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유니버스>에서 다룬 K-POP 내용의 후속 업데이트
<IP유니버스>에서 주로 다뤘던 IP중 하나가 바로 K-POP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IP산업 중 하나로 개인적인 애착도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시장 성장은 대단하다. 지난해 앨범 판매량은 8천만장에 육박했고 YoY 성장률도 +40% 수준이었다. 올해 아마 1억장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상위 4개사 합산 매출액도 '22년 3.5조원 수준이었던 것이 올해 4.3조원을 넘어갈 듯하다. 하이브 혼자만 2.2조원이다.
이처럼 K-POP은 여전히 뜨겁다. 이 장르이자 산업은 이제 다음 스텝을 준비 중이다. 산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머지않아 꽤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될 듯하다. 스마트한 사람들이 산업에 유입되고, 대형 레이블들이 효과적으로 적응해가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여러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크고 작은 레이블들은 빠른 속도로 퇴화될 것이며 이미 몇몇 업체에서 그런 움직임이 포착된다. K-POP의 성공은 이제 Mania 혹은 Fan의 레벨에서가 아니라 대중 레벨에서의 성공을 말하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에서의 성공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기존 레이블과 기존 방식이 성공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수 있다.
[대중, 그리고 글로벌]
최근 시청했던 K-POP관련 영상 중 가장 흥미로웠던 영상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HIVE 방시혁 의장과 JYP Ent. 박진영 프로듀서의 유퀴즈 인터뷰다. 이 영상은 워낙 여기저기서 바이럴이 많이 되어서 굳이 길게 이야기할 것은 없고, 핵심 하나만 얘기하면 두 수장이 K-POP의 Next Step을 대중화로 타깃팅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팬 시장을 넘어 라이트 팬, 즉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성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실제로 이를 위한 여러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방향성에 크게 공감이 되었고, 의사결정권자가 위기의식을 상수로 갖고 있는 조직은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두 레이블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도 되었다.
https://youtu.be/mW2BamAq-bY?si=eGbVu9m642payLIY
두 번째 영상은 정국(of BTS)의 美 Times square 무대였다. 이건 상당히 (긍정적으로) 충격적인 무대였다. 정국의 노래, 퍼포먼스 등 실력은 물론이고 장소가 주는 상징성, 공연 퀄리티 등 모든 것이 신선하고 놀라웠다. 사실 최근 약 1년간 정국이라는 아티스트가 보여준 행보는 실로 부지런하고 대단했다. 지난해 6월 Charlie Puthd의 <Left and Right> 에 피처링을 통해 개별 활동이 눈에 띄더니 2022년 11월 카타르 월드컵 주제곡 <Dreamers>를 발표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 7월 <Seven>, 9월 <3D (feat. Jack Harlow)>, 11월 첫 솔로앨범 GOLDEN까지 쉴 틈 없이 달렸다. 빌보드,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영국 오피셜 차 등에서 성과를 증명했다. 특히 <SEVEN>은 스포티파이 최단기간 10억 스트리밍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live/geHuX7E3NX8?si=FnDjVSkO_wR0XFTK
[글로벌 팝스타, 정국]
다시 타임스퀘어 영상으로 돌아와서, 이 영상을 보면 여러 감상이 들겠지만 내게 이 영상은 K-POP의 희망이자 미래와도 같았다. 정국이라는 아티스트는 그동안 K-POP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건 하이브는 물론 다음세대 K-POP 아티스트들에게 엄청난 선례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 앞서 방시혁 의장이 말한 K-POP의 대중화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BTS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K-POP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만들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만 팀이 일정 시점부터 보이밴드라는 특징과 거대해진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해 멤버 각자의 음악적 표현 방식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곳곳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는 성스러운 존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단체활동이 소강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정국이 BTS와는 또 다른 본인만의 모습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시도가 매우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할만하다. N Sync의 Justin Timberlake는 팀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뒀지만 솔로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이 둘을 종종 비교선상에 두기도 한다.
