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색 스케쳐스를 신고 나갈 때 마다 딸은 엄마가 뭔 연예인이냐고 한다. 지나치게 의상과 어울리지 않고 눈에 띈다는 뜻이다. 편하기만 하구먼.
내가 자주색 슬립온을 산 건 순전히 최저가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운동화나 의류를 살 때 가장 일반적인 색상이나 사이즈는 가장 먼저 나간다. 그리고 제일 크거나 작거나 혹은 가장 특이한(?) 색상의 것들이 남아 있는 편이다. 사이즈는 타협할 수 없지만, 색상은 가능하니까 가끔 원하는 브랜드인데 나에게 맞는 사이즈가 특이한 색상으로 남았다 그러면 사는 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딸은 슬픈 이야기라고 하지만, 내가 산 자주색 스케쳐스는 그래도 10만원 가까웠던 걸로 기억한다. 십만원 짜리 운동화 신는 게 어딘데 슬프다니 무슨 그런 복에 겨운 소리를! 스케쳐스는 말이야 삼성 사장님도 신는다고 선전하는 거라구 ㅋ)
사람들은 대체로 검은색 아니면 흰색, 그것도 아니면 회색 뭐 그런 색깔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색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 ‘무난함’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겨울 후리스도 흰색 검은색 아이보리 다 나가고 최저가에 남은 게 보라색(?)이 있었다. 그건 차마 살 수없어서 단념했다. 어른 옷 가운데는 카키색이 최저가로 남아있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간혹 길가다가 카키색 외투를 입은 분을 보면 아, 저분도 나와 같은 이유로? 아니면 카키색을 좋아하는 걸까? 궁금해 하곤 한다 ㅎ
나에게 자주색 스니커즈만 있는 건 아니다. 흰색, 검은색, 아이보리, 또 색상을 특정 지을 수 없는 등산화도 두켤레나 있다. 사는 형편이 아주 조금 나아지면서 나는 다른 무엇보다 신발 사는 건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젊었을 때 진짜 어려웠을 때는, 집에 휴지가 다 떨어졌을 때 휴지 주문하러 가는 것처럼 운동화도 한 켤레 가지고 신다가 다 떨어져서 더 못 신을 때가 되었을 때야 새 신발을 사곤 했던 것 같다.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살고 있는 집 신발장도 커졌다. 처음에는 아이구 신발장이 크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신발장이 다 차있는 걸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운동화는 신다보면 어느덧 닳고 낡아져서 새 운동화를 사야할 찬스를 늘 제공해 주기 때문에 또 사고 또 살 수 있는 소비재라는 점이 좋다. 그래서인지 아울렛에 가면 언제나 나이키 같은 신발매장이 가장 붐비는 것 같긴 하다.
신발러버인 건 맞는데, 발볼이 넓고 발 길이는 짧은 사람에게 딱 맞는 편안하면서 최저가인 신발이 내 취향인 걸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