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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분홍 Dec 21. 2024

송년모임을 위한 생존선물세트를 준비하다

2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

내일 가족동반 송년모임이 있다. 송년이라고 특별한 건 없고 아이들은 안 오고 오십대 어른들의 일상적인 모임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영하의 날씨에 강변길을 걷다가

들깨 칼국수와 찹쌀 옹심이를 파는 국수집이 문을 여는 시간에 늦은아침을 같이 먹을 것이다.


그래도 송년회니까 각자 2만원 상당의 선물을 가져와서 랜덤으로 교환하자는 의견을 누군가 냈다. 좋다. 역시 전직유치원선생님의 아이디어.


나는 얼어붙은 자영업자의 경기를 반영해서 생존선물세트를 포장하고 있다. 오늘 오후  송년모임준비를 위해 특별히 미용실에 가서 염색과 커트를 했는데, 미용실원장님께

"2만원 선물 뭐가 좋아요?"라고 물었더니

"옵스가서 롤케잌 한조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거기 롤 한조각 정말 조그맣고 작은데

맛있지. 그냥 사먹긴 그러니까 선물로 하면 좋다

고 했다.  그래 맞다. 내 돈주고 안 사먹는걸 사야하나?그럼 딸긴데?잠깐 고민했다.


나는 작고 빛나는 것보다

크고 많은 걸로 선택했다. 집에 오는 길에

방앗간에서 쌀떡국 1만원에 사고

 GS프레시에서 할인중인 후레시베리(덤으로 초코파이가 2개)와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농심 투움바 컵 2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초코릿.

카톨릭 생협에서 산 구운소금(이게 모두 이만원이라고??!!)


진정 생존선물 세트로 준비했다.

원래 선물은 내가 받고 싶은 걸로 주는거라서

나라면 딱 2만원 생존선물세트을 받으면 완전 좋을 것 같다


모두 다섯집이 모이는데, 다들 뭐 갖고 올지

기대된다.

아까 약간 기분이 다운되었는데,

선물 포장하다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유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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