 법한, 흡족한 표정을 짓고는 집에 갔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강의에, 연구에, 지도에 시간이 빠듯할 것 같은 두 분 중 한 분은 취미가 오케스트라 작곡, 한 분은 전공과 전혀 다른 추리 소설 쓰기였다.


웃기기까지 했던 것은 업무 환경이 훨씬 좋은 스웨덴 교수보다 자기 컴퓨터도 없고 논문도 손으로 쓰고, 통계 자료도 수작업으로 모으고 분류하던 그 러시아 연구소의 교수들의 연평균 논문 실적이 최소 두 세배는 많았다는 것이다. 늘 바른 자세로 걷고 연구에 자부심이 있던 그 선생님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두려움이나 위협받는 느낌을 피하려는 것이 원동력인 생활 패턴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살면서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내가 배운 내용을 핵심만 간추려 적어보겠다.


첫째, 마음속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단다. 그 두려움에 동반되는 불쾌한 신체 반응을 외면하거나 없애려 하지 말고 한 번 느껴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두려움에 더 이상 압도되거나 흔들리지 않게 된다. 두려워서 심장이 두근거리면 피하려 말고 “어라~ 이런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리네”라는 불쾌한 느낌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이를 하루에 한 번씩 연습해보자.


둘째, 나와 생각 분리하기 훈련이다. 종종 머릿속에 각종 염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똬리를 틀며 잠이 안 올 것 같으면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말고, 제일 큰 두려움부터 종이에 하나하나씩 적어보자. 그리고 “나는 ….라고 생각한다”라고 바꿔서 적어보자. 나와 생각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 중 많은 것이 비현실적인 허상임을 깨닫고 웃음이 나올 것이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셋째, 응용 긴장 완화법이다. 언짢은 말을 듣거나, 어이없는 상황에서 당장 쓸 수 있는 현명한 대처법이 없다면 심호흡을 하고 양쪽 손을 번갈아가며 주먹을 5초 동안 쥐었다가 펴고 10초간 유지한다. 눈썹도 5초 추켜올렸다가 내리고 10초 기다린다. 심호흡도 좋다. 손, 그리고 미간에 느껴지는 긴장과 이완의 차이에 집중한다. 빠른 시간 내에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평정심을 찾아 후회 없는 말이나 반응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오는데 도움이 된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연습도 좋다.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극도로 공포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은 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때에 보통 사람은 두려움을 회피하는데 급급해서 옳지 않은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평정심을 찾고, 심신 안정할 시간을 확보하자.


재미있는 것은 성경에 “두려움”과 “걱정. 근심”, 생각”에 대한 구절이 많이 나와있다.

인간은 오랜 기간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여러 시험과 연구를 한 결과 마음 작동의 원리와 부정적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고 있다.

그런데 성경에는 인간의 마음 작동의 원리, 평안을 위한 답이 시처럼 여기저기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마음건강의 관점에서도 성서는 가치와 진실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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