BTS가 대표적인 K-POP 보이밴드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의 정국은 Pop Star라고 보는 게 맞다. 팀에서와는 다른 음악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솔로로써도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예컨대 <Seven>이나 <3D>, <Standing Next you> 같은 노래를 보면 모든 가사가 영어로 이뤄진지는 오래되었고 사운드 자체가 완전 미국식 POP이다. 한국인 정국이 부른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를 K-POP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철저한 현지 제작, 현지 프로모션/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곡이다. <Seven>와 <Standing Next you> 곡 제작에 참여한 Andrew Watt는 '21년 Grammy winning Producer이자 Justin bieber, Maroon5, Post Malone 등과 작업한 Top tier 프로듀서다. 이미 검증된 최고의 미국 제작팀과 함께하고 있다. 곡의 퀄리티나 타깃이 뛰어나고 또 명확할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와 멀티레이블]
솔로 아티스트로써 정국의 글로벌 성공은 특히 하이브가 기존 경쟁자들과 격차를 만들고 앞서가는데 상당한 기폭제가 될 듯하다. BTS 이후 하이브 레이블들의 음반 프로모션을 보면 국내와 해외(대부분 미국)가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 이미 축적된 해외 사업 역량과 현지 네트워크가 엄청난 발판이 된다. 하이브 외 다른 레이블들도 미국 시장 진출과 프로모션에 적극적이지만, 하이브는 이미 퀄리티가 다른 인프라를 구축해 둔 듯하다. 아이돌 팀이 어떤 현지 매체와 인터뷰하는지, 현지에서 어떤 무대에 서는지, 어떤 TV Show에 나가는지 보면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시스템과 회사의 역량이 강점인 K-POP에서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K-POP의 가장 큰 변화는 대형 레이블들이 기업화되며 빠르게 멀티레이블 체제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IP유니버스>에서 주로 다뤘던 메시지가 바로 이 멀티레이블, 멀티IP 시스템이다. 우리가 소위 'BIG 3', 'BIG 4'라고 부르는 레이블은 사실상 3개, 4개의 레이블이 아니다. 하이브에만 빅히트, 빌리프랩, 플레디스, 쏘스뮤직, KOZ, Ador 그리고 해외에 Big Machine, Ithaca 등 대충 떠오르는 것만 봐도 8개가 넘는다. 여기에 JYP도 일찍이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했고 YG도 YG 자체와 산하에 더블랙레이블이 있으며 SM도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보면 Big4의 레이블만 십여 개다. 사실상 이 십여 개 업체가 K-POP의 큰 portion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데 중소형 레이블은 물론 일부 대형 레이블도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멀티레이블이 파괴적인 이유다.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거대 레이블들이 단순히 자본, 네트워크, 시스템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음악 퀄리티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점점 경쟁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팬들의 기준 역시 점점 올라가고 대중도 마찬가지다. 특히 해외, 미국시장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이 모든 게 갖춰져야 하는데 중소형 레이블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몇 년은 K-POP의 신선함으로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결국 문화산업도 트렌드고 이는 곧 다른 트렌드로 대체된다.
시장이 커지는 초입에는 중소형 업체도 수혜를 누린다. 그러다 산업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점차 통합화, 대형화되기 시작하면 작은 업체들은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여기서 살아남는 건 제품의 퀄리티, 즉 음악의 퀄리티가 받쳐주는 곳과 나머지 하나는 엣지가 있는, 즉 신선하고 특별함이 있는 곳이다. 최근 K-POP에서 봤던 가장 놀라운 사건은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이다. 최근 플레이브(PLAVE)라는 아이돌 그룹이 20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했다. 일단 노래가 상당히 좋다(이건 철저히 개인취향).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자체 콘텐츠도 일반 아이돌 못지않게 구성되어 있고 무대도 일반 아이돌과 크게 다르다. 다양한 마법(?)과 자유로운 장소이동을 볼 수 있으며 디어유에도 입점해 있다. 블래스트라는 MBC사내벤처로 출발한 회사에서 제작한 아이돌인데 니치마켓에서 훌륭한 성과를 달성했다. 단순히 유행으로 짧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확대된 K-POP시장에서 이런 시도도 흔쾌히 받아줄 수 있는 팬들도 많이 생겼다. 여기에 유튜버 김계란이 제작한 QWER, 여기도 초동 2만 장을 팔았고 아무래도 강점은 콘텐츠에 있다. 왁타버스의 이 세계아이돌도 있고, 논란이 있었지만 피프티피프티 역시 틱톡을 통한 시장 진입이라는 길을 보여주기도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4989259?sid=101
오랜만에 K-POP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봤는데 모든 생각의 출발은 정국의 타임스퀘어 영상이었다. 저 영상하나가 최근 산업에 대해 보고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나로 정리해 줬다. 결국 요약하면 K-POP 산업 규모가 커지며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멀티레이블을 내세운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구축된 네트워크, 자본, 시스템으로 더 큰 성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 결국 큰 레이블들이 잘되어야 시장 전체가 커지기도 하기 때문에 이건 K-POP이 확대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 다만 이 과정에서 중소형 레이블은 본질인 음악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특정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움과 특별함을 잘 발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방식은 과거에 해왔던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요새 K-POP 노래 퀄리티가 상당히 양극화되고 있는 듯한데 이 산업의 본질이 음악이기 때문에 본질을 잘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본질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규모의 경제, 멀티레이블이고 뭐고 그냥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문화산업의 특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산업이 커질수록 다양한 K-POP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긴 기대해 본다.