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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송 Nov 26. 2021

어차피 내 인생 달라지지 않아요.

냉소주의의 끝판왕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어요. 저도 크게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 상황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조금 즐기자고 하면,  마른빨래를 쥐어짜는 격인 걸까요. 누구는 부동산으로, 누구는 주식으로, 비트코인으로, 개인사업으로 대박이 났다고들 하는데.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더 이상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다고들 하던데, 내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아무리 거대한 한방을 터뜨리려 한들 그 한방이 그렇게 쉽게 터뜨려지지 않아요. 예상한 대로 착착착 흘러가면, 그게 어디 인생인가요? 



  그래서 조금 즐길 생각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흥청망청 돈 쓰자는 말은 아니에요. 크게 내세울 것도 없는데 티끌 모은 티끌까지 없으면 어떡해요. 작은 돈을 모아 커다랗게 만들어두고, 커다란 돈은 신중히 고민해서 잘 사용하도록 해요. 진짜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할 줄 알고 잘 아껴서 기준에 맞게 사용할 거니까요.  유난히 고단하거나 퍽퍽한 날에는 배에 기름칠을 해주거나, 커다란 스크린 앞에 나를 데려다 놓을 생각이에요. 그런 돈은 우리 아끼지 말아요. 



  아프면 안돼요. 가진 거라곤 건강한 몸뚱이가 전부니, 전재산을 있는 힘껏 잘 지키도록 하여요. 두 발로 땅을 걸을 수만 있어도, 멀쩡이 세상을 바라보고, 소리를 듣고 말할 수 있어도 이미 수십억은 아꼈어요. 완전 럭키! 유일무이한 자산이 손실되지 않도록 건강을 돌보아요. 건강한 몸에서는 건강한 마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잖아요? 마음에 난 생채기를 쉽게 여기지 말고 남의 것을 위로하듯, 내 것도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닌 지 살펴요. 하면 할수록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걱정이야말로 나 몰라라 하십시다. 



  그럼에도 내 인생 망했다고 해서 내 다음 세대까지 망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이미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며 어마 무시하게 망가진 상태이니, 이제라도 정신 차려 환경은 더욱 철저하게 보호하도록 해요. 내 흔적은 최소화하는 게 국룰이예요.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주울 수 없다면, 나라도 제대로 버리도록 해요. 아무렇게나 버리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지 말고, 택배 상자에 송장과 부분으로 남겨진 끈적이는 테이핑까지 완벽하게 제거하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웃어요! 우리 오늘을 그저 재미있게, 팡팡 웃으며 살아요.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대체 어떤 것일까?', '유치해서 못 보겠어!' 의아하며 함부로 굴었던 10대, 20대의 저를 혼내주고 싶어요. 개그맨은 의사만큼이나 위대한 직업이에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오는 내일도, 달라지지 않을 게 훤히 보이는 오늘에 웃음을 선사해주는 개그맨들이야 말로 천재고, 정신병원 전문의고,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연예인이에요. 꼭 개그맨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에 웃음을 선사해주는 보석 같은 사람들을 매의 눈으로 찾아요. 웃을 일이 10만큼 있다면 100까지 꽉 채워 웃어버려요. 웃을 일이 1도 없다면, 웃어서 웃는 일을 만들면 그만이에요.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인생이라고 해서, 세상의 모든 상처를 다 받아낼 필요도 없어요. 상처 받는 일도, 내가 받아낸 일이에요. 사람마다 다 다른 연고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샤워를 해요. 뜨뜻한 물에 샤워를 하면 내 나름의 하루의 노고가 씻겨나가는 기분이어서 좋아요. 잘하지는 못해도, 자기 전에 피아노 건반을 몇 번이라도 띵똥 띵똥 하면 좋은 기분과 마음을 유지하도록 해요. 다른 사람들은 쉽사리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나는 알아요. 내 마음의 상태가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나요.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 미간의 주름이 웃는 눈가의 근사한 주름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요. 



 꽃중년이 목표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산다는 30대를 나도 적당히 잘 살아내서 흔들리지 않는 불혹,  마흔을 맞을 거예요. 한 달여 남은 올해는 돌아보는 데 사용하면, 5년이 남았습니다.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내 인생, 조심할게 뭐 있나요.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죠. 잠깐이나마 품었던 마음들을 기록으로 남겨서, 이렇게 살 거라고 고해봅니다. 살다 보면, 인생이 달라지는 행운을 맞을지도 모를.. 뜬금포 희망을 걸어보면서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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